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사법부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지난 정부 시절의 사법농단과 재판거래 의혹이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해 "의혹은 반드시 규명되어야 하며, 만약 잘못이 있었다면 사법부 스스로 바로잡아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사법부 블랙리스트 논란이 법원행정처의 권한남용, 재판거래 의혹까지 확산되면서 전·현직 고위 법관들이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현재 상황에 대한 참담함을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끊어내고 법관 스스로 사법부 독립을 지켜내야 한다는 의지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지금 사법부는 국민의 신뢰를 되찾아야 하는 매우 엄중한 과제를 안고 있다"며 "지금까지 사법부가 겪어보지 못했던 위기"라고 진단했다.
또 "사법부 구성원들 또한 참담하고 아플 것"이라며 "그러나 온전한 사법 독립을 이루라는 국민의 명령은 국민이 사법부에게 준 개혁의 기회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는 사법부가 국민의 희망에 응답할 역량이 있다고 믿는다"며 "지난날 법원 내부의 용기가 사법부의 독립을 지켜왔듯이 이번에도 사법부 스스로 위기를 극복해내고, 나아가 사법부의 민주화라는 대개혁을 이루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자는 촛불정신은 입법, 행정, 사법부 그 어느 곳도 예외일 수는 없다며 사법부 독립을 행정부 수반으로서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1700만 개의 촛불이 헌법정신을 회복시켰고, 그렇게 회복된 헌법을 통해 국민주권을 지켜내고 있다"며 "행정부뿐만 아니라 입법부와 사법부, 그리고 저를 포함한 공직자 모두는 국민이 다시 세운 법치주의의 토대 위에 서있다"고 말했다.
또 "저는 촛불정신을 받든다는 것이 얼마나 무거운 일인지 절감하고 있다"며 "그 무게가 사법부와 입법부라고 다를 리 없다. 우리는 반드시 국민의 염원과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정부 시절 재판거래와 권한남용 등 권법(權法)유착에 일부 고위 법관들이 연루된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법관들은 공정하고 정의로운 재판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왔다는 점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3000여 명의 법관 대다수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재판을 위해 항상 혼신의 힘을 다해오고 있다"며 "무엇 하나 놓칠까 두려워 기록을 읽고 또 읽으며 밤을 새워 판결문을 작성한다"고 말했다.
또 "그렇게 판결의 무게를 책임지기 위해 애써온 법관과 법원 구성원들의 노고가 국민의 믿음을 지키는 힘이 됐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법관 한 명 한 명의 마음에 살아 숨 쉬고 있는 법관 선서가 어느 법정, 어느 사건에서나 자유롭게 펼쳐질 수 있도록 저도 사법부와 법관의 독립을 철저히 보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