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이야기 나누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엠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프랑스 대통령에게 "적어도 북한의 비핵화가 되돌릴수 없는 단계에 왔다는 판단이 선다면 유엔 제재의 완화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더욱 촉진해야한다"고 언급한 것은 대북 제재 완화를 비핵화 지렛대로 삼아 더욱 속도를 내겠다는 평소 소신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문 대통령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역할을 해달라"고 적극 요청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유럽 순방을 떠나기 전인 지난 12일 영국 유력 방송사인 BBC와의 인터뷰에서도 "북한이 진정성 있는 비핵화 조치를 계속 실천해 나가고, 이제는 되돌릴 수 없는 상태까지 왔다고 판단되면 그때는 유엔 제재들이 이렇게 완화되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의 독자제재와 별도로 전세계를 대표해 대북제재를 주도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중 하나인 프랑스 대통령에게 대북 제재 완화를 직접 요청한 것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의 긴 여정에 있어 의미있는 변곡점을 만들려는 문 대통령의 의도된 계산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왔지만 지난 6월 센토사 합의 이후 비핵화 방법론을 놓고 북미가 3개월 넘게 삐걱거렸고, 1차 북미정상회담도 취소, 취소 번복을 반복하다 어렵게 성사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만큼, 현재 북미간 '훈풍'도 상황에 따라 언제든 변할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렸다.
올해 초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다"며 비핵화 프로세스 전 과정에 대한 리스크를 언급한 것과 마찬가지로 방법론을 놓고 언제든 북미가 등을 돌릴 수 있다는 걱정도 아직 유효하다.
특히 다음달 6일(미국시간) 치러질 미국의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미국의 대북 접근 방식과 속도도 변경될 수 있다는 '가변성'도 문 대통령으로 하여금 '승부수'를 띄우게 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주 BBC와의 인터뷰에서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완화 조건으로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내걸었고, 마크롱 대통령에게도 '적어도 북한의 비핵화가 되돌릴수 없는 단계에 왔다는 판단이 선다면'이라고 말하며 재차 대북제제 완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되돌릴 수 없는 상태까지 왔다고 판단되는' 지점은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함께 내놓은 공동선언문 5조 2항에 언급된 미국의 상응조치에 따른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남북미 종선선언을 비롯한 북한과의 적대관계 해소 천명 등 미국의 '상응조치'가 이뤄지면, 북한 핵물질 생산의 '핵심'인 영변 핵시설 해체 조치를 김 위원장이 약속한 만큼, 북한의 되돌릴 수 없는 실질적 비핵화 조치 역시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 프로세스를 마크롱 대통령에게 충분히 설명한 뒤, 머지 않은 시기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프랑스의 결단을 촉구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그간 해외 유력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북 제재 완화가 필요하다, 제재 완화 요청을 검토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지만, 이날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프랑스의 역할을 해달라"며 마크롱 대통령에게 직접적인 행동을 촉구했다. 대북 제재 완화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