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대표팀의 주장 김연경은 이번 여름 발리볼네이션스리그와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대회까지 모든 대회에서 성적을 내려고 했던 부분이 결과적으로 어느 한 대회에서도 제대로 된 성적을 내지 못하는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사진=국제배구연맹)
결국 욕심이 과했다. 선택과 집중이 아쉬웠던 2018년 여름이다.
차해원 감독이 이끄는 여자 배구대표팀은 2018 세계여자배구선수권대회에서 조별예선 1승4패로 2라운드(16강) 진출에 실패했다.
국제배구연맹(FIVB) 세계랭킹 10위 한국은 같은 조에 속한 6개국 가운데 세 번째로 높은 순위로 무난한 16강행이 예상됐다. 하지만 태국(16위)과 첫 경기에서 풀 세트 접전 끝에 덜미를 잡힌 한국은 아제르바이잔(24위), 미국(2위), 러시아(5위)에 연거푸 고개를 숙였다. 최약체로 꼽힌 트리니다드토바고(34위)에 세트 스코어 3-0 승리를 거뒀지만 1, 3세트에 고전으로 활짝 웃을 수 없었다.
이로써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은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와 아시안게임에 이은 이번 여름 시즌의 세 번째 주요 대회마저도 실패했다. 목표했던 성적에 도달한 대회는 단 하나도 없다. 계획성 없는 대표팀 선발과 운영은 결국 최악의 결과로 이어졌다.
세계선수권대회를 마치고 5일 낮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한 여자 배구대표팀은 조용히 귀국했다. 별다른 귀국행사 없이 일부 배구팬의 응원을 받은 대표팀은 애써 미소를 지으며 기념사진을 찍은 뒤 서둘러 공항을 빠져나갔다.
다소 피곤한 듯한 표정의 김연경(엑자시바시)은 “선수들이 지쳐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세계선수권대회에) 새로운 선수가 오면서 활력소가 되긴 했지만 부상 선수가 나오며 분위기가 안좋아졌다”면서 “(태국과) 첫 경기 준비를 많이 했는데 결과가 안 좋아 분위기가 처졌고 세계선수권대회의 부진한 성적으로 이어졌다”고 아쉬워했다.
김연경은 VNL과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까지 굵직한 대회를 3개나 출전해야 했던 상황의 아쉬움을 분명하게 지적했다.
“많이 지쳤다는 건 분명 선수들에게도 책임은 있다. 하지만 (대회를 준비하는) 사이클을 잘 맞추지 못한 것 같다”는 김연경은 “VNL과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까지 출전하는 대회마다 성적을 내려고 하다 보니 결국 한 가지도 제대로 잡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고 꼬집었다.
이어 “하나 정도는 포기하고 갔다면 부상 없이 100% 쏟을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결과적으로) 중요한 대회라고 생각했던 세계선수권에 잘 맞추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며 “나 역시 이번 대회를 치르며 버거웠던 것은 사실이다. 이런 결과가 안타깝다.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록 2018년 여름의 부진한 성적으로 2020년 도쿄올림픽 본선행의 기대감은 떨어졌지만 김연경은 포기하지 않았다. “(은퇴 전) 올림픽 진출이 목표다. 그리고 잘 되면 메달까지 목표를 갖고 있는데 지금은 올림픽 진출이 첫 번째 목표”라는 김연경은 “2년 남았으니 잘 준비하겠다. 터키 돌아가서 몸 관리 잘해 도쿄 올림픽까지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표팀 일정을 모두 마친 김연경은 국내에 머물며 4, 5일의 짧은 휴가를 보낸 뒤 소속팀으로 복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