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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최악의 고용절벽시대에 '고용세습 잔치'라니



칼럼

    [논평] 최악의 고용절벽시대에 '고용세습 잔치'라니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교통공사가 중반으로 진입한 국정감사에서 갑자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채용과정에서 직원의 친인척 108명이 채용절차가 비교적 간단한 무기계약직으로 입사 한 뒤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자유한국당은 단순한 채용비리가 아닌 '권력형 일자리 비리'로 사안의 성격을 규정하고 국정조사카드까지 꺼내들었다.

    당 핵심관계자 입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무리한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과 박원순 서울시장의 무능과 무책임, 민주노총이 개입된 권력형 채용비리 게이트"라는 성급한 주장까지 나왔다.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정책을 강도높게 비판해온 한국당으로서는 모처럼 호재를 만난 듯 파상공세로 나서려는 모양새가 뚜렷하다.

    바른미래당도 이번 사안을 '귀족노조의 일자리 세습'이라고 규탄하고 박원순 서울시장 등 책임자들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서울시는 17일 "의혹이 제기된 만큼 철저하고 객관적인 감사를 위해 감사원 감사를 공식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교통공사의 채용과정은 충분히 비리 의혹을 살만했다.

    교통공사는 지난 2016년 5월 구의역 사고 이후 자회사에 위탁했던 안전업무를 모두 직영체제로 전환하고 무기계약직을 채용했다.

    당시 공사 직원들 사이에서는 '무기계약직으로 입사하면 곧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만큼 친인척의 입사를 독려해야 한다'는 소문이 돌았고 그에 따라 많은 직원 친인척이 입사했다고 한다.

    실제로 지난 3월 정규직으로 전환된 1,285명 가운데 108명이 공사 직원의 자녀, 형제, 배우자 등 친인척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직은 서류와 필기, 면접, 인성, 신체검사 등 5단계를 거쳐야 하지만 무기계약직은 서류와 면접, 신체검사 등 3단계만을 거치게 돼 입사하기가 상대적으로 훨씬 쉬운 실정이다.

    하지만 이번 사안을 단순히 교통공사의 채용비리 차원으로만 국한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어떻게 교통공사에 그렇게 많은 직원 친인척이 입사할 수 있었느냐 하는 점에 있다.

    이것은 직원 친인척에게 채용의 우선권을 주겠다는 회사차원의 가이드라인이 마련돼 있지 않았으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으리라.

    이번에 교통공사 채용을 둘러싸고 '고용세습' 논란이 일고 있는 이유이다.

    고용세습은 직원 자녀에게 버젓이 고용을 대물림하는 것이다.

    어떻게 경영권이 아니라 고용에서도 세습이 이뤄질 수 있느냐 할 수도 있지만 많은 기업에서 실제로 이뤄지고 있는 일이다.

    바른미래당 김동철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국감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말 현재 단체협약에서 정년 퇴직자나 장기근속자, 조합원 자녀에게 채용 우선권을 부여하고 있는 기업은 15군데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현대자동차와 금호타이어, 롯데정밀화학 등 국내 굴지의 기업도 포함돼 있다.

    이들 기업의 노사는 정부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지만 무시하고 있고 정부도 노사 자율해결 원칙만을 내세우며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들 기업 외에도 단체협약에 명시돼 있지는 않지만 수많은 기업이 암묵적으로 직원 가족에게 채용 우선권을 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의 하나가 이번 서울교통공사일 것이다.

    고용세습은 명백한 불법행위이다.

    현행법에는 "근로자를 모집·채용할 때 성별·연령·신체조건 등과 함께 '신분'을 이유로도 차별하면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것은 수많은 구직자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더욱이 지금은 고용참사라고 부를 정도로 일자리 잡기가 매우 어려운 고용절벽의 시대이다.

    그 절벽의 가파름은 청년들에게 특히 심하다.

    취업준비생까지 포함하면 청년 4명 중 1명은 사실상 백수인 시대이다.

    이런 최악의 고용절벽시대에 직원 가족이라는 이유로 기업에 우선 채용된다면 취준생의 눈에서 불이 날 일이다.

    이번 기회에 이 땅에 '현대판 음서제'로, 시대착오적인 고용세습이 근절되기를 바란다.

    일자리 정부를 자처하는 문재인 정부는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고용세습 근절을 우선적인 과제로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귀족 노조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노조단체도 기득권을 내려놓고 이에 적극 협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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