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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등 떨어져 화재, 홀인원 한 공 벼락맞을 확률”

정치 일반

    “풍등 떨어져 화재, 홀인원 한 공 벼락맞을 확률”

    풍등이 유증기 통기구 옆에..기막힌 확률
    젖은 잔디밭이어도 점화원 될 가능성 충분
    일반 화재와 달라, 삽시간에 대형 화재로...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용재(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

    17시간 만에 진화된 고양 저유소 화재. 휘발유 260만 리터가 태워졌고요. 주유소 100곳 이상을 채울 수 있는 양입니다, 260만 리터면. 그리고 돈으로 치면 44억 원어치가 된답니다. 그런데 무심코 날린 풍등 때문에 이 화재가 벌어졌다는 게 지금 경찰의 설명입니다. 어제 풍등 날린 스리랑카 노동자는 긴급 체포가 됐는데요. 지금 여러분들의 궁금증도 굉장히 많이 들어오고 있어요. 이** 님 "이해가 안 갑니다." 이러셨고. 최** 님 "정말 풍등 날리는 게 불법이라고요?" 물어보셨고. 김** 님 "그러면 풍등을 파는 건 합법입니까?" 이런 궁금증들이 지금 줄을 잇고 있는데 이 스리랑카 사람, 풍등을 날린 죄 하나에다가 그 풍등이 하필이면 저장고 밑에 깔린 잔디에 붙어서 불을 낸 것. 여기에 대해서는 중실화죄가 적용이 됐습니다. 그 두 가지 죄로 지금 긴급 체포가 된 상태인데요. 자세한 얘기들 이분과 함께 나눠보죠. 경민대학교 소방안전관리과 이용재 교수 연결돼 있습니다. 이 교수님, 나와 계세요?

    ◆ 이용재> 안녕하세요.

    ◇ 김현정> 솔직히 제 상식으로는 잘 이해가 안 가요. 그 풍등이 300m를 날아가서 휘발유가 잔뜩 들어 있는 저장고 밑에 깔린 잔디에 불이 붙었고 그 잔디에 불이 붙는 것만으론 저장고에 불이 옮겨붙지 않는 건데 하필이면 거기에 뚫린 환기구에 불똥이 쏙 들어가가지고, 골인을 해가지고 휘발유에 불이 붙었다. 이런 얘기인 거잖아요, 지금 경찰 설명이.

    ◆ 이용재> 그렇습니다.

    ◇ 김현정> 이럴 수가 있습니까?

    ◆ 이용재> 가능성은 다분히 있습니다. 물론 그게 축소 모형실험이라든지 좀 더 정밀한 조사에 의해서 최종 확인되겠지만 일단 가능성은 충분히 있습니다. 왜 그러냐 하면 풍등이라는 게 불씨거든요. 그런데 저장 탱크 바로 인근에 보통 수 미터 이내에 유증기 통기관이라는 게 있습니다. 그 통기관이라는 게 저장소 내에 있는 유증기를 외부로 배출시켜서 저장 탱크를 안정화시키는 그런 기능을 하는 건데.

    ◇ 김현정> 지금 그러니까 기사에 다 환기구라고 나오는 것이 정확히는 유증기 통기구.

    ◆ 이용재> 네, 그렇습니다. 유증기가 나오는 구멍이죠.

    ◇ 김현정> 지금 그 불이 난 저장고 벽에 있는 게 아니라 저장고 옆에.

    ◆ 이용재> 인근에 있습니다.

    지난 7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 대한송유관공사에서 발생한 폭발화재가 17시간 만에 완전히 진화돼 8일 오전 현장 관계자들이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 김현정> 옆에. 제가 지금 사실은 설계도를 보고 있거든요. 이걸 좀 보여드리면 좋은데 보여드릴 수가 없어서. 설명을 좀 해 드리자면 불이 난 둥그런 저장고가 있고 그 옆에 뭐라 그럴까요. 하수도 관 같은 게 하나 이렇게 지팡이 모양으로.

    ◆ 이용재> 우산 손잡이같이 돼 있습니다.

    ◇ 김현정> 땅에서 불쑥 튀어나와 있네요. 지팡이 모양으로 휘어져 있다 보니까 그 구멍은 잔디 쪽을 향하고 있네요.

