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V-리그 신인 드래프트는 사실한 한국 국적의 선수에게만 기회를 주고 있다. 국내에서 배구선수로 활약하는 외국 국적 선수는 트라이아웃을 통해서만 V-리그 진입 기회를 얻을 수 있다.(사진=한국배구연맹)
홍콩 출신 알렉스(경희대)를 시작으로 아시아 출신 선수의 V-리그 진출 시도가 잦아질 전망이다. 이제는 V-리그도 변해야 한다.
최근 2018 신인 드래프트를 앞둔 V-리그 남자부는 홍콩 출신 경희대 센터 알렉스의 귀화 추진으로 시끌시끌하다. 현재 경희대 4학년인 알렉스는 졸업을 앞두고 V-리그 신인 드래프트 참가를 위해 특별 귀화를 추진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 진출설과 졸업 연기 등 기존 국내 선수와는 다른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현재 V-리그 규정상 신인 드래프트 참가 자격에는 한국 국적 선수를 특정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의 신인 드래프트 전례가 없는 만큼 사실상 현재 규정은 국내 선수에 한정해 만들어졌다. 외국인 선수가 V-리그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현재는 트라이아웃 참가가 유일하다.
알렉스는 최소 5년의 국내 거주 기한을 채우지 못해 일반 귀화 신청을 하지 못하는 만큼 4학년인 그는 드래프트 이전에 특별 귀화를 통해 한국 국적을 얻어 V-리그 입성을 원했다. 하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고 11월 특별 귀화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V-리그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겠다는 의지가 큰 상황인 알렉스지만 국적 문제로 당장 새 시즌 V-리그에 입성하는 꿈을 이룰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결국 특별 귀화 또는 일반 귀화를 통해 한국 국적을 얻은 이후 다음 시즌 V-리그 진출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 알렉스의 귀화 추진, 결국은 ‘돈’이 문제다학교 차원에서 알렉스의 귀화를 추진하는 분명한 이유는 ‘돈’이다.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해 프로 지명을 받을 경우 해당 선수를 배출한 학교는 현재 규정에 따라 지원금을 받는다.
이번 신인 드래프트에서 알렉스는 1라운드 선발이 유력했다는 평가다. 이 경우 순위에 따라 1억원 안팎의 학교지원금이 발생한다. 경희대는 알렉스의 V-리그 입성을 통해 지난 4년의 투자를 보상받을 뿐 아니라 새로운 유망주를 발굴할 동력도 얻게 된다.
국내외 대학 무대에서 이미 검증된 자원이라는 점에서 알렉스와 경희대의 의도가 맞아떨어진 상황이다. 여기에 현재 고교 무대에는 몽골 등 아시아 국적의 선수가 여럿 활약하고 있다. 제2, 제3의 알렉스가 머지않아 탄생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지금의 규정으로는 이들의 V-리그 진출을 장담할 수 없다. 반드시 귀화 과정을 거쳐야 V-리그의 문을 두드릴 최소한의 자격을 얻게 된다.
현재 남자부의 경우 대학 졸업 예정자는 사실상 V-리그 신인 드래프트에 의무적으로 참가해야 한다. 참가를 거부하는 경우는 5시즌간 V-리그 입성이 불가능하며 향후 V-리그 참가를 원하는 경우 반드시 신인 드래프트를 거쳐야 한다.
알렉스의 사례와 같이 국내에서 성장한 외국 국적의 선수는 신인 드래프트가 아닌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을 거쳐야 V-리그에 입성할 수 있지만 기량 면에서 차이가 분명한 만큼 발탁될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검증된 자원이라면 이들의 V-리그 입성을 막을 명분도 없다. ‘아시아 쿼터’ 또는 ‘알렉스 룰(가칭)’의 도입을 통해 V-리그에 아시아 출신 외국인 선수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방안을 고려해볼 만한 이유다.
◇ V-리그, 아시아 시장에 ‘문’을 열자
한국배구연맹(KOVO)은 과거 여자부의 아시아 쿼터 제도 도입을 고민했다. 국내 선수의 성장 가능성을 저해한다는 반대에 부딪혀 유의미한 단계의 논의까지는 이루지 못한 상황이다. 하지만 아시안 쿼터의 장점은 분명하다. 남녀부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투자 대비 기량과 마케팅 차원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알렉스 룰’의 경우도 대학에서 4년간 모두가 인정할 만한 수준급 기준 이상의 기량을 발휘한 선수에 한해 신인 드래프트 참가 자격을 줘 V-리그에 입성할 최소한의 자격을 준다면 프로무대에서의 활약 여부에 따라 특별 귀화, 또는 1년간 활약 후 일반 귀화를 통해 한국 국적을 얻는 방식도 고려해볼 만하다.
현재 알렉스의 특별귀화 추진이 반발에 부딪힌 이유는 즉시 대표팀 전력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느냐의 여부인 만큼 실제 ‘알렉스 룰’의 도입으로 해당 선수의 V-리그 활약 여부에 따라 프로무대, 또는 대표팀 수준의 경쟁력을 검증하는 과정도 자연스럽게 거칠 수 있다.
어떤 방식으로도 아시아 선수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경우 해당 국가에 TV 중계권 판매 등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미 한태 여자배구 올스타전을 통해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어느 정도 덜어낸 상황이다.
앞서 제기한 ‘아시아 쿼터’ 또는 ‘알렉스 룰’ 등 방식의 여부를 떠나 V-리그는 변화의 필요성이 제기된 상황이다. 남녀부 분리 운영을 시작으로 V-리그의 치열한 생존 경쟁은 시작됐다. 이제는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