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라디오 <임미현의 아침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임미현 앵커
■ 코너 : 김연지 기자의 <김연지의 it="" 인사이트="">
◇ 임미현> 정치 경제 산업 등 우리 사회를 다양하게 들여다보는 시간, 오늘은 산업부 김연지 기자의 'IT 인사이트'입니다. 김 기자. 오늘은 어떤 뉴스를 가져왔나요?
◆ 김연지> 네, 어제부터 남북 정상회담 이슈에다 지난주 공개된 아이폰 신제품에 세간이 떠들썩한데, 북한 사람들은 어떤 스마트폰을 쓰는지 궁금하더라고요. 그래서 한 번 알아봤습니다.
◇ 임미현> 처음 남북 정상회담 열릴 때 북한 사람들이 스마트폰 쓰는 모습들도 보이면서 안 그래도 좀 궁금했던 부분인데요, 어떤가요. 북한에서도 스마트폰을 많이 쓰긴 쓰나요?
◆ 김연지> 그 전에 좀 더 정확히 말씀드리면, 스마트폰은 없고요, 대신 '지능형 손전화기'가 있습니다.
◇ 임미현> 지능형 손전화기! 이게 북한식 표현인가 봐요.
◆ 김연지>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2016년 말 기준,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북한 휴대전화 가입자 수는 370만 명인데요, 지금은 400만 명 정도가 쓰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참고로 우리나라 이동전화 가입자 수는 6130만 명입니다.
◇ 임미현> 북한 인구가 약 2500만 명이니까, 스마트폰까진 아니어도 6명 중 1명은 휴대전화를 쓰고 있는 셈이네요. 스마트폰은 언제 처음 나왔나요?
◆ 김연지> 2008년 12월 북한의 한 선전매체는 "조국에서 2008년부터 3세대 이동통신봉사가 시작됐다"고 보도했는데요, 당시 이집트 통신회사인 오라스콤과 북한 체신성이 합작해서 고려링크란 이름으로 3G 이동통신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 임미현> 아이폰이 나온 게 2007년이니까 도입이 아주 늦은 건 아니네요? 폰은 어떤 걸 쓰나요? 아이폰, 갤럭시 같은 게 있나요?
◆ 김연지> 북한에서 유명한 3대폰은 아리랑, 평양타치, 터치 아니고 타치입니다. 그리고 진달래 이렇게 3가지인데요, 그중에서도 아리랑이 가장 인기 있는데, 북한 젊은이들은 "아리랑 손전화기 갖는 게 소원"이라고 할 정도라 합니다.
◇ 임미현> 최신 스마트폰 나오면 갖고 싶은 마음은 어디나 똑같나 봅니다. 앱도 비슷한가요?
◆ 김연지> 네, 여느 스마트폰처럼 전화나 문자, 연락처, 계산기부터 검색, 뉴스, 게임 앱 등 있을 건 다 있고요, 부르는 게 조금 다른데, 문자메시지는 통보문, 주소록은 번호책, 계산기는 수산기라 명칭합니다. 화면 잠금은 '화면 자물쇠 걸기'라 표현하는데, 얼굴인식, 음성인식 기능도 지원합니다.
특이한 건 '백두산 총서'라는 앱인데요, 이 앱에는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같은 북한 지도자의 발언이 담겼고요, 아리랑폰에 선탑재돼 나옵니다.
◇ 임미현> 늘 들고 다니는 휴대폰에 있으니 시시때때로, 이걸 보라는 얘긴가요?
◆ 김연지> 네 북한 전문가들은 그렇게 얘기합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할 수 있는 '사상 교육'이라는 거죠. 실제 대학생들에게 이런 북한 지도자의 노작 발취 과제를 많이 준다고 합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북한 학생들 (캡처=유튜브)
◇ 임미현> 그렇군요. 게임도 있다고요?
◆ 김연지> 네 종류도 많습니다. 젊은 층 사이에서, 특히 북한 여성들이 즐겨하는 모바일 게임에는 '말하는 곱슬이'가 있는데요, 고양이를 목욕시키고 이도 닦이고 하면서 반려동물을 관리하고 기르는 앱입니다. 또 '보석 캐기', '사탕 맞추기', '고무총쏘기' 등 게임앱도 다양합니다.
◇ 임미현> 스마트폰이나 이런 앱들 다 북한에서 만든 건가요?
◆ 김연지> 북한은 스마트폰도, 이런 앱들도 다 자체개발했다고 하는데요, 노스코리아테크에서 아리랑 폰을 입수해 분해해본 결과, 중국 저가 폰 유니스코프와 단말기 설계나 부품이 완전히 똑같았다고 합니다. 또 2014년에 자체개발했다는 평양타치도, 중국 저가 단말기와 전원, 카메라, 스피커 위치가 일치했고, CPU나 커버 뒷면에 적힌 고유번호까지 동일하다고 합니다.
◇ 임미현> 앱은 어때요??
◆ 김연지> 모든 앱이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아까 말씀드린 '말하는 곱슬이'는 구글 스토어에서 1억 다운로드를 기록한 '말하는 고양이 토킹진저', 그리고 고무총쏘기는 '앵그리버드'와 똑같습니다. 앱을 실행하면 개발한 업체로 보이는 회사 이름이 뜨긴 하지만, 캐릭터부터 게임 구동 방식이나 진행이 모두 똑같아 자체 개발보다는 복제에 가까운 듯합니다.
