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19일 밤 평양 5.1 경기장에서 열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환호하는 평양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박종민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평양 방문을 초청했다고 청와대가 9일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에 김 위원장에게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 관심이 많다. 교황님을 한 번 만나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교황님이 평양을 방문하시면 열렬히 환영하겠다"며 적극적인 환대 의사를 문 대통령에게 밝혔다고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오는 17∼18일 교황청을 공식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김 위원장의 이런 뜻을 전달할 예정이다.
김 대변인은 김 위원장이 평양 남북정상회담 마지막 날인 지난달 20일 백두산 천지 주변에서 김 위원장이 김희중 대주교를 만나 나눈 대화도 공개했다.
김 대주교가 "김 위원장은 스위스에서 유학도 오래 했으니 관광의 중요성에 대해서 잘 알 텐데, 북한의 자연경관이 수려하니 스위스에서의 경험을 살려 관광사업을 하면 번창할 것"이라고 말하자 김 위원장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김 대주교는 이어 "남북이 화해와 평화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교황청에 전달하겠다"고 하자 김 위원장은 허리를 숙이면서 "꼭 좀 전달해달라"고 답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축복과 지지를 재확인하고 향후 협력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1991년 구소련 해체와 이후 동유럽 공산국가들의 잇달은 붕괴로 위기에 몰린 북한은 김일성 주석의 특별지시로 교황 초청을 추진했지만 무산된 바 있다.
탈북한 태영호 전 영국대사관 공사는 자신의 저서 '3층 서기실의 암호'에서 "김일성 주석의 지시로 북한 외무성과 통일전선부 소속 일꾼들이 상무조(TF)를 조직해 교황 초청을 위한 외교 의례행사와 종교의식, 의전 등을 준비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