    ◆ 이용재> 그렇죠, 지면. 잔디 쪽인 지면을 향하고 있고요. 정말 운이 나쁘게 그 아주 가까운 위치에 풍등이 떨어지게 되면 거기서 유증기가 배출되는 상태에서는요. 그 불씨가 아주 작다 하더라도 심지어는 스파크 같은 그런 작은 불똥도 유증기에 떨어지게 되면 그게 바로 화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풍등의 작은 불도 그 인근에만 떨어졌다라고 하면 충분히 그게 발화원이 될 수 있습니다.

    ◇ 김현정> 세상에, 아니, 그 풍등이. 이 넓은 하늘에서 어떻게 거기까지 날아가서 하필이면 그 환기구 옆에 떨어졌는가. 이게 참 기막힌 확률이네요.

    ◆ 이용재> 정말 확률적으로 보면 홀인원 한 상태에서 골프공 꺼낼 때 또 번개에 맞을 정도로 확률이 굉장히 낮은, 그런 불행한 일이 생긴 거죠.

    ◇ 김현정> 골프를 치는데 홀인원 할 확률도 적은데 그 홀인원 한 공이 벼락을 맞을 확률 정도?

    ◆ 이용재> 네.

    ◇ 김현정> 기막힌 일이지만 지금 경찰이 CCTV를 확보했다고 하니까. 오늘 경찰이 CCTV 발표를 하면 알겠습니다마는.

    ◆ 이용재> CCTV 내용을 정확히 분석해 보면 좀 더 정확한 결과가 나올 거라고 판단되고요. 지금으로서는 그럴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말입니다, 교수님. 그럴 수 있다 쳐요. 그런데 그럴 수 있는 환경 자체가 사전에 방지되어 있어야 되는 게 아닌가. 저는 그 생각이 듭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그렇게 어마어마한 양의 휘발유가 들어 있는 저장고 밑에 왜 잔디가 깔려 있습니까?

    ◆ 이용재> 보통 대부분 여기뿐만 아니고요. 거의 모든 저장소 주변에는 잔디라고 물론 표현되고 있는데 잔디도 물론 풀도 있습니다마는 자글자글한, 아주 10cm 정도 될까말까 한 자글자글한 풀이 쭉 그냥 깔려져 있는 거죠.

    ◇ 김현정> 풀들이. 아니, 거기 풀이 깔려 있으면 안 되잖아요. 불붙으면 어떡해요. 번개라도 맞으면 정말 어떡합니까?

    ◆ 이용재> 그런데 풀밭에 번개가 떨어질 확률은 없고요. 그래서 통념적으로 그냥 잔디밭이라고 표현을 하는데 그냥 넓은 풀밭 같은 게 쭉 그렇게 깔려져 있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죠.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 있어서요.

    ◇ 김현정> 일단 저는 그거 하나가 좀 이거 문제 아니었나 싶고 또 하나는 그래요, 그래서 잔디에 풀에 불이 붙었다 치죠. 치더라도 그 불이 저장고 쪽으로 옮겨붙을 개연성 자체를 막았어야 되는 거 아닌가. 그러니까 그 환기구가, 유증기 환기구가 왜 잔디를 향해서 뚫려 있어야 되는 겁니까?

    ◆ 이용재> 조금 의문점은 남는데요. 그날 풍등이 잔디밭에, 풀밭에 떨어졌고. 그런데 그날은 비가 왔습니다. 일요일 날 오전에요.

    ◇ 김현정> 맞습니다.

     

    ◆ 이용재> 그런 상태에서 잔디밭을 태우고 통기관 있는 데까지 불이 이동했다라면 그 시간은 좀 굉장히 걸릴 거고 또 젖은 잔디밭으로 그냥 통칭하면 그 젖은 잔디밭이 그 작은 불씨 가지고 타들어가기에는 좀 어려움이 있지 않았겠냐라는 생각이 들고요. 그렇지만 꼭 그 잔디밭이 타들어가지 않더라도 인근에 풍등이 떨어진 것만 가지고도 그 인근에는 유증기가 쭉 이렇게 깔려져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 유증기가 어느 정도 농도를 유지하고 있었다면 인근에 풍등이 떨어졌다라면 잔디밭을 태웠든 태우지 않든 그것이 점화원이 될 가능성은 다분히 있습니다.

