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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행법, 재벌 진입 제한 '시행령'에 담아 '꼼수' 통과



금융/증시

    인터넷은행법, 재벌 진입 제한 '시행령'에 담아 '꼼수' 통과

    산업자본, 인터넷은행 지분 상한 4%에서 34%로 완화
    논란의 핵심이었던 '재벌의 인터넷은행 진입 제한' 시행령에 담아 정무위 통과
    지상욱 "대통령 의지 따라 시행령 개정 가능성, 법적 안정성 훼손 위험"
    이학영 "박근혜정부 때 세월호 특조위 시행령, 법 취지 반(反)했지만 강행"
    추혜선 "입법부 스스로 본연 책무 져버리고 행정부에 과도한 책무 전가"

    국회 정무위원회는 19일 전체 회의를 열고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제한)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제정안을 의결했다. 그러나 가장 핵심 쟁점이었던 재벌의 진입 제한 규정을 '법안'에 담지 않고 '시행령'에 넣기로 해, 입법부의 책임을 방기한 채 행정부에 과도한 권한을 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 인터넷은행법 핵심 '재벌 진입 제한' 시행령에 담아 '꼼수' 통과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인터넷은행 특례법의 핵심은 산업자본의 인터넷전문은행 지분 상한을 기존 4%에서 34%로 높이는 것이다. 이처럼 산업자본의 인터넷전문은행 지분 소유를 완화해주면 재벌이나 대기업이 인터넷은행을 지배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정무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산업자본의 지분 소유 완화에 어느 정도 의견을 모았지만, 재벌의 인터넷은행 진입 제한을 두고는 막판까지 치열하게 다퉜다. 끝내 합의를 이루지 못하자, 여야 3당 원내대표가 나섰다. 이들은 민생 법안을 통과하기로 하고, 인터넷은행특례법과 관련해선 재벌의 인터넷은행 진입 제한과 관련한 별도의 규정을 두지 않기로 했다.

    대신 자산 10조원 이상의 상호출자 제한기업, 이른바 '재벌'의 진입을 막되, 카카오와 KT 등 정보통신기술(ICT)업의 자산 비중이 50%인 기업은 허용한다는 규정을 '시행령'에 담기로 했다.

    당초 민주당은 재벌의 인터넷은행 진입 제한 규정을 법 본문에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지만, 협상 과정에서 'ICT 기업 예외적 허용' 규정을 관철하는 대신 '재벌 진입 제한 조항을 시행령에 위임하자'는 한국당안을 수용했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입법 취지 등이 소위 회의록에 남아 있기 때문에 정부가 바뀐다고 해서 시행령을 마음대로 바꿀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행령은 대통령령으로, 대통령 의지에 따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치면 쉽게 변경 가능하다. 입법 취지 등이 아무리 소위 회의록에 담긴다 해도, 바뀐 정부가 그 취지를 따를 필요가 없을 뿐더러 강제성도 없다. 국회가 시행령보다 상위법인 법률을 제정할 수 있음에도 이를 방기했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의 가장 중요한 법적 취지나 내용을 시행령에 넣는 것은 정부에 과도하게 자의적 권한을 주는 것으로, 입법 형태에 위배된다고 생각한다"며 "행정부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 의지에 따라 시행령이 개정될 수 있어 향후 법적 안정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반대하며 소위를 퇴장했다.

    지 의원이 퇴장했지만, 소위 진행은 계속됐고 인터넷은행 특례법은 소위를 통과했다. 이어서 열린 전체회의에서도 통과됐다.

    다만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정무위 전체회의 발언을 톻애 "여야 합의는 존중하지만 속기록에 문제 제기가 있었다는 기록을 남겨달라"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의원은 "시행령은 정권이 바뀌면 언제든 고칠 수 있는 것이고 그래왔다"면서 "부대의견으로 규정하면 충분하다고 하지만 부대 의견은 강제성이 없다. 지난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임의 제한 시행령도 대형재난을 조사하겠다는 법의 취지에 반했지만, 그대로 강행해 조사활동을 방해했다"고 말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도 "재벌의 은행 소유 규정을 시행령에 위임해 향후 정권에 따라 시행령을 개정하면 재벌이 은행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며 "법령 개정과 시행령 개정, 어느 게 엄격한지는 여기 의원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입법부 스스로 본연의 책무를 져버리고 행정부에 과도한 책무를 전가했다"고 비판했다.

     

    ◇ "까다로운 시행령으로 대기업 진입 제한? 시행령 바꾸면 그만인데 '말장난'"

    이런 상황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팩트브리핑'을 통해 "인터넷은행특례법이 대기업의 은행 소유를 원천 차단했다"며 "은행법 시행령에 규정된 대주주 자격 요건을 인터넷은행특레법에서는 법률로 상위 규정화"했다며 홍보했다.

    또 "국회 부대의견으로 상호출자제한집단(10조원) 진입 금지, 정보통신업 영위회사만 예외 허용하도록 시행령에 담게 함으로써 시행령 개정을 엄격하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팩트에 오류가 있고 논리가 왜곡됐다며 조목조목 반론을 제시했다.

    참여연대는 "논의의 기초가 되었던 정재호 의원안 본문에 명시돼 있던 '동일인이 자연인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제외한다'라는 문구를 삭제한 채, 논란이 된 부분인 '경제력 집중 억제' 및 '정보통신업 비중' 등을 시행령으로 내려 보냈다"면서 "이것이 논란의 핵심인데 더불어민주당의 팩트브리핑에서는 슬그머니 이 사실을 은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 금융 전문가는 "대주주 자격 요건을 법률로 규정하겠다며 은행법보다 강도 높은 규정이라고 말하지만, '소유 제한'보다는 한참 못 미치는 규제안"이라면서 "정권이 바뀌면 대통령이 쉽게 바꿔버릴 수 있는 시행령을 까다롭게 만들어서 재벌의 진입 제한을 막는다고 홍보하는 것도 국민들에게 말장난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남북정상회담에 이목을 집중시키고 상당히 논란의 여지가 있는 법안을 상임위에서 통과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야 원내교섭단체 간 합의를 이룬 뒤 정무위 소위와 전체회의를 일사천리로 통과한 인터넷은행특례법은 20일 법사위를 거쳐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이날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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