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주요 공공기관의 부채가 올해 5년 만에 증가세로 전환한 뒤 해마다 늘어 2022년에는 540조원에 육박하게 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와 양극화, 저출산, 저성장 등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확장적 재정 운용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공공기관 부채 규모까지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정부재정 부담 증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7일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국회에 제출한 2018∼2022년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39개 주요 공공기관의 부채 규모는 올해 480조8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들 주요 공공기관 부채 규모는 2013년 498조5천억원을 정점으로 2014년 497조1천억원, 2015년 480조4천억원, 2016년 476조1천억원, 지난해 472조3천억원으로 4년 연속 감소했으나 올해 5년 만에 증가세로 전환할 전망이다.
이들 공공기관의 부채 규모는 이어 2019년 491조8천억원, 2020년 506조2천억원, 2021년 520조6천억원, 2022년 539조원으로 불어나 54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됐다.
정부는 2012년부터 공공기관의 재무건전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인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향후 5년간의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수립해 국회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급증세를 이어갔던 공공기관의 부채는 4년 연속 줄면서 다소 고삐가 잡혔지만, 그 기간이 오래가지는 못했다.
부채 규모는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올해 128조1천억원에서 2022년 150조4천억원으로 22조3천억원 불어나 증가액이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전력이 55조4천억원에서 75조3천억원으로 19조9천억원 불어날 것으로 예상돼 뒤를 이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올해 32조2천억원에서 2022년 37조2천억원으로 5조원 늘어나고, 한국도로공사는 같은 기간 28조2천억원에서 34조7천억원으로 6조5천억원 불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이 중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자산규모의 증가속도가 더 빨라 부채비율이 올해 286%에서 2022년 262%로 하락할 것으로 추정된 반면에 한국전력은 101%에서 136%로, 한국수력원자력은 132%에서 153%로, 한국도로공사는 81%에서 87%로 악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전체 338개 공공기관 중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3사를 뺀 335개 공공기관의 부채 규모는 2013년 520조5천억원을 정점으로 2014년 519조3천억원, 2015년 504조9천억원, 2016년 500조4천억원에 이어 지난해 495조9천억원으로 4년 연속 감소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사업확대와 투자증가로 규모 자체가 커지면 부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부채가 증가세로 전환한 것은 사업을 많이 하고 투자를 많이 해서다"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을 평가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평가체계를 개선했다.
또 혁신성장 가속화를 위해 공공기관이 2022년까지 드론, 자율주행차, 스마트공장, 초연결지능화 등 8대 핵심 선도 사업에 30조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LG경제연구원 조영무 연구위원은 "정부는 항상 빚이 많은 것처럼 보이고 싶지 않을 때 공공기관을 활용하는데, 유럽 재정위기 이후 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부채의 범위를 일반정부부채뿐 아니라 공공부문 전체로 광범위하게 보는 글로벌 트렌드 등을 고려했을 때, 공기업 부채도 공공부채로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기업투자 위축과 고용 부진 속 민간부문이 위축된 상황에서 공공기관에 사람은 많이 뽑으라고 하면서 공공요금 인상은 억제하는 등의 영향으로 공공부문 부채가 증가세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면서 "통일 가능성이나 위기시 대응 여력을 갖추기 위해 우리나라의 재정 건전성은 반드시 유지돼야 하는 만큼, 정부가 공공기관 부채 관리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