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4350주년 개천절 경축식에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경축사를 하고 있다. 박종민기자
이낙연 국무총리가 미국의 북한 비핵화 접근법이 ‘선(先) 완전한 비핵화, 후(後) 대북 경제제재 완화’로 못 박힌 건 아니라는 취지의 설명을 내놔 주목된다.
이 총리는 16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이제까진 완전한 비핵화가 돼야 제재 완화도 가능하다는 것으로 미국에선 보통 그렇게 얘기했잖느냐”며 “하지만 최근 한미·북미 간 합의된 내용을 보면 꼭 그렇진 않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선언을 발표한 뒤 바로 미국에 가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내놓은 발표를 보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견인하기 위한 상응조치’ 라는 대목이 있다”며 “선 비핵화 후 제재완화가 아니라 어느 정도 (서로) 연계돼 있다는 걸 트럼프 대통령도 인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에 갔을 때에도 그런 언저리의 얘기가 있었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
이 총리가 언급한 발표는 지난달 25일 한미 정상회담 때 나온 것으로, 당시 청와대는 “(양 정상이) 김정은 위원장이 내린 비핵화 의지를 계속 견인해 나가기 위해 미국 쪽의 상응조치를 포함한 협조방안에 대해 긴밀한 소통을 지속하기로 했다”고 회담 결과를 밝혔다. 이 총리의 설명은 미국도 비핵화 ‘과정’에서의 제재 완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이 총리는 다만 “우리 정부가 국제적인 제재완화의 틀을 무시하거나, 논란을 야기할 생각은 전혀 없다. 국제사회와 함께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리는 통일 비용이 많이 들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를 두곤 “통일은 문재인정부의 정책 목표에 들어가 있지 않다”며 “당면 목표는 평화정착으로, 이를 위해선 비핵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걸 정부가 인지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항구적 평화 정착의 결과로서 어느 날 통일이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일 비용은) 남북 양쪽에서 미사일을 쏘고, 충돌할 때의 비용보단 싸게 먹힐 수 있다. 남북 경제협력으로 우리가 이익을 얻는 것도 있을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선 대북 문제 뿐 아니라, 경제‧사회‧정치 분야를 망라한 다양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이 총리는 소득주도성장 기조와 관련해선 “일부 부작용을 저희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저임금과 혹사 위에서 경제 성장을 이루는 그 시대는 끝나야 하는 것 아닌가. 변화 과정에서 고통과 충격을 완화해드리는 게 정부의 책무”라고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 문제는 “대통령이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 달성은 이행이 어렵게 됐다고 고백했었다. 속도조절은 이미 시작된 것”이라고 했고, 근로시간 단축 문제도 업종 특성과 현장 상황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간 엇박자 등이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신뢰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지적엔 “신뢰의 문제는 정부가 훨씬 더 많이 노력해야 할 분야”라면서도 ‘경제팀’ 교체 요구엔 즉답을 내놓지 않았다.
특히 이 총리는 부동산 문제와 관련,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내가 집 사본 경험이 없다는 걸 다행히 알아야 한다”고 말하면서 우회적으로 질타했던 내용도 소개했다. 아울러 “부동산 급등락 현상을 안정시키는 게 필요하고, 상향 안정이 아니라 많이 오른 쪽은 내린 선에서의 안정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 총리는 차기 대선에 출마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엔 난감한 표정을 짓다가 준비된 ‘OX' 표시 가운데 'X'를 들었다. 그는 대망론이 거론되는 데 대한 기분이 어떤지를 묻자 “굉장히 조심스럽다. 총리로서 국정 책임을 맡고 있고, 대통령을 보필해야 하는 처지에 ’자기영업‘을 조금이라도 생각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의 의견에 ‘노(No)'라고 밝힌 적이 있느냐는 질문엔 ‘O' 표시를 들었지만, 내용을 묻자 “공개하는 건 옳지 않다”고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