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국제회의실에서 'KBS 진실과 미래 위원회 1차 조사결과 발표 기자회견'이 열렸다. 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정필모 부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KBS 제공)
"KBS의 미래를 위해, 정말 진실된 KBS, 시청자인 국민이 믿을 수 있는 KBS를 만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경주해 왔습니다. 과거의 잘못된 행태를 바로잡지 않고서 시청자들이 KBS를 믿어주겠습니까? (…) 공영 미디어로서 KBS 재탄생시키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고, 저희의 진정성을 알리고 KBS가 달라지고 있다는 걸 호소하고 싶어서 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_ KBS 정필모 부사장(KBS 진실과 미래 위원회 위원장)
'KBS 진실과 미래 위원회'(이하 진미위)는 그동안 KBS에서 일어난 방송 공정성·독립성 침해, 언론인 탄압 등 '공적책임 훼손' 사례를 조사하고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기구로, 지난 6월 5일 출범했다.
진미위는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국제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약 4개월 동안 진행된 1차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KBS기자협회 정상화 모임의 직장질서 문란 및 편성규약 등 위반 △A 기자의 '정상화 모임' 비판 외부 기고문으로 인한 부당인사 △영화 '인천상륙작전' 보도 관련 강압적 취재 지시 및 부당징계 △성주 군민 사드 배치 반발 보도 관련 강압적 취재 지시와 편성규약 위반 △'시사기획 창-친일과 훈장' 편 제작방해 및 불방 △2012년 파업 부당징계 진상규명 및 피해자 구제 등 총 6건이었다.
위 내용은 과거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전후 사정을 포함한 주요 내용이 이미 알려져 있었다. 다만, 자사 보도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비판적 자세를 보였던 KBS기자협회를 무력화하려고 만들어진 '정상화 모임'이 일종의 화이트리스트로 기능했다는 점이 더 자세히 드러났다.
진미위는 지난 2016년 3월 만들어진 '정상화 모임'에 이름을 올린 이들 다수가 보직을 맡거나 특파원 등을 다녀왔다고 밝혔다. 올해 4월 양승동 사장 취임 전까지 선발된 취재기자 특파원 12명 중 10명, 또한 보도본부 부장급 이상 보직자 60명 중 88%인 53명이 '정상화 모임' 참가자였다는 것이 진미위의 설명이다.
정필모 부사장은 "이 모임('정상화 모임')에 가입한 사람들의 명단을 만들고, 가입하지 않은 사람과 구분해 인사관리에 악용했다. 가입해서 혜택 본 사람에겐 화이트리스트, 끝내 거부한 사람에겐 사실상 블랙리스트"라며 "기자를 이렇게 관리한다는 것은 공조직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어제 범죄를 벌하지 않는 것은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짓이다'라는 알베르 카뮈의 말을 언급했다. 이어, "진상조사와 책임자에 대해 적절한 조처를 하는 것은, KBS 미래를 다시 열고 온전한 공영방송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기 위해 반드시 충족돼야 할 전제조건"이라고 밝혔다.
복진선 진실과 미래 추진단장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KBS 제공)
그동안 진미위는 근무 연차가 높은 직원들이 중심이 된 소수노조 'KBS 공영방송노동조합'(이하 공영노조)와 자유한국당 등 내·외부의 공세를 받았다.
공영노조는 '진미위 설치 및 운영규정 효력정지 등 가처분'을 냈다. 이후, 서울남부지법은 지난달 17일 공영노조의 가처분을 일부 인용해 '징계 권고와 징계 요구' 관련 조항에 '효력 정지' 결정을 내렸다.
이에 진미위는 오늘(16일) 법원의 가처분에 관해 이의신청을 제출했다. 정 부사장은 "일단 인사위원회와 연관된 부분은 현재 유보된 상태다. 법원에 이의신청했고, 최종 판단 받으면 그때 가서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 사장 취임 후 만들어진 조직인 만큼, 혹시 사장이 바뀌면 활동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정 부사장은 "진미위는 이사회 의결을 거쳐 내년 4월까지 운용하게 돼 있고 필요하면 6개월 연장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또한 "대부분의 공세가 정치적 공세였기에 자제하고 품격을 지키려고 노력했으나, 현재는 도를 넘었다고 생각해 앞으로는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는 어떤 사안을 조사할 것인지 묻자 복진선 진실과 미래 추진단은 "모금방송 같은 것도 정비하고 분석해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얘기가 있었다. 4대강, 핵 안보 회의, G20 등 정부 협찬을 받아 만든 관제방송을 어떻게 개선해 나갈까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