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취임 당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사진=황진환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8일로 취임 100일을 맞았다. 이 지사는 100일을 앞둔 지난 4일 "주로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었으나 요즘은 왔다 갔다 하는 것도 그래서 (지금은) 사무실에서 도시락을 먹는다. 2~3분만에 식사를 마친다"고 밝혔다. 지사직 수행 후 100일간 걸어온 길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이 지사는 100일 동안 도민 생명과 직결된 각종 사고의 조사·수습에도 열성적이었다. 지난 7월 태풍 '쁘라삐룬' 북상으로 취임식을 생략하고 바로 재난 업무에 돌입하는 파격 행보를 시작으로 7일 발생한 고양시 송유관공사 화재 현장, 삼성전자 이산화탄소 유출 현장 등 크고 작은 사고 때 마다 직접 해당 장소를 찾아 도민 안전을 위한 발빠른 조치를 취했다.
또 민간보트 구조작업 중 순직한 소방관 영결식에서도 장의위원장을 맡아 오열하는 모습을 보이며 "더 나은 소방안전의 기틀을 만들겠다"고 다짐하는 등의 행보는 공직자들에게 '울림'을 주기도 했다.
반면, 이 기간 이 지사를 향해 불거진 각종 논란도 거셌다. 도정 행보에 발목을 잡는 듯 했다. 외부적으로는 '여배우스캔들', '조폭연루설' 등이, 내부적으로는 정책추진 과정에서 빚은 시군 단체장, 도청 노조와의 마찰을 비롯 도 산하 기관장 인사에 대한 '보은', 도청 인사에 대한 불만 등이 이어졌다.
이같은 악재에 일각에서는 "일을 할 수 있겠냐"는 목소리가 불거진 것도 사실이다. 특유의 승부사적 기질과 스스로도 밝힌 반골(反骨) 성향 때문일까. 이 지사는 세간의 예상과 달리 눈에 보이는 성과를 만들어 나가는 저력을 보여줬다. 공무원들에게는 '흔들림 없는 도정'을 약속하며 신뢰 구축에 애썼다.
이 지사는 힘든 고비때 마다 사석(私席) 등에서 "산에 오를 때 힘들 수록 올라가면 기분좋다. 산이 높을 수록 계곡이 깊다. 가파를 수록 빨리 올라갈 수 있다. 힘이 들 수록 높은 산에서 세상을 볼 수 있다"는 말을 자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사의 취임 100일은 '파격'과 '개혁'으로 요약된다. 주요 정책만 꼽아도 30개가 넘는 사업이 추진 됐으며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으나 상당 수 정책, 제안 등은 사회적으로 적지않은 반향(反響)을 가져왔다. '먼 미래 보다 당장 고칠 수 있는 것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이 지사의 지론을 토대로 문 정부의 '나라다운 나라' 성공에 발맞춰 '새로운 경기' 만들기에 몰입한 100일이었다는 것이 경기도의 설명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취임 100일 30개의 주요 정책사업.(표=경기도청 제공)
◇ '불로소득 완화'라 쓰고 '개혁'으로 읽힌다·· 공사원가 공개·표준시장단가 적용·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 도입 주창·공공임대 20만호 공급 등이 지사가 추진해 온 '개혁'의 핵심은 '부동산 불로소득' 규모의 완화라 할 수 있다.
이 지사는 지난 4일 취임 100일을 앞두고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도 "분양가 공개, 국토보유세, 공공임대주택 20만호 공급 등을 포함해서 부동산 불로소득에 관한 이야기를 화두로 만든 것이 가장 큰 성과였다"고 밝혔다.
분양가, 공사비, 임대료를 부풀려 얻는 불로소득이야 말로 경제를 망가지게 하는 가장 큰 이유로 대한민국의 생사가 걸린 문제라는 것이 이 지사의 지론이다.
이 지사는 취임 직후 경기도가 시행한 10억 원 이상 공공건설공사의 원가를 공개한 데 이어 민간업체와 공동 분양한 아파트의 공사 원가도 공개했다. 원가 공개를 통해 아파트 분양가의 거품이 어느 정도인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끔 하겠다는 취지였다.
이어 이 지사의 다음 '타깃'은 건설업계에 만연한 부풀려진 공사비였다. 이 지사는 "시장에 가면 900만 원인데 1000만 원에 사라고 강요하면 되겠냐"며 현행 공사비 산정(표준품셈) 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건설업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100억 원 미만 공공건설공사에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하는 제도개선을 적극 추진했다.
이 지사는 또 부동산 불로소득 완화 방안으로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 도입을 주창, 주목을 끌었다.
그의 기본소득용 국토보유세 방안은 국토보유세를 걷되 국민저항을 감안해 전액을 사회안전망 차원에서 기본소득 개념으로 나누어 주는 것으로, 전국 시행에 따른 부담을 줄이기 위해 경기도에서 우선 시행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현재 정부에 해당 정책을 제안해 놓은 상태다.
이 지사는 취임 100일을 맞은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신이 주장한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 공감대 형성 등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한다.
최근 경기도가 발표한 공공임대주택 20만호 공급 정책도 이 지사의 부동산 블로소득 완화 방안과 맞닿아 있다.
