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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음주운전 블랙박스보니...혀가 배배 꼬여있어"

정치 일반

    "해운대 음주운전 블랙박스보니...혀가 배배 꼬여있어"

    "음주운전으로 7년지기 내 친구가.."
    15m를 날아가 쓰러져 있던 피해자
    뇌사 판정을 앞두고..장기기증 고려중
    정의로운 사회 꿈꾸던 창호를 기억하며
    재범률 높은 음주운전, 처벌 강화해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영광(해운대 음주 교통사고 피해자 친구)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친구의 인생이 박살났습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 하나가 많은 분들에게 공분을 일으키고 있는데요. 무슨 일인고 하니, 지난 추석 연휴 기간 부산 해운대구 미포오거리(에서) 휴가를 나온 군인 윤창호 씨는 길을 건너기 위해서 인도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자동차 1대가 인도로 들이닥치면서 윤 씨를 덮쳤습니다. 당시 운전자는 알코올 농도 0.134%의 만취 상태였죠. 앞길이 창창하던 고려대 재학생 22살 윤창호 씨는 그렇게 생사의 갈림길에 놓이게 됐습니다.

    지금 윤창호 씨의 친구들은 다같이 힘을 모아서 '음주운전 가중처벌' 국민청원을 올린 상태인데요. '단순한 분노를 넘어서 세상에 꼭 전해야 하는 메시지가 있다' 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무슨 얘기인지 윤창호 씨의 친구 한 명 직접 만나보시죠. 이영광 씨 연결이 돼 있습니다. 이영광 씨 나와 계세요.

    ◆ 이영광>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사고 당사자 윤창호 씨하고는 어떤 관계세요?

    ◆ 이영광> 창호랑은 지금 7년(지기) 친구입니다. 같이 울고 웃으면서 7년을 지냈습니다.

    ◇ 김현정> 고향 부산 친구?

    ◆ 이영광> 네. 고향 부산 친구죠.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런데 사고 소식을 들은 게 정확히 언제쯤입니까?

    ◆ 이영광> 사고가 새벽 2시 25분에 났었고 저는 11시쯤 사고 소식을 들었습니다.

    ◇ 김현정> 그날 오전 11시쯤.

    ◆ 이영광> 그렇습니다.

    ◇ 김현정> 바로 병원으로 달려가보니 상태가 어떻던가요?

    ◆ 이영광> 정말 최악이었습니다. 창호의 코, 눈, 귀를 통해서 계속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창호는 계속 온몸을 벌벌 떨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인공호흡기도 달고 있고… 최악의 상황이었습니다.

    ◇ 김현정> 지금 상황은 어떻습니까, 지금은요?

    ◆ 이영광> 그때는 창호가 기적적으로 살아날 거라는 그런 희망이라도 있었는데 지금은 거의 뇌사 확정 상태, 거의 그런 상태이고 저희는 이제 희망을 버린 지가 좀 됐습니다. 지금 창호 부모님께서도 이제 그 현실을 받아들이시고 창호의 몫이 이거지 않을까, 생각을 하시면서 장기 이식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계십니다.

    현재 병원에서 치료중인 윤창호 씨 (사진=이영광 씨 제공)

     

    ◇ 김현정> 장기 기증을 생각하고 계세요?

    ◆ 이영광> 네.

    ◇ 김현정> 22살에 전역을 한 몇 달 앞뒀다고 제가 들었어요.

    ◆ 이영광> 전역을 한 네 달 정도 앞두고 있었습니다.

    ◇ 김현정> 네 달 앞둔… 도대체 그날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그날?

    ◆ 이영광> 그날 창호 친한 친구 1명이 창호한테 고민 상담을 부탁하면서 불러냈습니다. 창호는 친구의 고민 상담을 들어주기 위해서 (집을) 나섰고 블랙박스 영상을 보시면 창호가 이렇게 손을 들면서 그렇게 있거든요. "준범아, 우리 저기까지만 가서 헤어지자" 이렇게 이야기하는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 김현정> 손 든 게 그런 의미였군요.

    ◆ 이영광> 그런 의미였답니다. 그때 만취한 음주운전자가 잡은 차량이 창호랑 창호 친구를 박아버린 거고… 그래서 창호는 15m 직선거리를 날았습니다.

    ◇ 김현정> 15m을 공중으로 붕 떠서 날아가 떨어진 거예요?

    당시 사고현장 사진 (페이스북)

     

    ◆ 이영광> 네, 그렇습니다. 119 구급대원들이 도착했을 때에는 벌써 온몸에 피범벅이었고 바닥에도 피가 흥건하게 고여 있었다고 합니다.

