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외숙 법제처장이 1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제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여야는 국정감사 2주차가 시작된 15일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과 남북 경제협력 등 굵직한 이슈들을 놓고 찬반 공방을 이어갔다. 전체적으로 큰 '한 방'이 없는 다소 밋밋한 분위기 속에서 '보좌관 특혜 채용', '심재철 자료유출' 등 각 상임위 별로 신경전이 펼쳐졌다.
이날 상임위는 법제사법위원회를 비롯해 14개가 모두 가동됐다. 법사위의 법제처 국감에선 4‧27 판문점 선언에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는 정부 인장이 도마 위에 올랐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중대한 재정적 부담 가능성이 있으면 국회의 비준 동의를 받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당 주광덕 의원은 "판문점선언으로 국민이 부담해야 할 재정규모를 알아야 비준동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박했다.
이에 김외숙 법제처장은 "2019년 재정 소요분만으로도 중대한 재정적 부담이 된다고 판단해 비준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심사했다"고 밝혔다. 앞서 통일부는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산정한 비용추계서에 따라 내년에 철도·도로 협력과 산림협력 등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해 2986억원이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당초 한국당은 이날 기획재정위의 통계청 국감을 표적으로 삼았다. 지난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 등 현 정부의 일자리대책을 공격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정부대전청사에서 진행된 통계청 국감에선 올해 1분기 가계 동향 통계의 표본 적정성 등이 도마에 올랐다. 또 가계 동향 통계에서 나타난 저소득층 가구 소득과 고용부진 상황 등이 여야의 쟁점이 됐다.
야당 의원들은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성장 잠재력을 깎아 먹고, 고용지표를 악화시켰다고 주장한 반면, 여당 의원들은 새로 도입된 정책이 우리 경제를 선순환 구조로 만들기 위한 것으로 누적된 문제 해결하기 위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엄호했다.
이런 가운데 기재위원 자격으로 참석한 심재철 의원도 논란의 대상이 됐다. 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내일이면 기재위가 한국 재정정보원에 대한 국감을 한다"며 "이해관계자가 있고 공정을 기할 수 없는 사유가 명백한 심 의원을 내일 국감에서 뺄 것을 의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정정보유출 문제로 기획재정부와 맞고소를 벌인 심 의원을 관련 기관 감사에서 배제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감사인인 국회의원이 직접 이해관계가 있거나 공정을 기할 수 없는 사유가 있는 경우 참여할 수 없게 할 수 있는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중 '제척과 회피' 조항을 준용한 것이다.
한국당은 즉간 반발했다. 엄용수 의원은 "여당이 심 의원을 국감에서 배제시키려고 준비해왔다는 생각이 든다"며 "심 의원이 재정정보원의 정보유출에 대해 잘 알고 있어 자료 보관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으니 배제시키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엄 의원은 "심 의원을 배제한다면 재정정보원장과 기재부 장관까지도 직무 정지시키는 것이 상응하는 조치. 여당 의원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공정거래위원회를 대상으로 한 정무위 국감에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답변 청취 여부를 놓고 여야 간 설전을 벌이다 오전 한 차례 정회 사태를 빚었다.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이 공정위원과 사건 관계자 간 '접촉금지' 조항이 후퇴했다는 지적을 하기 위해 최근 직무 정지된 유선주 공정위 심판관리관을 대상으로 한 질의 과정에서였다. 유 심판관리관은 직무정지의 부당함을 호소했고, 김 위원장은 이에 관련 답변을 하려 했으나, 지 의원이 저지했다.
이에 정무위원장인 민주당 민병두 의원이 "정부 측 답변이 있어야 한다"고 개입했다가, 야당 의원들의 반발이 제기된 끝에 감사가 중지됐다. 이후 '위원장의 공정한 진행'을 전제로 김 위원장의 답변을 듣기로 하고, 20분 만에 재개됐다.
정무위에선 피감기관에 여당 의원들의 보좌진 출신이 채용된 것으로 놓고도 여야가 대립했다. 한국당은 민병두 의원의 전직 비서관이 금융위원회에 취직한 것에 더해, 이날 제윤경 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했던 A씨와 우원식 의원의 비서관이었던 B씨가 각각 권익위와 공정위에 취업한 것으로 문제 삼았다.
이에 민주당의 제 의원은 "(의혹 제기의) 근거가 굉장히 미약하다. 단정 지어서 얘기하는 것은 명예훼손"이라고 반박했다. 같은 당 유동수 의원은 "절차의 공정성이 확보됐고, 일을 잘해 위원장이 만족한다면 바람직한 것이 아니냐"고 거들었다. 김상조 위원장은 "정말 만족하고 있다"고 답했다.
남북관계 개선에 따른 주요 경협 사업도 여야 간 논쟁의 대상이 됐다. 산림청을 대상으로 하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국감에선 남북 산림협력 사업을 둘러싼 여야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1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방위사업청, 국방과학연구소, 국방기술품질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K-11복합소총 결함과 관련 질의를 하며 관계자에게 소총을 들어보이게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한편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의 방위사업청 국감에선 지난 12일 합동참모본부 국감에서 불거진 북한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정' 여부가 다시 문제가 됐다.
당시 비공개로 진행된 국감에서 합참이 "북한 군이이 서해 NLL을 인정치 않고 있다"고 한 데 비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차 남북정상회담의 군사분야 합의 결과가 '북측의 NLL 인정'이라며 정반대의 취지로 언급해 논란이 일었었다.
이날 국감에선 민주당은 한국당 백승주 의원이 군 당국의 비공개 보고 내용을 공개한 것은 국회법 위반이라고 지적했고, 한국당은 합참의 비공개 보고 중 군사기밀이 아닌 내용을 공개한 것이어서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