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내년 초에 차기 지도부를 선출할 예정인 자유한국당에선 벌써부터 당권을 둘러싼 갈등조짐이 감지된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인적쇄신을 명분으로 당권경쟁 구도에 대한 교통정리에 나서려하자 내부에선 "권한 밖의 행동"이라는 쓴소리가 나온다. 조직 물갈이의 대상이 되는 걸 경계하는 친(親)박근혜계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게 전당대회 출마를 권유하는 등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모습이다.
김 위원장은 일단 비(非)박근혜계에서 유력한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홍준표‧김무성 전 대표를 상대로 조만간 전대 불출마를 권유할 것으로 알려졌다.
홍 전 대표는 지난 15일 미국서 귀국한 뒤 당권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마음대로 해석하라"고 한 뒤 '페이스북 정치'를 이어가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지난 14일 원외당협위원장 20여명과 만찬자리를 가졌다. 때문에 두 사람 모두 출마 의사를 밝히진 않았지만, 내부에선 당권 도전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비대위 인사는 28일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두 전 대표가 전대에 나오지 않도록 권유해보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비대위원들도 이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이었다"며 "과거 선거 배패의 수장들이 다시 당 대표에 나온다는 건 당을 살리는 데 적절치 않은 것 아니냐"고 밝혔다.
비대위에선 전직 대표는 전대 출마를 금지한다는 취지의 조항을 당헌‧당규에 포함시키는 안도 검토 중인데, '불출마 권유'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경우 후속조치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홍‧김 전 대표 주변에선 쓴소리가 나온다. 한 의원은 "불출마 권유까진 정치행위로서 할 수 있겠지만, 당헌‧당규 개정문제는 의결이 되겠느냐. 무리수"라며 당내 갈등으로 비화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의 권한이) 당협위원장 교체라면 우선 그것에 충실한 게 순서인데 왜 전대에 관여하느냐. 권한 밖의 행동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비대위에선 '당무대표‧정무대표 분리' 주장도 나온다. 국회의원이 아닌 당원 중심의 당 운영이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에서 당무대표와 사무총장은 원외인사나 당 관료 등이 맡고, 정무대표는 원내인사가 맡아 국회 활동에 집중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한 비대위원은 "현재의 지도부(김병준‧김성태) 체제가 그런 모델인데 잘 작동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런 비대위의 움직임을 두고 원외인사인 김 위원장의 당 대표 추대를 위한 환경을 마련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 섞인 시각도 당 안팎에 있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 활동이 끝나고 정치활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한 정치권 인사는 "친박, 비박 모두 서로 당권을 잡는 걸 반대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내부세력이 없고, 분란을 일으키지 않은 사람이 적합하다는 논리도 가능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당협위원장 총사퇴 의결 후 이뤄지는 '당협 물갈이' 작업은 당 구성원들에겐 또 다른 '민감 사항'이다. 현역의원이 대다수인 당협위원장의 절반 이상이 물갈이 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는 가운데, '교체 기준'을 두고는 비대위 내부에서 "지난 총선과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친박계에선 "우리를 다 쳐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는 우려와 함께, 당권을 둘러싼 '비대위와 비박계의 갈등조짐'도 자신들을 물갈이하기 위한 명분 쌓기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불안한 시각마저 감지된다.
유기준‧윤상현‧김진태 의원 등 친박계 의원 6명은 추석 연휴직전인 지난 20일 황교안 전 총리와 오찬을 하며 전대 출마를 제안했다. 이에 황 전 총리는 "당권에 도전하겠다는 결심을 한다면 상처입을 각오를 하고서라도 도전해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것이 먼저"라는 취지로 확답은 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복잡하게 얽힌 한국당의 당권구도 향배는 각 세력 핵심 인사들이 대거 출마할 것으로 보이는 12월 원내대표 선거에서 1차적으로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