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밤 평양 5.1 경기장에서 열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평양 시민들앞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2월 평창동계올림픽부터 9.19 평양공동선언까지의 5개월 여정은 평화의 불씨를 피우는 시작 단계에서 미래의 평화를 담보하는 단계로 성큼성큼 전진했다.
5개월, 정확히 115일 동안 이 여정의 운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그는 이번에도 북미 간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외교력을 발휘해 두 국가 간 교착상태에 빠진 관계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 '새로운 시작'→ '새로운 미래'…달라진 슬로건지난 4월 27일 제1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슬로건은 '평화, 새로운 시작', 이번 제3차 남북정상회담의 슬로건은 '평화, 새로운 미래'다.
불과 5개월여 만에 시작에서 미래로 발전하게 된 셈이다. 5개월 동안 여러 차례 열린 고위급회담과 군사회담, 남북스포츠 교류 등으로 남북관계가 발전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불과 1년 전만해도 한반도에는 전운이 감돌았다. 북한의 제6차 핵실험과 북한에 억류됐다가 석방된 지 엿새 만에 사망한 오토 웜비어 사건 등은 한반도를 살얼음판으로 만들었다.
평화의 주춧돌을 놓게 된 계기는 올해 2월에 열린 평창동계올림픽이었다. 남북이 함께 팀을 꾸려 출전하고, 북한의 실세로 불리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방남하는 등 평화의 전기가 마련됐다.
이어 3월 우리 측은 대북 특사단을 파견해 4.27 정상회담의 발판을 마련했고, 마침내 1차 정상회담이 이뤄졌다.
5월에는 한미정상회담, 6월에는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졌다. 북미정상회담은 최초로 열리는 것이었다.
이도훈 평화교섭본부장은 20일 동대문 디자인플라자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통해 "지난 2월 평창올림릭부터 4.27판문점 남북회담, 한미정상회담 거쳐 북미정상회담으로까지 이어졌다"며 "그 과정에서 지금 이곳까지 오게 됐다. 결코 작은 진전이라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 고비마다 운전대 잡은 文…정상회담으로 정면돌파5개월의 여정 동안 고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문 대통령이 '한반도 운전자론'을 꺼내들 당시에는 "대리운전 아니냐"는 보수야권의 조롱에 가까운 비판도 있었다.
위기는 수십 년간 적대관계로 지내온 북미관계에서 발생하곤 했다.
가장 큰 위기는 지난 5월 24일에 찾아왔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엄청난 분노와 방대한 적대감"( the tremendous anger and open hostility)을 이유로 북미정상회담 계획을 취소하며 한반도와 전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당시는 한미정상회담이 끝난 지 이틀밖에 되지 않았던 때다. 문 대통령은 미국 워싱턴D.C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최초의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질 수 있도록 밑바닥을 다지는 역할에 총력을 기울였었다.
문 대통령의 해법은 '번개 남북정상회담'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가 있은 지 이틀 만인 26일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판문점에서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다음날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북미 두 정상은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며 "회담도 잘 되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결국 문 대통령의 중재가 빛을 발했다. 6.12 북미정상회담은 성사됐고, 이는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한 발 더 앞당겼다.
이번 3차 정상회담도 이전과 같은 모양새가 되고 있다. 최근까지 북측의 종전선언 요구와 미국 측의 핵 리스트 제출 등이 맞부딪치며 양측의 긴장이 팽팽해졌다.
교착상태에 빠져 있던 양측 사이에서 문 대통령은 이번 3차 정상회담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북한으로부터 좋은 소식이있다"며 "우리는 훌륭한 반응을 얻었다"고 남북정상회담을 높게 평가했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실무작업도 조만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카운터파트인 리용호 외무상을 다음주 뉴욕에서 만나자고 초청했다"고 밝혔다. 또다시 문 대통령의 중재외교가 빛을 바라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