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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대북선제공격설과 야당의 품격



뒤끝작렬

    [뒤끝작렬] 대북선제공격설과 야당의 품격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김성태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지난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판문점 선언 일방적 국회 비분을 반대하는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라 오바마 대통령도 대북 선제공격을 추진했다는 주장은 우리를 둘러싼 안보 환경이 얼마나 취약한지 여실히 보여준다.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기자의 책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의 한반도 관련 서술을 말하는 것이다.

    트럼프가 지난해 초 선제타격을 검토시켰고 올해 초에는 주한미군 가족 소개령까지 내리려 했으며, 전임 오바마도 임기 말에 북폭을 구상했다는 등의 내용이 실려있다.

    강대국 지도자 개인의 판단에 한 민족의 운명이 결딴날 뻔 했다는 점에서 전율이 인다.

    다행히 이런 '후일담'을 듣는 지금은 전쟁의 먹구름에서 일단 비껴나있다. 부동산이 더 화급한 뉴스가 돼있다는 게 그 반증이라면 반증이랄까.

    그런데 부동산 가격은 트럼프가 선제공격 카드를 만지작 거렸던 그때도 마냥 오르고 있었다.

    전쟁이 터질 판에 아파트를 사겠다는 바보가 아닌 이상 우리 국민들은 한반도 위기가 그리 심각했는지조차 까마득히 몰랐던 셈이다.

    사실 미국이 대북 선제공격을 준비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클린턴 행정부는 이미 1994년에도 영변 핵시설 폭격을 검토했다.

    우리 국민들이 전혀 눈치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도 북·미 관계가 심상치 않자 "이러다 정말 전쟁 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팽배했다.

    다만 만성적인 안보 위기감과, 그런다 한들 우리가 어쩔 것이냐는 하는 체념 속에 칼날같이 엄혹한 현실을 애써 잊으려 했을 뿐이다.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전쟁 위협은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불안한 평화다.

    미국 강경파의 반격에 북·미관계가 다시 싸늘해지자 우리의 중재로 대화 동력을 겨우 살려놓은 정도다.

    긴급 조율된 9월 남북 정상회담과 10월로 예상되는 북미 정상회담은 한반도 운명을 좌우하고 동북아 판도를 재편할 건곤일척의 기회가 될 것이다.

    만약 비핵화 협상이 앞으로도 별 진전이 없고 트럼프가 11월 중간선거에서도 진다면 한반도 운명은 어떻게 될까.

    그동안 잠잠했던 대북 강경론이 고개를 들면서 이번에야 말로 선제타격 악몽이 현실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 날이 오면, 정부·여당이 진땀을 빼는 부동산도, 야당이 비판 목소리를 높이는 소득주도성장도 전쟁 공포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며 통렬한 후회를 하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골든타임이 운명의 카운트다운을 시작한 지금 청와대와 보수야당은 남북정상회담 동행과 판문점 선언 비준을 놓고 대치하고 있다.

    잘잘못을 따지자면 청와대나 야당이나 할 말이 있고 밤을 새워서라도 다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이 과연 그럴 때인지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를 접한 국민의 입장에선 이해하기 힘들다.

    국회의장단이 격식이나 국회 사정 등을 이유로 방북 동행을 거부한 것도 아쉬움을 남긴다.

    물론 행정·입법 수장이 나란히 외국을 방문하는 것은 전례가 없다. 하지만 대통령의 방북은 국가 원수 자격으로 하는 것이고, 북한은 외국이라기보다 '민족 내부의 특수한 관계'로 인식돼왔다.

    남북정상회담이 불과 10여일 전에나 약속될 정도로 비상한 상황에 비춰 방북 동행 거부의 이유와 명분들은 다소 한가하게 들린다.

    국익 앞에 여야가 없다고 함은 딱 지금의 상황을 가르키는 것 같다. 청와대의 허물에도 불구하고 야당이 대승적 풍모를 보여준다면 아낌없는 박수를 받을 것이다.

    적어도 '헬조선'에 갇힌 채 남북관계 발전을 통한 출로라도 꿈꾸는 지친 민생들에겐 정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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