    ◇ 김현정> 같이 있던 친구는 어떻게 됐습니까?

    ◆ 이영광> 같이 있던 친구도 골반뼈가 다 으스러지는 중상을 입었고 지금 한 차례 수술이 끝났지만 앞으로 또 여러 차례가 더 남아 있습니다.

    ◇ 김현정> 세상에… 그렇군요. 그 사고 낸 그 사람, 그 만취운전자. 왜 그랬다고 그래요?

    ◆ 이영광> 근처에 한 400m 거리에 있는 술집에서 보드카 2병, 위스키 몇 병 이렇게 마시고 운전대를 잡았답니다.

    ◇ 김현정> 보드카 2병, 위스키를 마시고 운전대를 잡아요?

    ◆ 이영광> 네, 그랬답니다.

    ◇ 김현정> 세상에… 아무도 안 말렸답니까? 그 사람 그런 상태에서 보드카 2병에 위스키 마신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는데 말리는 지인이 없었대요?

    ◆ 이영광> 옆에 동승자도 타고 있었는데 그분도 같이 만취인 상태였답니다.

    ◇ 김현정> 만취인 둘이서…

    ◆ 이영광> 네, 그래서 블랙박스 영상에는 음성을 들어보면 혀가 배배 꼬여 있고 차가 운전할 때도 왔다 갔다 지그재그로 좀 흔들리고 계속 그랬답니다.

    ◇ 김현정> 혀가 꼬여서 대화가 어려운 정도… 그런 음주운전 차량에 아무 잘못도 없는 선량한 청년 한 사람이 삶을 저버려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지금 사실은 누구인지도 모르는 제가 들어도 이렇게 화가 나는데 지인들, 가족들, 특히 부모님 지금 심정은 어떠실까 상상이 안 돼요.

    ◆ 이영광> 부모님들은 지금 식음을 전폐하고 계십니다. 친구인 제가 이 정도로 가슴이 아프고 정말 마음이 산산조각이 날 정도인데 부모님 심정이 어떨지 감히 생각도 못 하겠습니다.

    ◇ 김현정> 저는 마음이 너무 아팠던 게 뭐냐 하면 그 사진을 봤어요. 윤창호 씨가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인데 참 아름다운 청년이었더라고요.

    ◆ 이영광> 네, 창호 되게 아름다웠죠… 창호는 정말 따뜻한 친구였고 7년 동안 제가 창호랑 싸운 적이 지금 와서 생각을 해 본 건데 한 번도 없더라고요. 그 이유에 대해서 또 생각을 해 보니까 저한테 많이 맞춰주지 않았나. 창호가 항상 완충제 역할을 해 주고 맞춰주고 그렇게 하지 않았나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윤창호 군은 꿈이 뭐였습니까?

    ◆ 이영광> 창호의 꿈은 대통령이었습니다.

    ◇ 김현정> 대통령?

    ◆ 이영광> 네. 그러기 위해서 창호는 검사가 되길 원했고…

    ◇ 김현정> 세상의 정의를 세우는 검사가 되고 나중에 나 대통령 될 거야라고 말하는 그런…

    ◆ 이영광> 아주 보기 힘든 정말 원대한 꿈을 품고 있는 친구였고 또 더 드문 게 그 꿈을 위해서 실제로 엄청난 노력을 하는 친구였습니다. 그래서 고등학교 1학년 때 떠들기도 하고 바깥에 나가서 뛰어놀기도 하고 그런데 창호는 그러지 않고 항상 샤프를 붙잡고 있고, 항상 수학 문제를 풀고 있고… 그런 친구였습니다.

    사고 전 윤창호 씨(맨 왼쪽)

     

    ◇ 김현정> 그야말로 열심히 공부하는 모범생이었고. '나중에 세상을 바꾸는 정의의 검사가 될 거야. 그러려면 지금 열심히 공부해야 돼.' 이런 청년이었네요.

    ◆ 이영광> 그렇습니다. 창호가 항상 들고 다니는 노트가 있었는데 거기 모든 메모장, 모든 노트들 전면에는 이렇게 적혀져 있습니다. '짧은 인생, 영원한 조국애'

    ◇ 김현정> 조국애… '짧은 인생, 영원한 조국애' 라고 썼다고 하는데 짧은 인생이 생각한 것보다 더 너무 짧아져서 말입니다. 그런데 그것도 본인의 잘못과는 전혀 상관이 없이 그렇게 됐는데 지금 친구들이 이야기하고 싶은 건 '왜 우리 친구 같은, 왜 내 친구 같은 일이 벌어져야 하는가. 이 제도부터 바꿔야 한다.' 그 얘기를 하고 계시는 거예요.

