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용호(오른쪽) 북한 외무상. (사진=김중호 베이징 특파원)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29일(현지시간) 제73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비핵화 의지를 분명하게 밝히면서도 미국의 상응조치를 직설적으로 요구해 향후 북미관계가 주목된다.
이날 리 외무상의 유엔총회 연설은 비핵화 의지 재확인과 함께 핵무기·핵기술 이전 불가 입장을 재차 강조하면서도 안전보장이 없는 일방적 핵무장 해제는 할 수 없다는 말로 요약된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는 상응조치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리 외무상의 이런 메시지는 북미가 비핵화와 그 상응조치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기에 앞서 미국의 입장 변화를 촉구하려는 압박성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미국의 입장은 아직도 완고하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27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이제 새 시대의 새벽이 밝았다"고 밝히는 동시에 '대북제재망 이완'을 경계했다.
그는 대북제재와 관련해 "안보리 결의안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실현할 때까지 반드시 힘차게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전개될 북미 간 협상이 험난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북한 카운터파트 간 실무협상, 그리고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 등을 통한 북미 협상에서 치열한 줄다리기를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미 평양 공동선언을 통해 '조건부' 영변핵시설 폐기를 제안한 만큼 적어도 그 지점에서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조건'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적어도 연내 종전선언에 미 행정부가 동의한다면 영변핵시설 폐기에 나설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따라서 북미 협상은 영변핵시설 폐기 문제를 중심으로, 그 사전 또는 사후조치를 어떻게 할지를 두고 팽팽하게 맞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비핵화 완성 시기로 공언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1차 임기(2021년 1월)까지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논의 로드맵이 그려질 가능성도 있지만 북한이 선(先) 핵신고를 거부하는 가운데 신고-검증-폐기라는 일반적인 수순이 아닌 핵 신고가 뒤로 놓이는 로드맵이 짜일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약속한 동창리 시설 부분은 충분히 먼저 할 수 있을 것이고, 이어 미국이 종전선언을 해준다면 영변 핵단지 폐기와 핵신고서 리스트 제출은 거의 동시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며 "이어서 핵무기·핵물질 폐기와 대북제재 완화 등이 순차적으로 교환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