    ◇ 김현정> 거기에 떨어진 것만으로도, 잔디가 젖어 있어서 불이 확 붙지 않았더라도. 유증기가 여러분, 왜 유전 같은 것 화면 보시면 유전 위로 막 자글자글 자글자글 뭔가 끓고 있잖아요. 그게 유증기인 거죠?

    ◆ 이용재> 그렇죠.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게 더운 여름철에 주유하려고 휘발유 자동차 주유구를 열면 아지랑이 같이 피어오르는 것. 그게 유증기라고 보면 정확하게 맞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잔디가 물에 젖었어도 풍등이 떨어진 것만으로도 붙을 수 있다. 그건 이해가 가요. 그러면 그 유증기 통기구라는 것이 그렇게 붙지 않도록 뭔가 다른 쪽을 향해서 나 있다라든지 그 주변에 방지 장치를, 불티 방지 장치를 해 놓는다든지 할 수는 없습니까?

    ◆ 이용재> 그게 왜 지팡이 손잡이가 휘어져 있냐 하면 그게 하늘을 향하고 있으면 거기에 이물질이 들어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빗물이 들어간다든지 먼지가 들어가거나 하여튼 여러 가지 이물질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지면을 향하고 있는 거죠.

    ◇ 김현정> 그럼 막을 방법이 없어요? 그러면 지면에서 뭔가 인화 물질이 발생하면 바로 불이 붙게 되는 건데.

    ◆ 이용재> 지면을 향하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 또 방지망이라는 게 있습니다, 그 끄트머리에.

    ◇ 김현정> 있기는 있어요.

    ◆ 이용재> 지면을 향하고 있어도 뭔가 이물질이 벌레라든지 이물질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방지망이 씌워져 있죠. 그 방지망이 씌워져 있어도 유증기는 당연히 나오죠. 그런데 그 인근에 풍등이 떨어졌든 다른 아주 가까운 곳의 잔디밭에 떨어져서 그 불티가 통기관 쪽으로 갔든 가능성은 굉장히 있죠.

    ◇ 김현정> 또 하나는, 또 하나는 그래요. 홀인원 하다 벼락 맞을 확률. 수억분의 1 확률로 불이 났다 치죠. 불이 나면 그걸 재빨리 진화할 수 있는 소화 장치가 완벽히 구비되어 있었어야 되는 것 아닌가. 소화 장치가 2개 있었지만 하나가 고장났다. 이게 말이 됩니까?

    ◆ 이용재> 그 말씀도 맞는데요, 이게 일반 화재랑 다르다라는 거예요. 일반 화재 같았으면 만약에 거기에 풍등이 떨어져서 불이 붙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큰 불로 이어지는 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거든요. 보통 일반 건축물 같은 경우는 그 시간이 15분 이상 소요가 되거든요. 큰 불로 확대되기까지는. 그런데 이 유증기에 불똥이 튄 경우는 튀었다라면 그것이 큰 불로 폭발을 동반한 대형 불로 이어지는 데는 정말 짧은 시간, 정말 그게 수초일 수도 있고 아니면 정말 1, 2초일 수도 있습니다. 그 짧은 시간 내에 이것이 유증기에 불이 붙으면 그것이 폭발을 동반한 대형 화재로 이어지는데 정말 짧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 짧은 시간 내에 어떤 초기 대응을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그분들이 잘못했다라고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로 빨리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라는 거죠.

    ◇ 김현정> 그런데 교수님, 초기 대응에 실패를 했다 그러면 그다음에라도, 그다음 단계라도 소방 장치가. 그러니까 너무 1초 만에 벌어진 일이라 그랬다 치더라도 정말 1초인지 모르겠습니다마는 1초 만에 그랬다 치더라도 그다음에 소화 장치가 제대로 작동해서 그다음으로 번져가는 걸 막았어야 하는데 지금 보면 소화 장치 2개 중의 1개가 고장이 나서 제대로 작동을 안 하는 바람에 17시간이나 진화하는 데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까? 고장난 걸 어떻게 보세요?

