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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평양회담 와중 펼쳐진 품격없는 청문회



뒤끝작렬

    [뒤끝작렬] 평양회담 와중 펼쳐진 품격없는 청문회

    장관 후보자에 "동성애자냐" 묻은 이종명
    진선미도 "총선 출마하겠다"며 대놓고 '시한부 장관' 확인
    남북정상회담 중에도 관심 받았지만 그 방법이 '논란'이어서 아쉬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진 후보자가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후보자께서는 동성애자는 아니시죠?"

    온 국민의 관심이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백두산 동반 등반에 쏠렸을 무렵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는 성 정체성을 공개적으로 묻는 황당한 질문이 나왔다.

    자유한국당 이종명 의원이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청문회에 참석 중이던 진선미 의원에게 던진 이 질문은 국회의원의 입에서 나온 말이 맞나 싶을 정도로 노골적이었다.

    당황한 진 후보자가 "질문 자체가 차별성을 담고 있을 수 있다. 조금 위험한 발언이시다"라며 답을 피하려 했지만, 이 의원은 "굉장히 중요한 질문인데 답변을 회피하시면 (어떻게 하느냐)"며 거듭 압박을 가했다.

    이 의원은 진 후보자가 평소 성소수자나 동성애와 관련한 활동에 참여해왔기에 "동성애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가지고 계시다"며 이를 확인하기 위해 묻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성애가 아직 사회적으로 기피되는 현상이 있고 에이즈(AIDS) 등 질병 발병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는 등 우려의 목소리도 있기 때문에 주무부처의 수장이 될 후보자에게 이와 관련한 생각을 물을 수는 있다.

    그러나 장관 후보자든 일반인이든 사실여부와 상관없이 대뜸 "당신 동성애자요?"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불쾌함을 느끼지 않을 사람은 없다.

    더구나 동성애를 잘못된 행위라는 시각을 가진 보수정당의 의원이 이런 질문을 한다면 모욕감을 느낄수도 있다.

    이 의원의 발언 보도 후 들끓은 여론만 봐도 자명하다.

    SNS 등 온라인에서는 "황당하다", "부끄럽다", "자신의 정체성을 모욕당한 수많은 동성애자들에 대한 모욕이다" 등 발언 자체를 문제 삼는 내용은 물론 "당신 같은 수준이 우리를 대표하는 국회의원이라니", "수준이 참 천박하다" 등 이 의원을 비난하는 글들이 쏟아져 나왔다.

    진 후보자 또한 지나친 '솔직한 답변'으로 스스로 도마위에 올랐다.

    진 후보자는 "차기 총선에 출마하겠느냐"는 바른미래당 김수민 의원의 질문에 "지금 생각은 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선거에 출마하려면 선거일 90일 전에는 공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21대 총선이 2020년 4월에 치러지는 점을 감안한다면 진 후보자는 장관이 되더라도 2019년 말에서 2020년 초 사이에 사임을 해야 한다.

    길어야 1년 2개월짜리 시한부 장관인 셈이다.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고, 가치의 우선순위가 개인마다 다를 수 있으므로 '장관직이 더 중요하니 총선에 출마하지 말라'는 논리를 펼칠 수는 없다.

    그러나 단기·중기·장기 과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쳐야 하는 정부부처의 수장이 임명되기도 전에 임기를 스스로 못 박는 것은 신임 장관을 기다리고 있는 해당 부처 관료들의 맥을 빠지게 할 수 있다.

    "일이라는 것은 흐름이 있고 중장기적인 여성정책 방향을 설정하고 사회와 현장에서 실체적 변화를 이끌어 내는 책임 있는 장관이기에 총선을 앞두고라도 충분한 임기가 보장돼야 하지 않느냐"고 지적한 김 의원의 발언도 궤를 같이 한다.

    진 후보자는 "'정말 출마하기에 아깝다'고 생각할 정도의 성과를 내도록 열심히 하겠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이 일이라는 것이 제가 하고자 해서 되는 것만도 아니고 임명권자의 의견도 있기 때문에"라며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청와대도 '시한부 장관을 들여왔어야 했을 정도로 인재가 없었냐'는 비판이 나올법한 상황이다.

    이번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남북 정상회담 기간에 청문회가 잡혀 무관심 속에 치러지게 됐다"는 볼멘소리가 나왔었다.

    국민의 관심의 얻기는 했지만 그 방법이 날카로운 질문과 품격 있는 답변 대신 논란을 불러일으킨 발언들이어서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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