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
비리유치원 명단을 공개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사립유치원에 이어 "유치원과 교육부 사이의 유착 관계도 파헤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17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등에 연속 출연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교육청하고 교육부가 제대로 자기 일을 좀 하시라고 지적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국민들 관심이 (비리유치원 명단) 공개내용에만 가 있었을 때 저는 교육부 장관을 질책했다. 뭐가 무섭고 무슨 눈치를 봐서 한마디도 못하고 쉬쉬했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유치원 원장들에 대한 분노가 크지만 곧 당신들에게 밀려갈 것"이라고 거듭 비판했다.
박 의원은 사립유치원 비리를 얘기하며 왜 교육부를 거듭 질타한 걸까?
사립유치원 감사 결과 중 가장 크게 국민적 공분을 산 것은 단연 부적절한 회계집행 등 예산 관련 사항이다.
이번에 공개된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 중 일부 유치원에서 정부지원금을 사적으로 유용하며 명품백, 성인용품까지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이유는 사립유치원이 회계 국가 관리에서 한참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사립유치원은 초,중,고등학교 및 국.공립 유치원이 사용하는 국가관리 회계 시스템 '에듀파인'을 사용하지 않는다.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 53조에 따라서다.
사립유치원에도 국가 관리 회계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교육부는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는커녕 계획했던 사업도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교육부는 지난해 10월 교육부 '유아교육정보시스템 구축 운영'에 따른 특별교부금 예산 배부액 공문을 각 시,도 교육청에 내려보냈다. 이 중 '사립유치원 행정지원시스템 구축 운영' 예산으로 6억 6천만원이 책정됐다.
이는 지난해 2월 국무조정실 주관 정부합동 부패척결추진단이 발표한 '유치원, 어린이집 실태 점검결과' 조사 결과에 따른 조치였다.
당시 조사 대상 95곳 중 91곳에서 부당회계 운영 609건, 205억이 적발된 것이다. 96%에 달하는 수치다.
정부는 이때 사립유치원 부당 회계 운영 개선 대책으로 사립유치원 국가관리 회계시스템 개발 등을 포함한 '유아교육정보시스템' 구축을 약속했었다.
그러나 교육부는 올해 2월, 돌연 사업 중단을 결정하며 예산 6억 6천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이 과정에서 시,도 교육청 등에 어떠한 공문도 전달되지 않았다.
또 교육부는 회계시스템 구축사업 중단 이유로 '민간개발소프트웨어 시장 침해' 소지를 들었으나 정작 소프트웨어 영향평가에 대한 검토조차 없었다.
이렇게 교육부가 사립유치원을 국가 관리 시스템으로부터 자유롭게 풀어두는 동안, 국고에서는 사립유치원 지원금이 꼬박꼬박 새나갔다.
정부가 사립유치원에 지원하는 금액은 매년 2조 가량이다.
원생 한 명당 누리과정 월 22만원, 방과후과정 7만원이 지원되고, 학급운영비도 한 학급당 매월 25만원을 지원한다. 교사처우개선비 월 49만원, 교재교구비도 학급당 월 10만원이다. 유치원 원장 자격연수 해외체험비용도 1인당 3백만원씩 지원한다. 교육부 방침에 따라, 현행 25만원인 학급운영비는 내년부터 40만원으로 인상될 계획이다.
지원금은 갈수록 커지는데, 여전히 국가 관리 체계에는 들어오지 않고 있는 상황인 거다.
교육부 측은 입장문을 통해 "유치원 회계 시스템 구축 도입을 추진중이며, 예산 반납은 사업 중단이 아니라 내부검토 기간 소요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또한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당초 교육부는 지난해 10월 특별교부금 예산 배분액 공문을 시,도 교육청에 내려 보내며 "2017년 2월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 개정을 공포하고, 유치원 회계시스템 구축을 2017년 내부검토했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이미 내부검토를 마친 뒤 특별교부금 예산까지 편성했는데, 내부 검토를 이유로 공문 한 장 없이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편, 박 의원이 공개한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감사 결과, 사립유치원 1878곳에서 비리 5951건이 적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