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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스토리] 욱일기-하켄크로이츠 같지만 딴판, 왜?

사회 일반

    [노컷스토리] 욱일기-하켄크로이츠 같지만 딴판, 왜?

    日해상자위대 제주 국제관함식 불참, 누가 진짜 예의 없나?

    (사진=노컷뉴스 자료사진)

     


    요즘 한국에서 내 인기를 실감한다.

    하루 한건씩 내 이야기가 언론에 나온다. 아마 '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 참가 때문인 것 같다.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에 초청장을 보냈고 일본 정부는 기꺼이 참석하기로 했었다. 일본 자위대의 깃발인 만큼 나도 이번 관함식에서 자위함에 직접 올라 참여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뜬금없이 나 말고 일장기를 게양하라니. 나를 내리라고 하는 것은 비상식적인 데다 예의가 없는 행위로 수용할 수 없다. 날 몰라도 너무 모르고 하는 소리다.

    난 아침해 욱(旭), 날 일(日), 깃발 기(旗)를 한자로 쓰는 욱일기다. 아침 햇빛이 널리 뻗어 나간다는 의미다. 잘 모르는 사람은 날 욱일승천기라고 부르는데 그냥 욱일기가 맞다.

    그전에도 나와 비슷한 디자인이 있었지만 1870년 일본제국 육군의 공식 깃발이 되면서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1879년 창간된 아사히신문 역시 나를 본뜬 로고를 쓰고 있다. 아사히라는 뜻 자체가 아침햇살이란 의미.

    아사히 신문 홍보 자료에 담긴 아사히 신문 로고. (사진=아사히신문 인터넷 홈페이지 캡처)

     


    독일 나치에 하켄크로이츠가 있다면 일본에는 내가 있었다. 수십 년간 나는 일본의 제국주의,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그 자체였다.

    아시아에서 태평양으로 넘어가던 1945년, 일본이 미국에 항복했다. 평화헌법으로 일본군은 해체됐고 침략전쟁의 상징이었던 나도 자취를 감췄다.

    그런데 웬걸.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했다. 일본은 미국의 전략 요충지가 됐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일본을 관리하기 위해 주둔시켰던 미군을 급히 한국으로 데려갔다. 치안이 약해진 일본에는 새로운 경찰조직이 생겨났고 이후 1954년 자위대로 이름을 바꿨다.

    유럽대륙 한가운데 있던 독일은 하켄크로이츠를 사용하기 어려웠다. 과거에 어떻게 사용됐든 하켄크로이츠는 전쟁 후 나치의 상징이 됐다.

    영국,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포르투갈, 폴란드, 오스트리아, 덴마크, 노르웨이, 벨기에 등 유럽국 대다수가 연합국인 분위기 속에서 독일 나치쯤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를 사용하는 것은 허락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독일 스스로가 하켄크로이츠를 부끄러워하며 법으로 사용을 금지했다.

    나도 하켄크로이츠처럼 과거부터 사용돼 왔고 전쟁을 거치며 일본 제국주의 침략전쟁의 상징이 됐다.

    그런데 어떻게 살아남았냐고?

    독일이 사용했던 하켄크로이츠 문양(좌)와 일본이 사용하는 욱일기 문양(우)

     


    아시아에 떨어져 있는 날 감시할 수 있는 것은 미국이었다. 하지만 곧바로 한국전쟁이 시작됐고 감시가 소홀해졌다. 날 견제할 한국, 중국은 전쟁에 휘말려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냉전이 시작됐고 나는 미국의 전략 요충지가 됐다. 국제사회의 감시는 1도 없었다. 무엇보다 일본 스스로가 나를 부끄러워 하지 않았다.

    그 틈을 타 나는 일본 자위대의 공식 깃발로 지정됐다.

    미국의 감시가 약해지자 일본 내 A급 전범들도 풀려났다. 아베총리의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도 석방됐다. 한국이 6.25 뒤 친일파를 청산 못 했듯, 일본도 태평양 전쟁 뒤 전범을 청산하지 못했다.

    나는 조금씩 외국에 얼굴을 알렸다. 전범기로 사용하지 말자던 일본 내 목소리도 줄어들었다. 자위대는 사실상 군대가 됐다.

    2000년을 전후해서는 스포츠 행사에도 얼굴을 내비쳤다. 올림픽, 월드컵 등 운동경기에서 나는 응원의 도구로 앞장섰다. 일본 젊은이들은 화려한 내가 멋있다고 생각한다. 역사 교과서에서 침략전쟁 부분을 거의 가르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외국 사람은 말할 것도 없다.

    2016년부터는 자위대의 해외활동을 확대하는 개정안도 발효됐다. 일본에 한정돼 있던 자위대의 훈련 범위가 전 세계로 넓어졌다. 덕분에 올해 자위대는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인도, 미국, 필리핀 등을 나와 함께 누비고 다녔다.

    욱일기 디자인을 활용한 글로벌 기업들의 다양한 상품. (사진=서경덕 교수 제공/노컷뉴스 자료사진)

     


    그런데 유독 나를 나쁘게 보는 곳이 있다.

    특히 한국과 중국.

    제국주의 때 일본이 점령했던 곳인데 지금까지도 나를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나를 두고 하켄크로이츠를 부끄러워하고 법으로 금지한 독일과 비교한다. 하켄크로이츠 이야기가 나오면 반성하고 해외에서 사용하지 않는 독일과 일본은 다르다.

    일본 국민도 별 문제의식을 못 느낀다.

    이번 관함식도 마찬가지다. 군함은 자국 영토로 치외법권지역이다. 군함에서 일장기를 달든 욱일기를 달든 그건 일본 군함의 마음이다.

    오노데라 이쓰노리 일본 방위상도 지난 28일 기자회견에서 "(욱일기) 게양은 (일본) 국내법으로 의무화돼 있다. 국제해양법 조약상으로도 (욱일기는) 군대 소속 선박의 국적을 표시하는 외부 표식에 해당한다. 당연히 거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죽하면 익명의 해상자위대 간부가 지난 29일 산케이신문에 "국적을 표시하는 자위함기는 국가 주권의 상징이기도 하다"며 "(욱일기를 함선에서) 내리라고 하는 것은 비상식적인 데다 예의가 없는 행위다"라고까지 했겠나.

    자위대 수장인 가쓰토시 통합막료장 역시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해상자위관에게 있어서 자위함기(욱일기)는 자랑이다. 내리고 관함식에 갈 일은 절대 없다"고 말했다.

    제국주의 때 일본을 겪어봐서 알지 않나?

    일본군위안부, 강제노역, 강제수탈, 창씨개명, 조선어 폐지, 신사참배, 다케시마, 731부대….

    나를 오지 못하게 하는 것은 일본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일본은 독일과 다르다.

    욱일기를 달지 못할 거면 제주 국제 관함식에 해상자위대 함정을 보내지 않겠다.

    정말 예의가 없다.

    * 이기사는 세종대학교 호사카 유지 교수의 인터뷰와 욱일기 자료를 바탕으로 재구성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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