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 강화를 골자로 하는 '9.13 주택시장 안정 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방향이 대체로 바람직하지만 규제 강도가 크지는 않다고 진단했다. 다만, 정부의 향후 구체적 실천 여부에 따라 투기 수요에 대한 위협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는 "보유세를 강화하는 등 큰 방향은 잘 잡아서 투기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 같다"면서 "공시가격을 점진적으로 현실화한다고 한 것은 상당한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주택의 공시가격과 실거래가격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정 교수는 "지금까지 공시가격 현실화 문제를 많이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공시가격을 현실화하겠다고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면서 "그런데 이번에 발표를 했기 때문에 책임지기 위해서라도 구체안을 내놓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 교수는 "참여정부 때처럼 종부세 부과 기준을 6억원으로 정해, 6억원을 초과할 경우 종부세를 납부하도록 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 아마 현실적인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면서 "종부세 강화와 공정시장가액비율 연5%p씩 100%까지 인상, 공시가격 점진적 현실화가 같이 맞물리면 투기 수요 세력에 위협 효과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종부세 강화 방향은 맞지만 사실상 강도가 약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태경 헨리조지포럼 사무처장은 "현재 부동산 시장은 상당히 비이성적이다. 이 시장을 정신차리게 만들려면 '충격과 공포'가 필요한데 그것의 핵심은 역시 보유세"
라면서 "고가주택과 3주택이상자 등에만 종부세를 강화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이 사무처장은 "지금 부동산 시장에서 중저가 아파트가 급등했다는 것이 상당히 치명적이다. 특정 지역의 가격이 비싼 것은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던 사람들도 주위에 중저가 아파트가 급등한 것을 보고 너도나도 살려고 덤벼드는 것이 문제인데 그걸 끊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를 들어 공시가격은 10억 실거래가격이 14억이 넘는 서울의 한 아파트가 있다고 했을 때, 1세대 1주택자는 공시가격 합산액이 9억원 초과일 경우 종부세 납세 대상이므로 1억이 해당된다"면서 "1억의 세율이 0.5%, 50만원. 공정시장가격비율이 80%니까 40만원. 이 정도 아파트 살고 있는 사람이 40만원 더 내는 게 무서울까? 제대로 하려고 했으면, 실거래가 기준으로 6억 정도는 모두 포함되게 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공시가격과 실거래가격이 붙어 있으면 상관이 없지만, 현재는 너무 차이가 크니까 문제"라면서 "공시가격을 점진적으로 현실화 하겠다고 말했지만 그 동안 과연 투기 수요가 잠재워질지 미지수"라고 내다봤다.
그는 최고세율 3.2%에 대해서도 "최고세율 적용되는 게 공시가격 기준 94억"이라면서 "실거래가격도 아니고 공시가격으로, 서초에 있는 30평 아파트가 몇 채가 있어도 미치지 못할 가격이다. 최고세율 3.2% 높인다니까 엄청 난 것 같지만 참으로 허망한 얘기"라고 지적했다.
이 사무처장은 "지금은 말 그대로 비상 상황으로, 쉽게 말하자면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으니까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고 불을 꺼야 했는데 보유세 강도가 약하고 대출 규제도 더 조였어야 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도 "일반 시민들에게는 최고세율을 3%까지 올라가는 것이 엄청나게 느껴질 지 모르지만, 사실 공시가격으로 94억 이상의 주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3주택자 이상, 초고가 주택자에 대해서만 핀셋증세를 한 것이라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남 소장은 "우리나라는 서울 중심의 정책을 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가를 세금으로 낸다는 식으로, 종부세 개념을 펴야 한다"면서 "종부세 기준을 더 확대 했어야 했다. 참여정부의 종부세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주택 뿐 아니라, 부속토지에 대해서도 과세 강화가 필요했는데 이 부분이 빠졌다"며 "지금 정책은 거의 다 주택에만 초집중돼 있는데, 부동산 전반에 대해 세제를 강화해 불로소득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택 투기가 들끓으니까 주택만 때려잡고, 주택이 안정 되면 다른데로 가고 이렇게 되면 미봉책으로 그칠 뿐"이라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