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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괴' 김명민, "처절한 연예계 생존, 사람이 노하우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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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괴' 김명민, "처절한 연예계 생존, 사람이 노하우였죠"

    [노컷 인터뷰] '물괴' CG 탄생부터 혜리와의 만남까지…김명민의 비하인드 스토리
    "현장에 남들보다 일찍 나오는 이유? 스태프들과 소통하고 싶어서"

    영화 '물괴'에서 수색대장 윤겸 역을 연기한 배우 김명민.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확대이미지

     

    배우 김명민에게 '도전'이란 그다지 낯선 단어가 아니다. 드라마나 영화할 것 없이 도전적 역할들이 주어졌을 때, 김명민은 언제나 그것들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왔다. 이번 '물괴' 속 수색대장 윤겸 역도 마찬가지다.

    "크리처 무비에 대한 기대는 다 있지 않나요? 사실 제가 안 보이고 물괴만 보일 정도로 잘 나왔거든요. 흥망을 떠나서 이런 큰 제작비에 크리처 무비를 한국산으로 시도한 것 자체가 굉장한 도전인 것 같아요. 한국과 같은 불모지에 장르 다양성을 만들고자 하는 시도인데 많은 분들이 도전하고 있는 것에 함께 힘을 합쳐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장 큰 우려는 컴퓨터그래픽(CG)로 표현될 물괴가 과연 얼마나 현실감 있게 나오느냐였다. 김명민은 영화의 성패가 물괴의 완성도 여부에 달려있다고 봤다. 입버릇처럼 '물괴에게 밀려도 좋다'는 말이 거짓이 아닌 셈이다.

    "그렇게 디테일하게 잘 나올 줄 몰랐어요. 연민까지 느껴지게 연기를 하더라고요. 내가 연기를 못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어요. 좀 더 표현했어도 괜찮았는데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괴가 계속 개발되는 과정을 지켜본 결과, 지금 굉장한 완성도를 갖춘 겁니다. 아무래도 정태원 대표님의 공을 빼놓을 수 없겠죠. 정말 끝까지 집요하게 털 한가닥, 피 한방울 돈을 더 투자해가면서 계속 CG작업을 했거든요. 집요한 제작자가 있어야 이런 영화가 나오는 것 같아요. 난 우리 영화의 본질이 물괴라고 생각해요. 만약 물괴가 허접하게 나왔으면 우리가 아무리 용을 써도 수포로 돌아가거든요."

    실제 존재하지 않는 물괴를 눈 앞에 두고 연기를 펼치는 것이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함께 호흡을 맞추는 네 명 배우들의 연기합은 물론, 물괴에 대한 공포감과 혐오감을 어느 수위까지 표현해야 하는지가 관건이었다.

    "보이지 않는 크리처를 상대로 연기를 하는 게 막연했어요. 네 명이 각기 다른 상상을 하고 있으면 산만하고 따로 노는 것처럼 보일 수 있었거든요. 물괴에 대한 공포를 우리가 상상한 것보다 더 극한으로 끌어올렸던 것 같아요.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도 연기하기가 힘든데 상상 속 동물을 상대로 연기하려니까 한계가 있더라고요. 다음에 만약 이런 연기를 한다면 극한의 버전과 비장미가 있는 버전으로 두 가지를 준비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영화 '물괴'에서 수색대장 윤겸 역을 연기한 배우 김명민.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확대이미지

     

    '조선명탐정: 흡혈 괴마의 비밀' 인터뷰 당시 '더 이상 몸 많이 쓰는 액션은 못하겠다'던 말과 달리, 이번 영화에서 김명민은 거의 대부분의 액션을 소화하며 열정을 쏟았다. 시나리오를 딱 본 순간 '하겠다'고 결정하면 액션 등 부수적인 것들은 모두 뒷전으로 밀려 버린다고.

    "입이 방정이라고 몸 사리다가 더 당한 것 같아요.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다 액션인데 된통 걸렸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솔직히 깨끗한 마음으로 목욕재개하고 시나리오를 처음 보면 그런 게 안 보여요. 두 번째부터 역할을 보기 시작하는데 액션이 장난 아닌 거예요. '망했다' 생각했지만 뭐 어쩔 수 없죠. 이미 시나리오에 빠졌기 때문에 해야 되는 거거든요. 생각보다 굉장히 많은 분량을 제가 했어요. 표현이 되지 않은 게 억울하지만 처음 곡괭이 들고 싸우는 장면도 롱테이크로 찍었거든요. 무술 감독님 야심의 컷인데 롱테이크가 10초만 넘어가도 맛이 갑니다. 그게 1분이 넘어가니까 정말 사람 죽이더라고요."

    극중 자신의 하나뿐인 딸 명 역을 맡은 혜리와는 이제 허물없이 친해진 상태다. 혜리가 가진 빠른 적응력과 넓은 수용력은 약 20살에 달하는 나이 차이에도 불구, 이들을 한 식구처럼 돈독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장어도 사서 먹이고, 혜리에게 맛있는 걸 많이 먹였어요. 성격이 모난데가 없고 말귀를 빨리 알아들어요.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대답만 그럴듯하게 하고 똑같은 배우들도 많거든요. 그런데 혜리는 받아들이는 것도 빠르더라고요. 저도 원래 어렸을 때 선배가 하는 잔소리 듣기 싫었으니까 먼저 후배가 내게 조언을 구하면 그 때나 이야기를 해줘요. 그런데 혜리는 자세가 돼있으니 그런 조언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죠. 정말 툭 지나가면서 말을 던지기도 하고, 친한 사이에서만 할 수 있는 소통을 많이 했습니다."

