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칼럼니스트 고재일
■ 방송 : CBS 라디오 <시사매거진 제주="">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17:05~18:00)
■ 방송일시 : 2018년 9월 13일(목) 오후 5시 5분
■ 진행자 : 류도성 아나운서
■ 대담자 : 시사칼럼니스트 고재일
◇ 류도성> 매주 목요일에 함께 하는 뉴스톡 코넙니다. 오늘도 고재일 시사칼럼니스트와 함께 뉴스 보따리 풀어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모처럼 블록체인 이슈 갖고 오셨다고요?
◆ 고재일> 네, 저희가 예전에 연속해서 다뤄본 바 있습니다. 지금 말씀하신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얘기인데요. 최근 들어 원희룡 도지사와 제주도정의 행보가 빨라지면서 도민 사회의 관심도 본격적으로 커지고 있는 것 같아서 중간 정리하는 차원에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시겠습니다만, 지난 달 30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관하는 시도지사 간담회 자리에서 원 지사가 블록체인 특구를 공식 건의했고요. 이후 지난 주 국내 한 주간지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특집 기사를 쏟아냈더라고요. 원 지사의 특집 인터뷰도 실렸는데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일자리 창출에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만한 소재가 없다. 특구로 지정되면 당장 1000개 넘는 일자리가 생길 것이다"라고 말이죠.
그러면서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되면 진짜 흑돼지 판별 등을 위한 농수산물 유통관리와 관광객 부가세 환급 등에 적용을 하고 싶다고 밝혔는데요. "대한민국의 미래를 고민하는 결정에 속 좁은 정치공학이 개입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며 은근슬쩍 정부를 견제하는 모습도 비췄습니다.
◇ 류도성> 서서히 중앙 정치권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면서요?
◆ 고재일> 네, 그렇습니다. 원 지사가 올해 초 탈당을 단행하기 전까지 한솥밥을 먹었던 정치인이죠. 바른미래당 하태경 최고위원 역시 지난 주 토요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의미 있는 발언을 남겼습니다. 현재 암호화폐공개 합법화법을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는데요.
"문통은 실물경제에 먹통일 뿐 아니라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는데도 먹통"이라며 "문통은 제주를 암호화폐특구로 만들겠다는 원희룡 지사를 적극 도와야 한다"고 엄호사격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아직 뚜렷이 윤곽이 드러나지는 않았습니다만,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이슈가 향후 얼마든 정치적인 이슈로 태세를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이 확인된 대목이 아닌가 싶습니다.
◇ 류도성> 그동안 도민 사회에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말을 꺼내지 않았던 원희룡 도지사 역시 도의회에 나서서 드디어 말을 꺼냈다고요?
◆ 고재일> 네, 그렇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고용호 도의원이 4일 도정질문 자리에서 "블록체인 허브도시가 무엇이고, 무엇이 좋아지는 것인지, 왜 해야 하는 것이냐"고 질의했는데요.
답변에 나선 원 지사는 "블록체인은 중앙 서버 없이 전 세계 흩어져 있는 컴퓨터끼리 직거래할 수 있는 새로운 인터넷 기술로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하듯 블록체인 기술 역시 모두가 쓸 수 있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과거 다음카카오를 유치한 것 보다는 한 분야 자체를 기업투자 유치할 수 있는 프로그램 중 하나"라고 블록체인 특구 추진을 설명했습니다.
◇ 류도성> 블록체인 특구에 대한 구체적인 밑그림이 나오나 싶었는데, 뭔가 좀 부족한 설명이라는 느낌 지울 수 없군요. 그런데 이런 가운데 해프닝이 하나 발생했어요?
◆ 고재일> 네, 그렇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할 만한 일이 하나 발생했습니다. 최근 여러가지 블록체인 관련 행사가 제주에서 개최되고 있는데요. 그제도 <2018 블록체인 월드 콩그레스 제주>라는 행사가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렸는데요.
홍보물을 보니까 제주특별자치도가 후원하고 원희룡 지사가 기조연설을 한다고 적시가 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내 이 모든 게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는데요. 제주특별자치도가 그제 공식 사과를 요구하면서 이를 바로잡았습니다.
◇ 류도성> 주최 측이 후원한 사실이 없는데도 이를 무단으로 도용했다는 말씀이시죠?
◆ 고재일> 네, 그렇습니다. 제주도의 설명이 이렇습니다. 몇몇 언론사가 11일 개최된 '2018 블록체인 월드콩그레스 제주' 행사를 설명하며 후원 제주특별자치도,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기조연설을 한다고 보도한 것을 두고 제주도와 어떠한 협의도 없이 주최 측이 일방적으로 언론사에 관련 내용을 보도 요청한 허위 사실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그러면서 사전 협의 없이 보도한 내용을 주최 측에 즉시 시정 조치 및 공개사과 할 것을 요구했고요. 행사현장 참석자 및 언론매체를 통한 공개 사과 및 모든 형식을 불문한 일체의 매체물 삭제 및 정정 요구 공문을 발송했고요. 제주도의 요구 사항에 대해 행사 주최 측이 불이행할 경우 형사상 고발 조치 등 관련절차에 따라 대응 예정이라고 칼을 뽑았습니다.
