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에 매년 2조원이 넘는 돈이 정부 누리과정예산으로 지원되고 있다. 그럼에도 학부모들의 원비 부담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정부 예산 집행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국회의원들과 교육부 관료, 법조인들도 노골적으로 사립유치원을 편든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이에 따라 CBS노컷뉴스는 '고삐 풀린 사립유치원, 학부모의 품으로' 연재 보고서를 통해 사립유치원의 회계투명성 확보 방안을 비롯한 법과 제도의 개선점을 모색한다.[편집자 주]글 싣는 순서 |
① 교육부, '사립유치원 회계' 국가관리 포기 ②사립유치원 국가 회계시스템 중단, SW 영향평가 때문이라더니 ③ [사실은...]교육부 "사립유치원 회계시스템 도입 추진 중"이라는데 ④'사립유치원 회계 국가관리' 실종…교육부, 약속 파기 ⑤'유치원은 학교!'…사립유치원도 '국가관리 회계시스템' 마땅 ⑥사립유치원, 국가지원 없다더니…국고지원비율 최소 45% ⑦국공립유치원 취학률 40%까지 확대… '빨간 불' ⑧[기자의 창] "사립유치원 회계시스템, 에듀파인이 답이다" ⑨유은혜,"사립유치원 회계, 민간 회계프로그램 아닌 국가관리" ⑩토론회 방해 사립유치원 원장 vs 완장 찬 시민감사관 ⑪경기도교육청, '사립유치원 특정감사' 돌연 중단 방침 왜? |
10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실 주최로 열린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정책토론회-사립유치원 회계부정 사례를 중심으로'에서 박 의원이 토론을 무산시키려는 전국 사립유치원 운영자·원장들의 협의체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소속 회원들을 설득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시도교육청 감사결과 명단 공개로 '전수 감사' 필요성 대두17개 시도교육청의 최근 3년간 감사결과 비리 유치원의 실명 공개는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해당 유치원 학부모들은 다른 유치원을 알아 보고 있고, 감사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유치원 학부모들은 '전수 감사'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용진 의원실이 11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1,878개 사립유치원에서 5,951건에 269억원이 적발됐다.
◇경기 이재삼 감사관, 특정 감사 내년부터 중단 발표…여론에 역행
경기도교육청 이재삼 감사관(맨 왼쪽)이 2일 감사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사립유치원 특정감사를 예정대로 올해까지만 진행하고 내년부터는 하지 않기로 했다.
이재삼 경기도교육청 감사관은 2일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혔다.
교육청 관계자는 "그간 특정감사를 진행하면서 사립유치원 원장들과 의견대립이 컸다"라며 특정감사를 더 진행하지 않기로 한 이유를 설명했다.
사립유치원들은 그간 대규모 집회를 열어 "사립유치원은 공공기관이 아니므로 감사 대상이 아니다. 특정감사는 불법이다"고 반발해왔다.
법적 다툼도 벌였다. 지난해 7월 사립유치원 측이 이재정 교육감과 감사담당자 등 3명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자 그다음 달 교육청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사립유치원 원장들로 구성된 한국유아정책포럼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경기도교육청은 2016년부터 사립 유치원 감사를 위해 시민감사관이 포함된 2개의 '특정감사반' 13명을 투입해, 3년간 1,100개 사립유치원 중 92개에 대한 감사를 벌인 결과 거의 예외없이 회계부정을 적발해 96억원의 보전조치를 내렸다.
이 발언을 했는지에 대해 이재삼 감사관은 14일 "'특정 감사를 안하기로 했다'고 브리핑에서 공식적으로 밝힌 적 없다. 사안이 있으면 특정 감사는 하는 것이고, 다만 사립유치원에 대해서는 감사를 더 강도높게 확대하겠다는 것이 공식적 입장이다"고 답변했다.
이어 "내일 국감에서 교육감이 공식 답변을 할 것이다. 어떻게든 얘기가 정리될 거라고 보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 경기도 사립유치원연합회,뒤이어 자정노력 선언… 묘한 여운이 감사관의 브리핑에 바로 이어 곧바로 경기도 사립유치원연합회가 브리핑실에서 자정선언 성명을 발표했다.
이 단체는 "공정하고 투명한 회계 관리를 정착해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외부단체의 브리핑실 사용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어서, 교육당국의 특정 감사 중단 발표에 이어 같은 장소에서 '특정 감사 중단'을 노골적으로 압박해온 사립유치원의 '자정 선언' 성명 발표는 묘한 여운을 남겼다.
◇이재정 교육감, 석연치 않은 행보…본인 지시 여부 밝혀야
지난해 7월 경기도 사립유치원연합회가 감사 중단을 요구하며 내건 현수막.
내년부터 경기도교육청 관내 사립유치원 특정 감사 중단 방침에 대해 반발이 일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내부에서는 "전수조사를 해야 하다는 여론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그간에 선도적으로 사립유치원 감사를 벌여온 경기도교육청이 특정 감사 중단 방침을 밝힌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말했다.
이어 "이 중단 방침이 이 감사관 독단적인 결정인지, 이재정 교육감의 지시에 의한 것인지 명확히 규명되어야 한다"며 "이재정 교육감의 결정이라면, 재선을 치르면서 선거 캠프에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인사들이 참여했다는 설이 있던데, 이들을 배려한 정책 결정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재삼 감사관, 부적절 발언 도마… "토론회서 감사 중 취득한 정보 누설은 문제" 이재삼 감사관의 잇따른 문제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 감사관은 10일 오후 경기도교육청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비 회의에서, 지난 10월5일 박용진의원 주최 토론회에 시민감사관들이 참석한 것을 두고서 '감사 중 취득한 정보를 누설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유치원 비리근절을 위한 정책 토론회'는 사립 유치원 회계부정에 대해 사례를 중심으로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시의적절하고 의미 있는 자리였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의 집단 방해로 파행을 겪을 만큼, 이날 발표는 시민감사관의 크나큰 용기가 필요했던 자리였다. 아울러 시민감사관들의 발표 내용은 이미 경기도교육청이 발간한 시민감사관 활동보고서에 수록된 내용이기도 하여 문제 삼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이 문제 발언을 했는지에 대해 이재삼 감사관은 "그런 말을 언론과 공식적으로 한 적 없다. 다만 경기도교육청이 감사했던 자료를 토론회 자리에서 시민감사관이 공개해도 관계 없는지 내가 확인 한 적은 있다. 내부적으로"라고 답변했다.
이재정 교육감은 이전 임기 동안 뚝심 있게 사립유치원 감사를 벌이다, 재선 들어 돌연 특정 감사 중단 방침을 밝힌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15일 경기도교육청에 대한 국정감사를 의원회관에서 실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