    ◆ 이용재> 포라는 설비인데요. 저장 탱크 주변에 인근에 이게 2개가 설치가 되어 있거든요. 그런데 어쨌든 2개 중에 하나가 작동을 안 했다는 것은 관리상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한 거고요.

    ◇ 김현정> 그렇죠.

    ◆ 이용재> 그건 분명한 사실이고요. 그런데 이렇게 큰 탱크가 동시에 불이 붙어서 화재가 커진 상황에서는 사실 포 2개든 몇 개든 가지고 단시간 내에 일단 그렇게 화재가 커진 상태에서는 진압하기가 어려운 것 또한 현실입니다.

    ◇ 김현정> 그러면 말입니다. 지금 교수님 말씀 듣다 보니까 그러면 풍등이 옆에 떨어진다든지 홀인원 하다 벼락 맞을 확률 정도로 뭔가 그 옆에 인화 물질이 다가오면 그럼 매번 이렇게 당해야 됩니까? 다른 대책이 없습니까?

    ◆ 이용재> 현재로서는 만약에 또 어려운 확률이지만 이런 일이 생긴다라면 그런 대형 화재가 재연될 가능성이 없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 김현정> 너무 비관적인 말씀을 하시네요. 그러니까 이게 홀인원 하다가 벼락 맞을 확률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수밖에는 없다?

    ◆ 이용재> 네. 그래서 지금은 이런 경우에는 정말 어떤 대응이 예방이라는 게 정말 참으로 쉽지 않은 그런 상황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아무도. 사실 저부터도 풍등이 떨어져서, 풍등이 떨어져서 불이 날 거라고는 사실은 창피한 얘기지만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 김현정> 제가 이쪽으로 문외한이니까 제 말이 정확한 건 아니겠습니다마는 이게 일반적인 국민들 상식선에서는 불이 났다 치더라도 이게 더 큰 화재로 벌어지지 않도록, 번져가지 않도록 조금 더 빨리 막을 다른 장치들을 마련해야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자꾸 드는데.

    ◆ 이용재> 물론 그것이 가장 이상적인 것이기는 하죠. 바람직한 얘기기는 하지만 이 저유 탱크 같은 경우에 불이 붙으면 현실적으로는 진화가 어렵고요. 지금 이번 사태에서 어떻게 했냐 하면 탈 수 있는 휘발유를 빼내는, 어떻게 보면 좀 원시적인 방법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 김현정> 그 방법을 썼죠.

    ◆ 이용재> 합리적인 대응을 한 거고요. 특히 중동 같은 경우도 유전에 불이 붙으면 심지어는 며칠 또는 몇 달까지도 그걸 끄지 못하고 그냥 태워서 진화할 수밖에 없는 그런 것이 사실 현실적인 상황입니다.

    ◇ 김현정> 그러면 풍등 같은 게 날아오지 않도록 막는 커다란 어떤 벽을 만든다든지 골프장의 천막이라도 하나 친다든지 이런 방법밖에는 없겠네요.

    ◆ 이용재> 그런데 그 저장소라고 하는 곳이 넓이나 면적이 웬만한 골프 연습장의 수십 배에 달하는 면적이고 또 풍등이 날아오는 높이가 50m, 100m가 아니라 그 이상의 높이에도 날아올 수 있기 때문에 그것조차도 현재로서는 방지한다는 게 정말 현실적으로 참 어려운 얘기다라는 거죠. 그걸 예측했다 하더라도요. 풍등이 날아오는 걸 대비해서 안전망을 친다는 것은 공항에서 새가 비행기 엔진으로 들어와서 사고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새가 공항에 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공항 전체를 그물망으로 덮는다는 것과 좀 유사한 현실성이 없는 그런 대안이다라고 말씀드릴 수 있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듣고 나니까 좀 씁쓸한 생각은 듭니다마는 전문가, 소방 방재 전문가의 의견은 이렇다는 거. 여기까지 도움 말씀 듣도록 하죠. 고맙습니다.

    ◆ 이용재> 네.

    ◇ 김현정> 경민대학교 소방안전관리과 이용재 교수였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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