이와관련, 이 지사는 "기본적으로 공공택지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은 공공이 가져야 마땅하다. 이를 환수해 장기공공임대 주택을 마련하는 것으로 경기도의 임대주택 지분(35%)을 기본 50%로 넘겨야 한다. 또 분양가와 실제 거래가의 차익부분의 용도를 제한해서 기금형태로 만들어 임대주택건설에 투입하게끔 해야 집을 가지고 생기는 투기수요, 투자수요를 없앨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지사는 이와함께 100일 동안 '도민이 주인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특별사법경찰 확대 ▲고액 체납자 출국금지 ▲여성공무원 임용비율 역대 최고 ▲공공데이터 개방 ▲민원 조정관제 도입 ▲대학생 학자금 대출이자 지원확대 ▲민원 '해피콜' 도입 ▲산하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등의 정책사업을 추진했다.
또 기본소득 개념이 녹아있는 복지정책으로는 ▲초등학생 치과주치의 도입 ▲결식아동 급식비 전국 최고수준 인상 ▲어린이집 37만 명 친환경 과일 공급 ▲중학교 신입생 교복 무상 지급 등을 꼽을 수 있다.
공정 경제, 환경, 교통, 안전 등의 정책을 살펴보면 ▲지역화폐 도 전역 확대 ▲청년배당, 무상교복, 공공산후조리원 설치 등 3대 무상복지사업 내년부터 시행 ▲경기도의료원 수술실 CCTV 운영 ▲건설공사 대금지급확인시스템 구축 ▲도내 불법 사채 근절 ▲안양 연현마을 공영개발 추진 ▲미세머지 저감 위한 단속 강화 ▲공공개발이익 도민환원제 도입 ▲심야버스 노선 확대 ▲먹거리 안전 위한 단속 강화 ▲현장체험학습 소방관 동행제 추진 ▲군입대 청년 상해보험 가입지원 및 현역복무자까지 지원 확대 ▲도 전역 7,040대 CCTV 확대 설치 ▲도청 청소․방호원 근무여건 개선 등이 대표적 성과로 분류된다.
특히 100일을 하루 앞둔 7일 발표된 옥류관 유치 추진, 도지사 방북, 국제학술대회 북한대표단 파견 등 경기도와 북한이 합의한 6개항의 남북교류협력사업 내용의 경우 8년간 단절됐던 경기도-북한 교류사업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 '새로운 경기' 슬로건에 걸맞는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이밖에 의사협회의 반발을 불러 오기도 한 경기도의료원 수술실 CCTV설치·운영도 눈에 띄는 정책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와관련, 이 지사는 "압도적 다수가 이익을 보고 그게 상식과 정의에 부합하는 것이라면 누군가 반대한다고 해서 안하면 안된다"고 밝히면서 의료원 산하 안성병원부터 시행을 강행하는 뚝심을 보여줬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사진 가운데)가 취임 100일 하루전인 7일 오후 고양시 덕양구 송유관 공사 화재현장을 찾아 화재진압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사진=경기도청 제공)
◇ '여배우스캔들', '조폭연루설' 도정 성적표에 평가절하 작용·· 산하기관, 도청 인사 잡음도 논란취임 100일 동안 논란도 적지 않았다.
외부적으로는 '여배우 스캔들', '조폭 연루설' 등이 대표적으로, '일을 잘한다'는 이 지사의 도정 성적표를 실제 보다 평가절하 시키고 있어 도청 안팎의 안타까움을 샀다. 특히 마무리 되지 않고 현재진행형인 '김부선 스캔들'은 이 지사의 행보, 이미지에 여전히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공무원 명찰패용에 따른 노조와의 마찰로 논란을 빚기도 했으나 자율적 패용 것으로 정착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 경기지역 상당수 시장, 군수들이 경기도의 주요정책이 시군 재정여건 등을 고려하지 않고 추진되는 등 '일방통행식' 이라며 반기를 들은바 있다. 이에대해 이 지사는 "도와 시군은 동반자적 관계다. 시군과 긴밀히 정책을 협의해 추진하겠다"며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산하기관장 인사도 '보은‧코드'란 지적을 사며 매끄럽지 않은 상황이다. 이는 '경기도정 핵심은 공정함' 이라는 이 지사의 도정 프레임에 흠집을 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까지 이 지사가 도 산하기관장에 임명한 인사는 이한주 경기연구원 원장, 유동규 경기관광공사 사장, 이우종 경기도문화의전당 사장 등으로 가천대 교수를 역임한 이한주 원장을 제외하고는 유동규, 이우종 사장 모두 해당 기관과 관련된 경력이 전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경기문화재단의 경우 도가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대표이사 후보 중 적합한 인물이 없다고 판단, 재추천을 요청한 상태로 이들 기관의 노조와 도의회로부터 반대 목소리가 불거지기도 했다.
이 지사의 경기도청 인사 역시 논란을 빚었다. 지난달 28일 단행된 조직개편에 따른 첫 인사의 경우 지난 7월 정기인사시 승진에서 밀리고 부서배치가 얼마되지 않은 간부 공무원을 북부로 발령하자 도청 내부에서는 "찍혔다", "예전 인사불만을 토로한 것에 대한 괘씸죄가 적용됐다" 등의 말들이 무성했다. 이에대해 도는 "전문성을 고려한데다 도약할 수 있는 부서에 배치했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공로연수를 3개월 앞둔 시점에 북부로 인사발령이 난 또 다른 공무원의 인사 역시 "곧 바뀔텐데 굳이 망신을 줬다"는 등의 비판 목소리가 적지 않았고, 도는 "업무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며 인사권 영역을 강조했다.
김용 경기도 대변인은 "미흡한 점도 있었겠지만 이 지사는 공정, 복지, 평화를 기본 철학으로 100일 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새로운 경기의 모습을 보여주려 최대한 노력했다. 내년도 본 예산이 확정될께는 보다 구체적인 실천계획과 새로운 경기의 확실한 윤곽이 도출될 것" 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