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 모임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16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학부모님들께 큰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사립유치원의 공공성과 투명성 강화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이들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사실 이들은 지난 5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물리력으로 막은 전력을 가지고 있다.
10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실 주최로 열린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정책토론회-사립유치원 회계부정 사례를 중심으로'에서 박 의원이 토론을 무산시키려는 전국 사립유치원 운영자·원장들의 협의체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소속 회원들을 설득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한유총 간부 등 3백여 명이 토론장을 점거하며 "토론회 제목부터가 사립유치원을 비위 집단으로 매도했다"며 난동을 부린 것이다.
그로부터 6일 뒤 한유총은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 폭로라는 부메랑을 맞고 전국민적 공분을 사기에 이르렀다. {RELNEWS:right}
하지만 이들은 16일 기자회견에서도 "맞지 않는 회계 감사 기준에 의해 비리라는 오명을 듣게 되었다"며 다시 억울함을 나타냈다.
더욱이 5일 토론회를 물리력으로 막고 16일 기자회견에 나선 한유총의 일부 간부들은 이번 '비리 사립유치원' 당사자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유총의 홈페이지에 소개된 조직도상의 간부는 총 41명이다. 이 중 36명이 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조직도. 한유총 홈페이지 자료 바탕으로 재구성
그런데 이들 가운데 일부가 박 의원이 공개한 '비리유치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밝혀졌다.
약 20%의 비율이다. 이중 회계집행 부적정 등 예산 관련 적발은 4곳이었고, 나머지 4곳은 강사 계약 부적정 등 운영 실책으로 적발됐다.
대구지회장 김 모 이사가 운영하는 도원유치원은 생활기록부 작성관리 부적정, 물품관리 부적정, 회계집행 부적정 등의 이유로 감사에 적발됐다. 이 유치원은 약 540만원의 예산을 부적절하게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경북지회장 홍 모 이사가 운영하는 옥계유치원도 과태료, 기부금 등 약 2,300만원을 유치원 회계에서 지출했다. 2013년 1월부터 2017년 2월까지 4년간의 현금 출납부 잔액과 통장 잔액이 불일치한 사실도 확인됐다.
경북지역 권 모 이사는 칠곡 자연유치원을 운영했는데, 법인카드 사용으로 발생한 포인트 약 40만원을 유치원 회계에 편성하여 집행하지 않고 직접 집행해 문제가 됐다.
임 모 법령입안이사가 운영하는 용인 한별유치원은 부적절하게 사용한 금액이 가장 컸다. 유치원 회계에서 원장과 자녀의 개인장기저축급여 납부에 약 2,300만원을 사용했고, 휴대전화 요금 및 재산세 약 4백만원을 34차례에 걸쳐 유치원 교비로 납부한 사실도 들통났다. 설립자의 자녀인 교원 처우개선비를 총 1천만원 가량 과다 지급하기도 했다.
이외에 울산지회장 박 모 이사가 운영하는 이화제일유치원, 충북지회장 유 모 이사가 운영하는 영재몬테소리유치원 등은 교직원 및 특성화프로그램 강사의 성범죄 경력 조회, 차량 계약시 안전정보 서류 확인 등을 소홀히 해 적발됐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56조에 따르면, 아동, 청소년 관련 기관 등의 장은 해당 기관에 취업하려 하거나 노무를 제공하려는 자에 대해 성범죄 경력을 반드시 확인하여야 한다. 그러나 위 기관들은 강사를 채용한 뒤 최대 220일이 지나서야 성범죄 경력을 확인했다.
박 의원이 공개한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감사 결과, 사립유치원 1878곳에서 비리 5951건이 적발됐다. 일부 유치원에서는 정부지원금을 사적으로 유용하며 명품백, 성인용품까지 사들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