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김성태 원내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자유한국당의 비상 당권을 잡은 인사들 사이에서 '보수통합론'이 본격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분열된 범(凡) 보수가 뭉쳐야 문재인 정부를 견제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한국당은 전원책 변호사에게 '당협위원장 물갈이' 작업을 맡기며 인적쇄신으로 통합을 견인하려는 모양새다. 통합의 대상으로 언급되는 바른미래당에선 경계와 고려 기류가 엇갈린다.
전 변호사는 오는 4일 조직강화특위 위원으로 한국당에 합류할 예정이다. 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는 대부분 현역 국회의원이 맡고 있는 각 지역의 당협위원장을 1일자로 총사퇴시켰다. 당협위원장은 국회의원 공천 때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요직이다. 전 변호사는 조강특위에서 사실상 전권을 갖고 당협위원장들을 다시 정하게 되는데, 절반 이상이 물갈이 될 거라는 얘기가 내부에서 나온다.
쇄신 방향에 대한 물음표가 따라붙는 가운데, 전 변호사는 연일 언론인터뷰를 통해 '보수통합'을 얘기하고 있다. 그는 2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도 "'보수 단일대오를 형성해 달라. 다시 뭉쳐 보수의 면모를 일신해야 한다'는 건 국민들의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인적쇄신·보수통합 방법론을 묻자 "통합 전당대회를 희망한다고 해서 외부 의원들의 당협 자리를 비워놓는다는 건 아니다"라며 "국민들이 그렇게 만들어 줄 것이다. 제 예측은 틀린 적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전원책 변호사. (사진=JTBC 제공)
전 변호사는 "정치권에서 개인적·당파적 욕심도 작용하고 있지만, 결국 보수 단일대오로 가지 않으면 궤멸한다"고 재차 강조하면서 당내 당권도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김무성·홍준표 전 대표에 대한 평가도 내놨다. 그는 "그 분들이 개인적인 욕심과 욕망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론 다 애국자"라며 "국가를 위해서 모든 걸 판단해야지, 국가보다 개인을 앞세우는 분들은 아닐 것이라고 난 믿고 있다"고 밝혔다.
김병준 비대위원장과 핵심 측근인 김용태 사무총장도 '통합전대론'을 언급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이분들(보수 인사)의 소망은 범보수 내지 범우파의 결집"이라며 "그런 차원에서 (전 변호사가) 이번 조강특위 임무를 해석하고 그걸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본다. 이 부분에 대해 저도 동의한다"고 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인적쇄신으로 새롭게 한국당의 면모를 갖추겠다는 전제 하에 (쇄신 작업과) 동시적으로라도 다시 통합을 하자는 뜻으로 보면 된다"고 했다. 이런 발언들은 보수통합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인사는 쳐 낼 수 있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한국당발(發) 통합전대론에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손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국당은 뭐라고 해도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든 정당으로, 탄핵의 대상이었다"며 "한국당이 새롭게 당협위원장을 개편한다고 해서 보수정당의 중심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내부에선 다른 행보를 보이는 인사도 눈에 띈다. 국민의당 출신인 이언주 의원의 경우 한국당 김용태 사무총장, 김종석·추경호 의원 등과 '시장경제 살리기 연대'를 만들어 문재인 정부에 날선 견제구를 던지고 있다. 이 의원은 보수통합에 긍정적인 것으로 파악되는 가운데, 일부 바른정당 출신 인사들도 한국당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유승민 전 공동대표의 경우 별다른 입장을 내비치지 않은 채 의정활동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바른미래당으로선 오는 12월 쯤 나올 한국당의 인적쇄신 결과나 내년 2월로 예상되는 한국당 전대가 분열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