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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연락사무소 직원들은 '박연폭포'로 야유회 갈 수 있을까

통일/북한

    남북연락사무소 직원들은 '박연폭포'로 야유회 갈 수 있을까

    개소 한달맞은 공동연락사무소 "24시간 365일 상시 남북소통채널로 순조롭게 정착"
    김창수 사무처장 "역대 정부가 추진해온 남북간 상주연락기구 설치 구상 실현 단계로 진입"

    9월 27일 밤 9시 45분.

    야심한 시각에 개성 공단 내에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우리측 숙소로 북측 관계자가 급하게 찾아왔다.

    "중요한 전달 사항이 있으니 사무실에서 만나자"는 전갈이었다.

    부소장을 맡아 상주하고 있는 김창수 사무처장도 옷을 갈아입고 다시 2층 사무실로 나갔다.

    공동연락사무소가 문을 연지 사흘 만에 북측의 요청으로 심야 접촉이 이뤄졌다.

    중요한 사안일 수 있다는 판단에 서울로도 급하게 연락이 취해졌고, 통일부를 비롯해 관계부처에서는 대기 상태에 들어갔다.

    북측은 약 두 시간이 지난 밤 11시 55분에 케이스에 담긴 문서를 우리 측에 건넸다.

    '10·4 선언 11주년 남북공동기념행사'를 평양에서 하자는 내용이었다.

    이 내용은 바로 정부 연락망을 통해 서울로 타전됐고, 필요한 부처 간 협의를 거쳐 북측과 협의할 내용이 정리됐다. 그 다음날인 18일에 소장을 맡고 있는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이 안건을 들고 북측 전종수 소장(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과 만나 행사에 필요한 세부 사항을 처음 논의하기 시작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는 지난달 14일 개소 이래 지금까지 단순 유·무선 통화를 제외한 남북간 연락과 협의는 60회 이상 진행됐다. 하루 평균 2회 이상 대면 접촉을 해온 셈이다.

    남측 천해성 소장과 북측 전종수 소장간 회의는 2차례, 김창수 사무처장과 북측 황충성 소장 대리간 부소장급 회의는 10차례 이상 진행됐다.

    매일 오전·오후 정례 연락관 협의가 지금까지 30회 이상 이뤄졌다. 남북 연락관들은 유선 전화와 함께 무전기로도 소통하는 등 언제든지 연락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층별안내문 (사진=통일부 제공)

     

    이처럼 개소 한달을 맞은 공동연락사무소는 365일 24시간 상시 연락체계를 갖추겠다는 당초 취지에 맞게 조금씩 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통일부는 밝혔다.

    김창수 사무처장은 16일 기자들과 만나 "지난 1990년 1차 남북고위급회담 등 노태우 정부 이래 역대 정부가 추진해온 남북간 상주연락기구 설치 구상이 실현 단계로 진입했다"며 "주·야와 휴일·주말 공백 없이 지속적으로 상시 연락체계를 유지하는 등 역대 가장 활발한 남북간 연락과 접촉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산림과 보건, 체육협력 등 9월 평양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분야별 회담과 서해경제특구 공동연구 등이 앞으로 모두 연락사무소에서 진행된다. 일단 건물 3층에 판문점과 비슷한 남북 회담 장소가 마련돼 있지만 실무회담과 접촉이 빈번해질 것에 대비해 연락사무소의 기능과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고, 통일부는 밝혔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남측 사무실 (사진=통일부 제공)

     

    또 인터넷망도 구축해야 한다. 현재 북한 내부 망을 이용해 외부와 연결하는 방안이 북측과 협의되고 있다. 그러나 이 방식은 인터넷 망을 통해 오가는 모든 데이터가 북한에 노출될 우려가 있어서 중장기적으로는 우리 자체 망으로 직접 접속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이와함께 남측 상주 직원들의 통행 범위도 더 넓게 허용돼야 한다. 현재 4층짜리 연락사무소 건물과 숙소, 식당은 자유롭게 오갈 수 있지만 다른 곳은 북측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

    김창수 사무처장은 "북측이 출입경과 이동은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는데 활동 공간을 넓혀야겠다고 생각해서 세 군데는 자유롭게 이동하는 것으로 협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북측 황충성 소장 대리에게 송악산 등반이나 박연폭포 야유회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며 "앞으로 직원들의 이동 범위를 더 확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 사무처장은 "공동연락사무소는 남북이 처음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하는 것 하나하나가 역사를 만들어가는 것이고 표준이 될 수 있다"며 "북측에도 '눈길에 발자국을 남기는 심정으로 사명감을 갖고 일하자'고 제안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남측 숙소 (사진=통일부 제공)

     

    ◇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직원들의 하루 생활

    20여명의 직원들은 매주 월요일 오전 8시 30분에 군사분계선을 통과해서 공동연락사무소로 출근한 뒤 상주하다 금요일 오후 5시에 다시 귀환한다. 주말과 휴일에도 당직 근무자가 사무소에 상주하며 비상 연락체계를 갖추고 있다.

    주중에는 오전 7시경에 일어나 숙소 주변을 산책한 뒤 오전 7시 30분에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한다. 현재 식당은 연락사무소 개보수 공사때 현장에 설치된 '현장식당(일명 함바)'을 이용하고 있다. 연락사무소 시설 관리 위탁 업체로 선정된 '현대 아산'에서 식당도 운영할 예정이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남측 식당 음식 (사진=통일부 제공)

     

    이어 매일 오전 9시에 부소장 주재 일일상황점검회의가 열린다. 남북 연락관 정례 협의는 오전 9시 30분과 오후 3시 30분 두 차례 진행된다.

    하루 일과는 오후 6시에 마감되고 당직근무 체제로 전환된다. 일과가 끝난 직원들은 숙소 1층에 설치된 헬스장을 이용하거나 탁구를 치면서 여가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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