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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북한

    역대 평양 남북정상회담의 인상적 장면들

    김정일 위원장, 김대중 대통령 '깜짝 마중'
    노무현 대통령은 걸어서 군사분계선 통과
    김정일 위원장도 "기다리면서 그 장면 봤다"
    北, 최고지도자 '경호' 위해 행사 직전까지 시간 통보 안해

    오는 18일부터 역대 세 번째 평양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 앞선 두 차례의 정상회담에서는 남북 역사에 기록될만한 파격적이고 인상적인 장면들이 많았다.

    남북관계와 한반도 비핵화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이번 정상회담에선 어떤 장면들이 연출될지 기대된다.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 55년의 분단을 넘어 두 정상의 첫 악수

    2000년 6월 13일 10시 25분 김대중 전 대통령을 태운 특별기가 평양 순안공항에 안착했다. 분단이래 처음으로 남북간 이동에 우리 국적 항공기(공군 1호기)가 북한에 착륙한 순간이다.

    공항은 환영을 나온 북한 인파로 인산 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어떤 예고도 없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 전 대통령을 깜짝 마중하러 나왔기 때문이다.

    조금 뒤인 오전 10시 37분 특별기 문이 열리고, 김 전 대통령은 천천히 계단을 걸어 내려왔다. 트랩 앞에 서있던 김 위원장은 함박 웃음을 지으며 김 전 대통령과 뜨거운 악수를 나눴다. 55년 분단 역사를 넘어 두 정상이 처음으로 손을 맞잡은 순간이었다.

    김 전 대통령은 공항 도착 성명을 통해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남녘 동포의 뜻에 따라 민족의 평화와 협력과 통일에 앞장서고자 평양에 왔다"고 선언했다.

    이후 두 정상은 인민군 의장대를 사열했다. 또 김 위원장은 김 전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에 동승하며 숙소인 백화원까지 이동했다. 그야말로 파격의 연속이었다.

    김 위원장의 '깜짝 마중'은 사전에 협의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당시 박준영 청와대 대변인은 고려호텔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을 통해 "공항에서 예상치 못했던 영접을 받고 다소 놀랐다. 김정일 위원장이 영접을 나올 것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사전 정보가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 거짓말까지 동원돼 이뤄진 '군사분계선 도보 횡단'

    지난 2007년 정상회담을 위해 군사분계선으로 넘어 북으로 향하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자료사진)

     

    2007년 정상회담 때 육로 방북을 택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넘는 장면을 연출했다.

    노 전 대통령은 "저의 이번 걸음이 금단의 벽을 허물고 민족의 고통을 해소하고, 고통을 넘어서서 평화와 번영의 길로 가는 계기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하며 권양숙 여사와 함께 군사분계선을 지나갔다.

    당시 이를 기획했던 사람은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오승록 현 서울 노원구청장이다.

    오 구청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회담을 앞두고 의전 조율을 위해 방북했는데, 군사분계선에 아무런 표시도 없고 밋밋했다"며 "대통령께서 차를 타고 지나가신다면 넘었는지 알아차리지도 못 할 상황이었다"고 회고했다.

    1948년 4월 19일, 남북대치 상황 속 단독정부 수립을 막기 위해 38선 표지석을 넘었던 김구 선생의 사진이 떠올랐다는 그는 노 전 대통령에게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넘어가시라'는 기획안을 보고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자연스럽게 넘어가면 되지 무슨 인위적인 이벤트를 만드느냐"고 퇴짜를 놓았다고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쉬웠다는 오 구청장은 문재인 당시 비서실장과 함께 "북측과 미리 합의됐다"는 거짓말까지 동원해 결국 허락을 받아냈다고 한다.

    오 구청장은 "대통령께서 합의가 됐다니 마지 못해 허락하셨는데, 사실 합의는 이후에 국정원장이 시나리오를 들고 평양에 가 조율한 것"이라며 "그 뒤 군사분계선에 임시로 노란 선을 긋고 실무적으로 보완해서 역사적 장면이 만들어 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장면은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개성에서 평양까지 2시간 남짓의 이동시간 내내 전 세계는 노 전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넘는 장면을 반복해 송출하며 의미를 부각시켰다.

    심지어 노 대통령을 맞이한 김정일 위원장마저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넘어오셨다면서, 오시는 것 기다리며 그 장면을 봤다"고 말했다고 한다.

    오 구청장은 "대통령께서는 그때가 되서야 자신이 어떤 일을 했는지 실감이 나셨다고 한다. 그날 매우 좋아하셨다"고 말했다.

    지난 4월 27일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함께 회담장으로 나서고 있다. (사진=자료사진)

     

    ◇ 숱한 돌발 이벤트들…이번엔 어떨까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양 측은 수차례 실무회담을 갖고 의전·경호·통신 등의 문제를 논의한다.

    여기서 큰 틀의 일정이 정해지지만, 남북정상회담에서는 예정에 없던 돌발 상황들이 수차례 발생했다.

    2000년 회담 때는 6월 12일 방북하기로 합의됐으나 북측은 10일 저녁 전통문을 보내 "기술적인 준비 관계로 불가피하게 하루 늦춰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토록 변경해 줄 것"이라 요청했다.

    2007년도에도 남북은 "8월 28일부터 8월 30일까지 평양에서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한다"고 합의한 바 있으나 북한의 갑작스러운 수해로 10월로 미뤄졌다.

    회담 중에는 김정일 위원장이 예정된 오전 10시로 예정된 정상회담에 30분가량 먼저 등장했고, 오후에는 15분 늦게 나타나기도 했다.

    또 회담장에 우리 측은 당시 권오규 경제부총리, 이재정 통일부 장관 등 4명이 앉아있었는데, 북한은 외교적 관례와 달리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1명 만을 배석시키는 어색한 장면도 연출됐다.

    김 위원장은 오후 회담에선 노 대통령에게 "일정을 하루 늦추고 모레 아침에 가시는 게 어떻겠습니까"라며 평양 체류일정을 늘릴 것을 전격 제안하기도 했다.

    돌발 제안에 노 대통령이 주저하자 김 위원장은 "대통령이 결심 못 하십니까. 대통령이 결심하시면 되는데"라며 압박하기도 했다.

    그러다 김 위원장은 회담이 끝날 때쯤 "충분히 대화를 나눴으니 안 해도 되겠다. 남측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을테니 본래대로 합시다"라며 제안을 거둬들였다.

    회담이 길어지자 원래 예정됐던 3대혁명전시관 중공업관 방문이 취소되기도 했다.

    당시 공식수행원으로 평양을 찾았던 한 인사는 "북한과 대략 언제, 어디서 만나고, 누가 나온다는 내용은 협의가 되지만, 딱 떨어지는 시간은 협의되지 않았다. 1시간 전이나 돼야 통보가 온다"고 회고했다. 최고지도자의 경호 문제로 일정이 임박해서야 정확한 시간을 공개한다는 말이다.

    이번에도 다양한 이벤트와 그에 못지 않은 돌발 상황들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두 차례 정상회담을 가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기에, 회담의 진행 상황에 따라 수시 접촉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또 문 대통령은 지난 4.27 판문점 회담 당시 남측 구역으로 넘어오는 김 위원장에게 "나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겠느냐"고 묻자 "지금 넘어가 볼까요"라는 답을 받아 북측 땅을 밟고 돌아온 기억이 있다.

    이번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에서도 역사에 기록될 인상적 장면들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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