    김명민하면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부터 '조선명탐정' 시리즈까지 사극으로도 상당한 전문성을 지닌 배우라는 것이 떠오른다. 혹시 그런 이미지가 이번 '물괴'에서 겹치는 것에 대한 우려는 없을까. 김명민은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내가 했던 작품들이고, 인기를 끌었고, 그런 잔상을 가지고 오는 건 괜찮아요. '불멸의 이순신'까지 다 오시라고 그래도 돼요. 다 오셔서 같이 보는 거죠. 사실 중반만 진입해도 화장실을 가지 못할 정도로 몰입이 되는 영홥니다. 언론배급 시사회가 끝나고 화장실에 가면 영화 분위기를 알 수 있어요. 화장실에 사람이 많으면 이 영화는 괜찮은 거죠. 그런 생리적 현상을 참고 본 거니까요. 이번 시사회에서는 그래서 마음이 좋았어요."

    영화 '물괴'에서 수색대장 윤겸 역을 연기한 배우 김명민.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확대이미지

     

    영화 촬영 현장에서 김명민의 일상은 조금 독특하다. 각 팀 감독 등 영화 현장의 헤드 스태프들 뿐만 아니라 막내 스태프들까지 이름을 외우고, 이들이 현장을 준비하는 시간에 똑같이 출근해 그 모습을 두 눈에 담는다. 쉬울 것 같지만 다른 배우들에게서는 흔히 찾아보기 어려운 노력이다.

    "저는 그게 즐거워요. 제가 살아있고, 이들이 살아있다는 걸 느끼거든요. 사실 영화는 그 현장의 막내 스태프 한 명까지도 배우와 함께 호흡을 하는 겁니다. 영화는 준비하는 과정에서 서로 토론도 많이 하고, 스태프들끼리 의견도 많이 나눠요. 그리고 그 지향점은 하나거든요. 배우들이 편하게 연기하고, 작품을 잘 만들자는 거죠. 그게 너무 대단한 것 같아요. 스태프들이 미리 준비하고 있는 현장에 가면 카메라도 세팅이 돼 있어요. 촬영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앵글 안에 분주히 돌아다니는 그들이 보입니다. 그럴 때마다 정말 숭고하고 아름답다는 생각을 해요. 그걸 보기 위해 빨리 가는 게 첫 번째 이유고, 빨리 현장에 가면 스태프들과 소통하면서 생기는 공기로 저를 또 채우는 거예요. 원래 제가 준비해가는 거 50, 현장에서 채우는 거 50이거든요."

    SBS 공채 탤런트로 발탁돼 길고 긴 무명시절을 보내면서 그는 '김명민'이라는 배우가 결코 혼자서는 설 수 없는 존재임을 직감했다. 지금의 김명민이 되기까지는 수많은 사람들과 얽힌 소중한 관계들과 이야기가 있었다.

    "연예계란 가장 아름답게 포장돼있지만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처절한 현장이죠. 무시당하고 수모는 일상이고, 함께 물이 들거나 자신을 지키지 못해서 떨어져 나가는 사람들도 많았어요. 그 세월을 잘 지키면서 나름 노하우가 생겼던 것 같아요. 당시 어려웠던 시기에 내게 좋은 말을 했건 그렇지 않았건 나를 생각해서 말을 해줬던 사람들과는 지금도 관계가 좋아요. 제게 눈치를 보며 말할 필요도 없을 때죠. 그런 말들이 저를 만든 겁니다. 성공과 실패는 정말 누구와 만나느냐가 중요해요. 섭섭한 건 순간이고, 서로 직언을 해주고 잡아주는 기본적인 것들이 중요해요. 그게 서로 신뢰를 하게 만들죠."

    '박수칠 때 떠난다'. 은퇴 시기를 정확히 잡아 놓은 것은 아니지만 김명민은 좋은 기억들로 충만한 순간에 배우 생활을 마무리하고자하는 꿈이 있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 그러고 싶은 마음에서 한 말이거든요. 그럼 언제 은퇴할거냐고 집요하게 물어보는 분들이 계세요. (웃음) 그냥 제가 이렇게 여러분들 앞에서 떠들고, 제 영화가 개봉하는 걸 보면 가진 역량에 비해 대단하게 해온 것 같아요. 정말 동경의 대상이었던 배우들과 함께 연기하고. 언제까지 잘 해나갈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긴 해요. 불안함은 아닌데 어느 순간 또 잘 되지 않아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잖아요. 연기만 열심히 하는 게 배우의 덕목이 아니니까요. 뜻하지 않게 갑자기 배우를 하지 못하게 될 때도 있고, 그런 여러 가지 상황이 있을 수 있으니 김명민이라는 사람이 좋은 모습으로 기억될 수 있을 때 떠나면 좋겠다는 생각이죠. 보통 사람의 인생보다 더 굴곡이 심하고 외부 영향을 많이 받는 게 배우의 인생이 아닐까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생각들을 항상 갖고 있는 것이고…. 어쨌든 그렇게 떠날 수 있는 시기를 알면 가장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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