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유재명이 '명당'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 '배우들의 눈'



영화

    유재명이 '명당'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 '배우들의 눈'

    [노컷 인터뷰] '명당' 구용식 역 유재명 ①

    지난 18일, 배우 유재명이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 앞선 포토타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올해 유재명은 아주 바쁜 한 해를 보냈다. 지난해 시작한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올해 1월까지 계속됐고, 여름부터는 '비밀의 숲' 이수연 작가의 신작 JTBC '라이프'에 나왔고, '라이프' 종영 후 2부작 드라마 '탁구공'이 곧바로 이어졌다.

    스크린에서도 쉬지 않았다. 올해 2월 '골든슬럼버'에서 황 국장 역으로 출연한 그는, 이번 달(9월)에만 세 편의 영화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봄의 기억을 안고 사는 사람들의 하루를 그린 '봄이 가도'와 정식 개봉 전부터 각종 상을 휩쓸며 호평받은 '죄 많은 소녀', 추석 극장가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일 대작 '명당'에 나왔다.

    부산에서 오랜 시간 연극에만 몰두했던 유재명은 tvN '응답하라 1988'에서 동룡이 아버지 류재명 역을 맡으며 영상매체에 본격적으로 얼굴을 비쳤다. 최근 2~3년 사이 주목받는 TV 드라마 대다수에 유재명이 있었다. 다음 달 결혼을 앞두고 있어, 화젯거리는 차고 넘쳤다. 거기다 평소 인터뷰를 자주 하거나, 드라마 외 프로그램에 잘 출연하지 않아 대중의 궁금증과 호기심이 커진 상태.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유재명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그의 자리 앞에는 헛개나무 음료가 놓여 있었다. 전날인 17일 VIP 시사회가 있어서 마셨다며 멋쩍은 웃음을 짓는 것으로 인터뷰는 시작됐다.

    ◇ '명당' 구용식이 보통의 감초 캐릭터와 다른 점

    '명당'은 천재 지관 박재상(조승우 분)과 왕이 탄생할 천하명당을 차지하려는 이들의 대립과 욕망을 그려낸 작품이다. 유재명이 맡은 구용식은 타고난 장사꾼이다. 풍수지리에 밝은 친구 박재상의 도움으로 큰돈을 번 후, 그 은혜를 잊지 않고 살뜰히 박재상을 챙기는 인물이다.

    구용식이란 캐릭터를 처음 봤을 때, 유재명은 '재미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정 많고 수완 좋은 장사꾼이지만 끝내 살아남는 캐릭터라는 점이 끌렸다고. 박희곤 감독도 구용식은 영화에서 기능적으로 존재하는 감초 캐릭터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코믹, 감초 캐릭터는 저희 선배 중에도 일가를 이룰 수 있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그런데 감독님과 대화하면서 구용식은 단순한 조역은 아니라는 말을 들었어요. 이들(주인공들)만큼이나 확실한 신념이 있는 남자라고요. 대대손손 부귀영화를 누리는 명당 터를 찾기 위해 암투를 벌이는 욕망 덩어리들 속에서도 어떻게든 살아남는… '내가 살아야 하지 않냐'고 끊임없이 갈구하는 인물이니, 방향성이 다르지 않고 하나의 완성된 주체로 생각해 달라고 했어요."

    유재명은 '명당'에서 땅을 재물로 만드는 자 구용식 역을 맡았다.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웃기려고 하면 오히려 극의 전체적인 흐름을 망치게 될 것 같아 우려했다던 유재명의 생각과 감독의 생각은 일치했다. 웃음 유발용 캐릭터가 아니라는 걸 잘 알았기에, 유재명은 절제했다. 덕분에 그가 염려했던 '밸런스'는 깨지지 않았다.

    박 감독은 '유재명 배우를 만나지 못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유재명이 역할 준비를 완벽하게 했다고 극찬했다. '명당'에서 보여준 연기에 만족하냐는 질문에 유재명은 "배우들의 본성상 자기 연기를 보면 부끄럽고 민망해한다"고 답했다.

    언제나처럼, 자기 연기를 보는 것이 쑥스러웠지만 '명당'에서 새로 느낀 것은 있었다. 예전보다는 강박감이 덜해졌단다. NG 내기 싫고, 무조건 정확하게 하고 싶어서 자신을 몰아붙이는 방식으로 작업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좀 더 편한 마음으로 했다.

    유재명이 마음에 든 부분은 역시나 '절제'다. 그는 "감독님이 '재명 씨 마음껏 하시라'고 하셨다. 만약 제가 속된 말로 (역할을) '다 따먹는' 걸 선택했다면 작품 전체의 밸런스를 망쳤을 텐데, 그걸 경계했던 부분은 만족한다"고 부연했다.

    "제가 염장이 구 씨 아들이에요. 당시 염장이라면 천민 계급이겠죠. 핍박받는 계급이요. 영화에서는 빠졌는데 제가 너무 힘들게 살던 중 재상이가 터를 한번 바꿔보라고 하고, 그 후 재물이 들어오는 게 있어요. 구용식은 박재상에게 엄청난 마음의 빚을 가지고 있는 은인인 거죠. 그 베이스가 있으니 과하게 할 수 없는 거죠."

