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자료사진 (사진=윤창원 기자)
국회가 여론에 떠밀려 특수활동비를 사실상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으면서도 제20대 국회 특활비 사용 내역 공개는 거부하고 있다.
또 피감기관 지원으로 해외출장을 다녀와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소지가 있는 국회의원 38명에 대해서도 방치하고 있다.
지난달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도 '마이웨이'를 고집하면서 세간의 기억에서 잊히기를 바라는 모양새다.
◇ '폐지했으니 공개는 안한다'…시간 끄는 국회국회는 20대 국회의원 특활비 2016년 6월~12월 분의 세부내역을 공개하라는 1심 판결에도 불구하고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국회 의장실 관계자는 14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승소하려는 게 아니라 시간을 좀 벌어보겠다는 것"이라며 "시간을 두고 현역 의원이나 전 의장과 관련된 특활비 내역의 민감성을 줄여나가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특활비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잦아들 때까지 소송을 통해 시간을 끌어보겠다는 꼼수인 것이다.
최근에는 항소이유서까지 제출하며 법정공방을 준비하는 상태다. 항소이유서에는 그동안 국회가 의원외교의 기밀성 등 특활비를 고집했던 이유들을 열거됐다. 해당 이유들은 1심 재판에서의 타당하지 않다는 이유로 배제된 것들이다.
특히, 현재 특활비의 규모를 줄였고 투명화도 했으니 정보공개는 안 하겠다는 논리를 폈다.
국회는 항소이유서 "특수활동비 제도개선을 선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국민의 알권리는 기존에 비공개했던 특활비 세부 집행내역 등을 현재의 판단에 따라 일반에 공개하는 것보다는 제도적인 개선책 마련을 통해 투명성을 강화해 나감으로써 충족시키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2016년 특활비 공개 이후 "특정 회계연도에 대한 특수활동비 집행내역이 공개된 이후 이미 언론에 공개되었던 다른 정보와 결합해 매우 세부적인 정보가 재생산됐다"며 "(특활비 내역) 정보가 가지는 구체성이 제한적이어서 비공개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고 법원에 반박하기도 했다.
◇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 38명, 뒷짐만 진 국회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피감기관 지원으로 해외출장을 다녀와 김영란법 위반 소지가 있는 의원 38명에 대해서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권익위는 지난 7월 국회의원 38명과 연관된 피감기관들에 김영란법 위반 소지에 대한 자체 추가 조사를 요구하며 통보를 기다리는 상태다.
하지만 아직까지 조사결과를 통보해온 곳은 한 군데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유야무야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다만, 외교통상부 산하 한국국제협력단(KOICA)나 국제교류재단, 재외동포재단 등은 이달 초쯤 외교부에 1차적인 조사결과를 전달했다고 한다.
이에 외교부는 추가 조사를 지시한 상태다. 1차 조사결과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애초부터 국회가 이 문제와 관련해 피감기관의 자체조사 결과만 기다리겠다고 할 때부터 면죄부 논란이 있었다.
피감기관이 자체 예산으로 해외출장을 보내준 국회의원에게 김영란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는 게 어렵다는 지적 때문이다.
국회는 여전히 의원 38명에 대해 조사권한 자체가 없으므로 피감기관의 결과 발표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국회 관계자는 "국회가 공식적으로 38명에 대한 자체 감사나 윤리위원회 심사 등을 요청받은 게 없다"며 "피감기관의 결과를 본 뒤 대응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