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부 질의・답변하는 민병두 의원(오른쪽)과 최종구 금융위원장 (사진=유튜브 캡처)
블록체인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를 발행해 투자자를 모으는 ICO(가상화폐공개, Initial Coin Offering)를 일정 조건 아래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가상화폐에 대한 투기 열풍이 불자 국내에서 ICO를 전면 금지했다. 이 조치는 지금까지 유지되면서 현재 은행들이 가상화폐 거래에 필요한 신규 가상 계좌 발급을 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블록체인 기반 업체들이 해외로 나가 ICO를 통해 가상화폐를 발행하고 투자자를 모으고 있어 국내 규제 때문에 비용이 더 들고 기술도 유출되는 부작용이 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장인 민병두 더불어민주당의원은 지난 2일 대정부 질문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을 상대로 "블록체인은 ICO와 연결돼야 효과가 난다"며 "프랑스와 미국, 스위스나 싱가폴에선 ICO의 길을 열어주고 있는데 정부 규제에 대해 근본적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최 위원장은 "해외 ICO사례들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기존 정책 변화를 예고하는 것으로 이해해도 되느냐"는 민 의원의 질의에는 "아직 그렇게 말씀 드리기는 좀 어려울 것 같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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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협회 회장인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2일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가진 업체들이 해외로 나가버리고 국내엔 "정상적 정보교류가 어려워진 상황을 이용한 '깜깜이 투자', '묻지마 투자', 다단계 형태의 사기성 암호화폐가 난립해 피해자만 늘고 있다"면서 금융위 차원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자격 요건과 투자자 보호 조치 등을 규정해 ICO를 허용하고 가상화폐 거래소에도 신규 계좌 발급이 가능하게 하자는 주장이다.
다른 블록체인 관련 협회인 블록체인 학회(회장 : 인 호 고려대 교수)도 지난 6월 ICO 가이드라인의 시안을 마련한데 이어 현재 내부 토론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쯤 가이드라인 최종안을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
이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문영배 디지털경제연구소장(경제학 박사)은 "블록체인 기반 기술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게 아니라 기존에 있는 것을 혁신하는 것"이라며 가이드라인은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 처럼 혹세무민하거나 다단계 사기 행위를 하지 않는지 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ICO를 추진하는 블록체인 기반 업체에 대해 ▲구성원의 자질과 역량, 의지 ▲ 비즈니스 모델 ▲기술적 역량 ▲투자 가치를 살펴 기준에 맞지 않으면 허용하지 않는 원칙을 담자는 내용이라고 문 소장은 밝혔다.
문 소장은 "가이드라인과 함께 이런 기준에 맞는 모범적 업체의 사례를 골라 지원하면 업계가 표준으로 보고 따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소장은 "비즈니스의 기회가 있는 곳엔 사익을 취하려는 사기 행위가 나타나게 마련"이라며 "이런 사기행위(scam)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하려는 노력이 정부 차원에서 이뤄질 수 있고 그 중엔 '금지'가 가장 강력한 것이지만 문제는 이런 규제가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소장은 "블록체인 산업이 활성화되면 그에 따른 지급과 결제도 활성화되는데 여기 사용되는 수단이 암호화폐, 가상화폐 또는 토큰 등으로 불리는 것"이라며 "블록체인에 기반한 기업이 새로운 투자를 유치하는 수단으로 봐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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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가 투기 수단으로 변질될 우려에 대해선 "선택의 폭이 많지 않아서 자금이 과도하게 몰리는 경향이 초기엔 있지만 그렇다고 계속 금지하면 더 큰 잠재력을 무시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선 리스크가 크다는 점을 계속 알려 주식과 마찬가지로 자기 책임하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게 좋겠다"고 문 소장은 말했다.
그러나 이런 정치권과 블록체인 업계의 규제 완화 요구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가상화폐가 지급・결제 수단보다는 투기적 수단으로 악용되는 부작용을 감안해 ICO 불허방침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가이드라인 제안은 고민의 결과로 이해는 하지만 아직은 기존 ICO 전면 금지 방침에는 변동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의 성격 규정이 달라지지 않는 상황에서 가이드라인 제정을 논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업계 입장은 ICO를 허용해 돈을 모을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겠지만 지난해 우리 사회가 겪은 병리현상을 벌써 잊을 수 있겠느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고 심지어 목숨까지 끊고 하지 않았나 하는 고민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화폐는 현재 국무총리실 주관으로 금융위원회와 법무부 등이 함께 정책 대응을 해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낙연 국무총리는 2일 민병두 의원의 ICO와 관련한 대정부 질의에 대해 "정부는 여러가지 부작용 특히 투자자의 피해나 시장 과열을 우려해 금지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와는 별도로 블록체인 기술은 육성해야겠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정부는 가상화폐와 분리해 블록체인 산업을 육성할 수 있다고 보는데 반해 최근 정치권이나 업계에선 양자를 분리해선 산업 발전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어서 앞으로도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