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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한국은행, '척하면 척' 발언 데자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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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끝작렬] 한국은행, '척하면 척' 발언 데자뷰

    노컷뉴스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편집자 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척하면 척"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한은 사람들에게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트라우마다.

    2014년 박근혜 정권의 경제수장에 취임한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그해 9월말 호주에서 이주열 총재와 와인 회동을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두고두고 회자되는 이 발언을 했었다.

    굳이 금리 얘기를 하지 않아도 척 하면 한은이 알아서 금리를 내리지 않겠느냐는 얘기였다.

    실제 그 다음달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로 화답했다. 최 부총리가 취임 인사차 이 총재를 만난 직후인 8월에 이어 두 번째 금리인하였다.

    그 해 4월 총재 취임 당시 금리인상 시그널을 분명히 보였던 이 총재는 발톱빠진 매파(통화긴축파)로 변신했다.

    한은은 이듬해 3월과 6월에 다시 금리를 내렸고 기준금리는 1년간 1.50%상태에 머물다 2016년 6월 또다시 0.25%포인트 인하하면서 작년 10월까지 장기간 저금리 상태가 지속됐다.

    최근 한달 사이 한은 주위에 '척하면 척'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지난달 이낙연 국무총리가 "금리인상 문제를 좀 더 심각하게 생각할 때가 충분히 됐다"고 한데 이어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까지 기준금리 인상 압박에 나서면서다.

    김 장관은 지난 2일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유동성 정상화가 부동산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라며 "금리 문제에 대한 전향적인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출규제 등 잇따른 부동산 정책에도 서울 집값이 잡히지 않자 금리를 거론하고 나선 것이다.

    단기간에 정책성과를 내려는 정부가 금리정책에 압력을 가하는 것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드물지 않은 일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미 연준이 올들어 세번째로 기준금리를 올리자 "달갑지 않다"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고,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자국 통화가치가 폭락하는데도 "금리는 착취수단"이라며 중앙은행을 압박해왔다.

    위정자들이 통상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금리인하 압박을 하는데 반해 지금 정부 관계자들은 금리인상 압박을 가하는 것이 이례적일 뿐이다.

    서울 아파트값을 잡기 위해 금리정책을 동원하는게 맞느냐는데 대해선 논란이 있다. 금리정책은 '크고 무딘 칼'로 불린다. 모든 경제주체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부동산값을 잡으려면 예리한 메스를 써야 한다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문제는 통화정책이 정부에 휘둘리기 시작하면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고 금리정책의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통화정책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으면 안정적인 경제성장도 담보되지 못한다. 1997년말 한국은행법을 개정해 금통위 의장을 한은 총재가 맡게 하고 한은의 중립성을 보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중앙은행의 독립성 확보는 중앙은행 하기 나름이다. 미 연준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대에도 올 12월과 내년 세차례 금리인상을 예고했고, 터키 중앙은행도 술탄으로 불리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서슬퍼런 압력에도 지난달 금리를 24%로 6.25%나 인상했다.

    가계부채 급증과 부동산시장 쏠림 등 금융불균형을 초래한 책임론에 대해 이주열 총재는 지난 3월 연임 인사청문회 당시 "경제를 살리는 게 무엇보다 급한 상황에서 완화기조로 갈 수 밖에 없었다"고 억울해 했다.

    그러나 한은이 박근혜 정권에 맞춰 금리를 내리고 있던 2015년말 미 연준은 제로금리 정책을 끝내고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올들어 한미간 기준금리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하면서 금리 인상의 '실기 논란'이 계속돼 왔다.

    ' 비주얼그래픽

     

    여권발 금리인상 압박발언이 쏟아져나오는 중에 이 총재는 4일 "금융불균형을 해소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시사했다.

    자신의 첫 임기중 저금리 기조로 누증된 금융불균형을 이제는 스스로 풀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 셈이다. 공교롭게 이 번에도 방향은 다르지만 금리압박이 여권에서 나오면서 이 총재의 처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금리인상 시점으로 11월 이후가 거론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은이 정치적 중립 논란에서 벗어나려면 통화정책은 윤면식 부총재가 말했듯이 "한은법에 의해 금통위가 중립적, 자율적으로 경기와 물가같은 거시경제상황, 부동산가격 등이 금융안정에 주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서 결정"하면 된다. 늘 그래왔다면 여권발 금리인상 압박은 전혀 신경쓸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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