    ◇ 기대작 쏟아진 추석 극장가, '명당'이 지닌 매력

    다음 주로 다가온 추석 연휴에 맞춰 개봉한 영화는 '명당'만이 아니다. 조인성이 양만춘 장군으로 변신한 '안시성'과 손예진-현빈이 함께 연기한 '협상'이 모두 지난 19일 개봉했다.

    19일 개봉한 '명당', '안시성', '협상'의 예매율과 관객수에 관한 관심이 쏠린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세 편의 개봉 전날(18일 정오 기준) 예매율은 압도적인 1위가 없었다. '안시성'이 27.3%, '명당'이 27.2%, '협상'이 17.5%였으니 말이다.

    유재명은 인터뷰 첫날인 17일만 해도 예매율을 확인하느라 입이 탔다고 털어놨다. 한 번 보기 시작하니까 핸드폰을 계속 쥐고 있게 되고, 정신 건강에 좋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제 굳이 찾아보려고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고. 거친 경쟁이 예상되는 추석 극장가에서 '명당'은 어떤 강점으로 관객 품을 파고들까.

    배우 유재명 (사진=황진환 기자)

     

    VIP 시사회 때 영화를 처음 접한 유재명은 한 장면 한 장면 집중해서 봤다고 전했다. 그는 "배우들의 조화가 너무 좋았다. 시나리오보다 (영화가) 훨씬 더 풍성하게 나온 것 같다. 대중 시선을 맞추기 위해서 삭제, 편집된 부분이 있긴 한데… 팔이 안으로 굽지 않을까. 특히 배우들의 눈이 기억난다. 조승우 씨, 지성 씨, 문채원 씨, 김성균 씨 등 그들의 눈이 머릿속에 각인돼 있다"고 말했다.

    "추석이라는 큰 명절에 큰 영화들이 같이 올라가 있는데 설레더라고요. 기자분들이 (영화를) 어떻게 보셨을까 되게 궁금하기도 하고요. 호불호가 있겠죠. 좋게 봐 주시는 분도, 아쉬워하는 분도 있겠고요. 아무래도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단점도 있겠지만 제 기준에서는 좋은 점을 많이 보게 됐어요. 배우들의 호흡과 조화랄까요. 제가 알고 있지 못했던 부분을 배우들에게 많이 봤어요.

    지성 씨 연기 보면서 '아, 이 배우한테 이런 칼이 있었나?' 싶었어요. 사슴 같은 눈망울로 욕망을 막 펼치는 씬을 보면서요. 문채원 씨는 '아, 이래서 사극에 어울리는 분이구나' 했어요. (조)승우 배우 같은 경우 어떤 분은 (그 캐릭터를) 심심하게 보실 수도 있겠지만, 저는 승우가 중심을 기가 막히게 잡았다고 봐요. 승우 인터뷰 보니까 자기는 뒤에서 받쳐주는 역할이었다고 했더라고요. (강)태오도 너무 좋았고, (이)원근이는 무릎 꿇는 씬 보는데, 신인이기 때문에 아쉬움이 생길 수도 있는데 진심을 담으려고 했던 그 씬에서 고생한 게 느껴졌어요."

    ◇ 3번이나 같은 작품에서 만난 조승우와 평소 하는 얘기는

    유재명은 그동안 같이 작품에 출연했던 배우들과 '명당'에서 재회했다. 김성균과는 드라마 '응답하라 1988'과 영화 '골든슬럼버'에서, 강태오와는 한-베트남 합작 드라마 '오늘도 청춘'에서, 이원근과는 '굿와이프'에서, 백윤식과는 '내부자들'에서 같이 연기한 적이 있다. 지성과는 처음 만났다. 문채원이 주연을 맡은 '굿닥터'에 특별출연한 적이 있으나 연기해 본 건 사실상 처음이고, 백윤식과도 부딪히는 장면은 처음이었다.

    이중 가장 화제를 모은 것은 조승우와의 인연이었다. '비밀의 숲', '라이프'에 이어 영화 '명당'까지 지난해부터 3연속 같은 작품에 출연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조승우 이야기가 빠질 수 없었다. 주로 어떤 얘기를 하느냐고 묻자 "별로 없다"는 다소 싱거운 답이 나왔다.

    유재명과 조승우는 '비밀의 숲', '라이프', 이번 '명당'까지 세 번이나 연달아 호흡을 맞췄다.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유재명은 "저희가 액션과 리액션을 짜지 않는다. '형, 내가 이렇게 돌 테니까 와 줘' 이게 아니다. (자연스럽게 하는 게) 합인 것 같다"면서 "둘 다 말이 많은 편은 아닌데 툭툭 던진다. 약간 '슴슴한'('심심하다'의 북한어) 관계"라고 말했다.

    중요한 건 그 슴슴한 대화 안에서도 생각할 거리가 생긴다는 거다. 유재명은 "무대에서 활동했지만 승우 배우의 뮤지컬을 많이 보진 못했다. 다만 몇천 명의 관객 앞에서 2시간~2시간 반 동안 에너지 뿜어내야 한다는 걸 잘 안다. 그런데 영상 매체에서 연기할 땐 그 누구보다 섬세하고 절제돼 있다. 그 양 극단의 에너지를 보면서 되게 치밀하게 준비한다는 걸 알게 됐다. 호흡을 맞춰 보니까 느껴지더라"라고 전했다. <계속>

    (노컷 인터뷰 ② '라이프'부터 '명당'까지, 유재명이 밝힌 다작 이유)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