◇ 임미현> 그렇군요. 그럼 앱을 다운받는다는 건 북한에서도 인터넷이 된다는 건가요?
◆ 김연지> 검색은 되는데 인터넷은 안됩니다.
◇ 임미현> 그게 무슨 말?
◆ 김연지> 북한에서는 우리가 쓰는 일반적인 인터넷은 쓰지 못합니다. 대신 북한이 자체적으로 구축하고 국가가 운영하는 자체 인트라넷을 사용합니다. 인트라넷은 기술적으론 인터넷과 비슷하지만, 외부와 연결되지 않습니다.
이 인트라넷 이름은 '광명망'인데요, 광명망에 접속하면 북한의 유일한 포털사이트인 '광명'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광명에서는 각종 과학기술 자료나 교육 정보를 열람하거나 조선중앙통신, 로동신문 등 신문, 방송도 볼 수 있습니다.
◇ 임미현> 근데 그럼 앱을 어떻게 내려받아?
◆ 김연지> 아까 말씀드린 북한 자체 모바일 네트워크망에서 내려받거나, 아니면 직접 매장을 찾아가 케이블을 연결해 설치해야 합니다.
◇ 임미현> 아, 그렇군요. 스마트폰 가입은 그럼 어떻게 해요?
◆ 김연지> 이 절차도 굉장히 복잡하고 까다롭습니다. 우리는 그냥 스마트폰 사려면 가까운 대리점 가서 단말기 고르고 요금제 선택해 개통하면 되잖아요? 그런데 일단 북한에서는 기기 파는 곳과 가입하는 곳이 다릅니다. 일단 먼저 손 전화기 판매소에 가야 합니다.
◇ 임미현> 어떻게 보면, 우리는 이제서야 도입된 단말기 자급제 시장 형태로 시작되긴 한 거네요, 네 손전화기를 산 다음엔요?
북한 모바일 게임 (캡처=유튜브)
◆ 김연지> 기기를 사면 체신소, 우리로 따지면 우체국 같은 곳에 가서 통신 서비스 가입 신청서를 씁니다. 그리고 아무나 신청할 수도 없습니다. 북한에서는 직장인이 아니면 휴대전화를 살 수 없고요, 그래서 휴대전화 사려면 재직증명서가 꼭 필요하다고 합니다.
또 신청한다고 저희처럼 금방 개통되는 것도 아니고요, 보통 기기 구매부터 개통까지 한 달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 임미현> 한 달이나요?
◆ 김연지> 네 그래서 일종의 구매대행업체 같은 것도 등장했다는데요, 대행하면 손전화기 구매부터 개통까지 일주일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 임미현> 너무 번거롭네요. 가격도 궁금한데, 지능형 손전화기 가격은 얼마나 하나요?
◆ 김연지> 2016년에 출시한 '아리랑151'은 400달러, 최근 아이폰 같은 세련된 외관으로 출시된 '평양타치'는 700달러나 하는데요, 우리 돈으로 약 40만 원에서 80만 원 수준입니다. 물론 한국에 출시되는 플래그십 스마트폰보다는 싸지만, 북한에서는 쉽게 살 수 있는 손전화기가 아닙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북한 1인당 국민 총소득은 146만 원 정돕니다. 남한이 3198만 원인 것에 비하면 22분에 1 수준이고요, 이를 한달로 따지면 평균 12만 1667원에 불과합니다. 상당히 고가인 셈이죠.
◇ 임미현> 최소 넉 달 치 소득을 모아야 겨우 하나 사는 거네요?
◆ 김연지> 네, 이렇게 비싸도 정말 사고 싶어 한다고 합니다. 애플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우리 일상이 확연히 바뀌었듯, 북한에서도 이 '지능형 손전화기'가 주민들의 일상 많은 부분을 바꾸고 있는 건데요,
예를 들어, 예전에는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해당 물건을 파는 지역까지 직접 발품을 팔아야 했고, 큰 돈이 거래돼도 그걸 현금으로 싸들고 가서 그 자리에서 전해주고 또 물건을 들고 왔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지능형 손전화기로 구매, 운송, 결제 등 유통구조가 완전히 바뀐 겁니다.
◇ 임미현> 그렇죠. 우리도 예전엔 다 그렇게 했지만, 지금은 다 손 안에서 해결하죠. 그게 북한보다는 훨씬 앞섰던 거고..
◆ 김연지> 또 스마트폰으로 가격 정보도 교환하는데요, 예전엔 지역에 따라 농축산물 가격 시세가 천차만별이었는데, 스마트폰으로 지역 물가가 공유되면서 시장가격도 평준화됐다고 합니다.
또 북한 청년들에겐 이 비싼 손전화기가 '연애 필수품'이라는데요, "언제 어디서 만나자" 이런 데이트 약속도 이제 편하게 할 수 있고, 사정이 생겼을 때 바람 맞히거나 영문도 모르고 바람 맞을 일도 없고요, 지능형 손전화기 덕분에 연애도 발전중이라고 합니다.
◇ 임미현> 네 김 기자,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수고했어요.김연지의>임미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