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를 비롯한 여야 당대표들이 18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평양으로 향하는 전용기 탑승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18일 북한을 방문 중인 여야 3당 대표가 북측과 예정된 면담 약속에 나타나지 않아 북측이 불쾌감을 나타내는 일이 벌어졌다. 일각에서는 북한에서 '노쇼(No-Show·고객이 예약을 하고 제 시간에 나타나지 않는 것)'를 보여주며 결례를 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민주평화당 정동영,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이날 오후 3시 30분 평양 만수대 의사당에서 안동춘 최고인민회의 부의장 등과 면담이 예정돼 있었다. 북측 관계자들과 취재진은 약속 시간보다 30분 가량 일찍 약속 장소에 도착해 기다렸지만, 3당 대표들은 오후 4시 20분경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면담은 무산됐다.
행사를 관할하는 북측 관계자들은 약속 시간이 오후 3시 30분이 지났을 무렵 면담 참석자들에게 "(남측 당 대표들이)조금 늦어지는 것 같다. 남측 대표단 출발이 늦는 것 같다"고 설명해 대기 상태가 이어졌다.
면담 예정시간이 20분이 지난 오후 3시 50분이 넘어가도 남측 당 대표들이 나타나지 않자, 북측 관계자들이 술렁이기 시작했지만 "아직 대표단이 호텔을 출발하지 않은 것 같다"는 말에 기다림은 지속됐다.
예정 시간을 40분 이상 넘기자 면담은 사실상 취소 분위기로 흘렀다. 이에 대해 일부 북측 관계자들은 남측 취재진에게 "이런 경우가 어디 있느냐.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결국, 16시 17분경 북측 취재진 인솔자는 남측 취재진에게 "호텔로 돌아가자"고 말했고, 안 부의장은 남측 취재진에게 "수고했다"고 말을 건네며 자리를 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17시 10분경 고려호텔 로비에서 기자와 만나 "일정을 재조정하고 있다"고 했고, 정의당 이 대표도 "일정에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 그 시간에 정당 대표들끼리 간담회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약속 시간에 나타나지 않은 구체적 이유에 대해선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날 특별방문단 자격으로 평양정상회담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과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한완상 전 부총리 등은 북한 서열 2위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나 지방자치단체 간 교류 확대 방안과 군사적 긴장 완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김 상임위원장은 이날 오후 3시 30분경 만수대의사당 대회의장에서 열린 면담 모두발언에서 "문 대통령의 특별수행원들의 평양 방문을 열렬히 환영한다"며 "북남은 물론 국제사회가 관심을 두고 있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공동번영, 통일의 국면을 여는 중요한 계기가 되길 바라고 있다"고 일행을 환영했다.
그러면서 "세 차례에 걸친 북남 수뇌부의 상봉이다 보니 한평생 북남 화해와 통일을 위해 애쓰신 김일성 주석님과 김정일 장군님에 대한 그리움이 커져간다"며 "북남 수뇌부의 역사적인 평양 상봉을 하니 감회가 새롭다"고 강조했다.
우리 측에서는 박 시장이 지자체 간 교류 필요성을 언급했고,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온 박 의원은 김 상임위원장과 악수를 하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박 의원은 방북을 앞두고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제일 정이 많이 든 김영남과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다"고 언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