    ◆ 이영광> 그렇습니다. 저희는 창호가 이렇게 교통사고를 당하고 나서 음주운전 처벌에 대한 실태들을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충격적이었던 게, 음주운전을 통해서 사람이 죽었더라도 징역을 받지 않고 집행유예에 그치는 판결들도 정말 많았습니다.

    ◇ 김현정> 사람이 죽었는데요, 음주운전으로?

    ◆ 이영광>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 이유는 뭡니까? 지금 음주운전 하지 말아야 될 걸 해서 사람이 죽기까지 했는데.

    ◆ 이영광> 술에 관대한 문화 때문이죠. 너무 술에 관대하니까 처벌도 관대해지고 운전자들이 사고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부재한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음주운전을 해서 내가 사고를 내면 정말 인생을 망칠 수도 있어' 라는 정도의 인식이 있어야 되는데 음주운전을 해서 설사 사망 사고가 나도 집행유예가 수두룩하다는 걸 우리가 아니까 술 마시고 정신없는 상황에서도 운전대를 잡고 옆에 있는 사람도 '나 괜찮아, 운전할 수 있어' 라고 하면 사실 크게 말리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거든요.

    ◆ 이영광> 그렇습니다. 찾아보니까 우리나라의 음주운전 재범률이 50%가 넘더라고요.

    ◇ 김현정> 재범률이, 음주운전을 하고 적발이 됐는데 두 번째 적발이 되는 경우.

    ◆ 이영광> 그런 경우가 50%가 넘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음주운전 처벌 강화. 그러니까 우리 친구 너무나 억울한 죽음을 당했습니다, 같이 분노해 주십시오 정도가 아니라 제도를 바꿔보자. 여기까지 주문하고 계시는 거예요.

    ◆ 이영광> 네, 그렇습니다. 저희가 바라기에는 창호의 죽음이 이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시발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국민들께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음주운전 치사죄가 살인죄 형량을 받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김현정> 이영광 씨. 친구 창호가 사고 당한 후로 그럼 한 번도 말하고 눈 맞추고 해 본 적이 없는 거죠?

    ◆ 이영광> 네. 창호한테 얘기는 많이 했지만 창호는 대답할 수가 없습니다.

    ◇ 김현정> 창호에게 기적이 일어나서 단 한 번 정신을 차리고 눈을 뜨고 말을 들을 수 있다면 무슨 이야기해 주고 싶으세요?

    사고 전 친구들과 함께한 윤창호 씨 (아래 왼쪽), 친구 이영광 씨(아래 오른쪽)

     

    ◆ 이영광> 창호는 제 형제 같은 친구였습니다. 저는 창호를 정말 사랑했고… 정말 창호는 저의 가장 소중한 친구였고… 지금이라도 괜찮으니까 창호가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벌떡 일어나서 "영광아, 왔나?" 이렇게 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아니더라도 창호한테, 정말 많이 사랑하고 창호가 이렇게 되더라도 정말 창호 덕분에 많은 변화가 생길 거고 그것을 위해서 저희가 계속 노력할 거라는 거 그걸 얘기해 주고 싶습니다.

    ◇ 김현정> "영광아, 왔나." 그랬어요, 항상?

    ◆ 이영광> 네, 저한테 항상 저를 보면 "영광이 왔나." 항상 이렇게 처음 첫인사를 했었습니다.

    ◇ 김현정> 매일 듣던 그 말을 이제는 들을 수가 없네요.

    ◆ 이영광> 네.

    ◇ 김현정> 이영광 씨가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서 인터뷰하고 있는 게 제가 느껴집니다. 친구가 그냥 슬퍼하지 않고, 사랑하는 친구를 떠나보내면서 이 친구를 위해서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을 찾아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이영광 씨와 다른 지인들, 가족들의 뜻처럼 음주운전 처벌이 지금보다 훨씬 강화돼서 우리 친구 윤창호 군 같은 일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기를 저도 간절히 바라겠습니다.

    ◆ 이영광> 감사합니다.

    ◇ 김현정> 힘내시고요. 윤창호 군 또 우리 부모님 손 좀 꽉 옆에서 잡아주세요.

    ◆ 이영광> 네, 알겠습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 이영광> 감사합니다.

    ◇ 김현정> 부산 해운대구에서 일어난 사고죠. 인도로 돌진한 음주운전 차량에 치어서 지금 뇌사 상태에 빠진 대학생 윤창호 군의 친구입니다. 이영광 씨 만났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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