◇ 류도성> 제주도가 굉장히 세게 나가고 있네요? 그런데 듣자하니 이번 주최 도용 해프닝에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면서요?
◆ 고재일> 네, 그렇습니다. 제가 뉴스톡 이 시간 통해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고 있지 않겠습니까? 녹색성장과 환경과 관련한 블록체인 기술을 다룬다고 해서 세부적인 사항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 10일 제가 제주특별자치도에 문의를 했거든요.
그런데 담당 부서에서 행사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더라고요. 그때서야 결국 담당자가 지사 비서실과 환경담당 부서에 문의를 했고요. 그 결과 후원관련 사실이 없다고 공식 확인을 해줬습니다.
◇ 류도성> 그게 누굽니까?
◆ 고재일> 그제 개방형 공모로 담당관에서 국장으로 자리를 옮긴 노희섭 미래전략국장이었습니다. 그런데 노 국장의 설명을 들어보니 이처럼 블록체인 특구 추진과 관련해서 마치 제주도와 특별한 약속을 한 것처럼 소위 가짜뉴스를 흘리는 곳이 많아 골치가 아프다는 의외의 호소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사전에 조율이 되지도 않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제주도와 블록체인 관련해서 무슨 사업을 하기로 했다 또는 블록체인 특구 조성에 주도적으로 참여한다는 내용의 언론보도, 이른바 가짜뉴스가 쏟아져서 개인적으로 여러 차례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 류도성> 왜 하필 블록체인 특구 추진과 관련해서 이런 가짜뉴스들이 자꾸 발생하고 있을까요?
◆ 고재일> 아무래도 현재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분위기와 연관해서 들여다보면 이해가 좀 쉬울 겁니다. 사실 지난해부터 불기 시작한 암호화폐 투기 열풍이 올해 초 정부의 시장 규제 발표 이후에 상당히 위축된 상황이거든요.
액면 그대로 암호화폐 시장에 투자 혹은 투기를 위해 들어간 돈은 있는데 이게 지금 정부의 발표로 갈 곳이 없는 상황이 됐거든요. 그런 와중에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블록체인 특구를 추진하겠다고 하니 이들 자본의 기대심리가 커지는 양상입니다.
거래소든 ico를 준비하는 블록체인 관련 업체든 자신들의 입장에서는 마치 제주도의 특구 추진과 뭔가 하나라도 연관이 되어 있는 것처럼 보여야 여러 이해 관계자들을 안심시키기 좋을 겁니다. 또한 실제로 제주가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이 된 후에도 향후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을 겁니다.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자면 원희룡 지사의 블록체인 특구 구상이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것으로 구체적인 밑그림이 없다보니 지금과 같은 혼란은 어느 정도 예상된 상황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4일 도정질문 답변을 통해서도 원 지사는 저희 뉴스톡을 통해 지적한 것처럼 블록체인 특구 추진 관련 도민 사회의 공론화가 부족했다는 문제제기에 대해 혼란을 드렸다면 죄송하다고 머리를 숙였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정부가 '혁신 성장'에 대해 머리를 싸매고 있기 때문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차원에서 블록체인 특구 추진에 원론적인 입장을 제기한 것"이라며 "조만간 공청회 등을 거쳐 구체적인 안을 내놓겠다"고 답했습니다.
흔히 얘기들 하죠. 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에 사용되는 '선조치 후보고'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어쨌든 제주도가 조만간 블록체인 특구에 대한 구체적인 밑그림을 제시한다고 하니 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류도성> 개인적인 느낌일지 모르겠습니다만, 블록체인 특구 관련해서요. 공약을 내건 원희룡 도지사도 혹시 이 내용을 잘 모르는 게 아닐까 생각들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항간에는 블록체인 특구 공약 뒤에는 특정 이익집단이 자리하고 있다는 이런 소문도 있더라고요?
◆ 고재일> 류 아나운서가 말씀하신 내용을 저도 들은 바가 있습니다. 심지어 블록체인 관련단체의 고위 관계자를 선거 기간 중에 만나서 공약에 반영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이 내용을 직접 원 지사에게 문의를 해봤는데요.
◇ 류도성> 답변을 받으셨나요?
◆ 고재일> 네, 이렇게 답했습니다. "해당 고위 관계자를 선거전에는 뵌 적은 없다. 작년에 그 협회에서 저를 창립에 참여시키려고 요청했었는데 도정에 전념하고 선거 준비 문제 등으로 제가 간곡히 사양했었다"며 "블록체인 공약은 제주와 서울의 정보통신 기업들과 전문가들 다수가 요청한 것이고 어느 특정인이 특별히 많이 관여했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습니다.
◇ 류도성> 그렇군요. 어쨌든 제주도 입장에서는 블록체인 특구 추진에 따른 도민 공론화와 이해와 더불어 여러 가지 가짜뉴스에 대처해야 하는 두 가지 과제를 짊어지게 됐군요. 좋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뉴스톡> 지금까지 고재일 시사칼럼니스트와 함께 했습니다.뉴스톡>시사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