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기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이 18일 오전 서울 서초국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서울고등법원·중앙지방법원 등 14개 법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양승태사법부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법원이 검찰 수사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18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원장들이 모두 사표를 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금 의원은 "지금은 법원 역사상 가장 부끄러운 시기 중 하나"라며 "10년 혹은 20년 뒤 후배 판사나 가족들이 물어보면 본인들은 법원을 대표했던 입장이 아니라고 말할 것인가"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최고의 존경심과 우리 사회 가장 높은 기준으로 볼 때 법원장급 간부들은 전부 사표를 내고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민중기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은 "제가 각급 법원장을 나가라고 말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이번 사태로 인해 사법부의 신뢰가 많이 훼손되고 국민들에게 여러 실망을 드린 것에 대해 사법부 구성원으로서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 법원이 검찰의 사법농단 수사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는 부분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일반 형사사건의 경우 최근 3년간 영장 발부율이 81%였던 데 반해 사법농단과 관련된 법관의 영장은 모두 기각됐다"며 "법 앞에 평등하다는 말은 법관에게만 해당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압수수색 영장 역시 일반사건의 경우 최근 3년간 87.5%가 발부됐지만 양승태 거주지에 대한 압수수색은 4차례 모두 기각됐다. 법관들이 자기 이해가 걸린 일이면 열심히 사건을 들여다보면서 기각 사유를 보는 반면 다수의 사건은 진지하게 검토하지 않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이 의원은 "사법농단과 관련해 법원이 구속 및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하거나 발부한 사유를 국정감사 자료로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법원의 과도한 영장기각과 관련해 검찰 수사 방식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민 원장은 "검찰이 영장기각 사유를 공개하며 영장을 받기 위해 압력을 행사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하나"고 묻는 이완영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문에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것에 대해선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 원장은 "지금 제기되는 의혹이 법리상 죄가 되는지 판단을 하기는 (어렵다)"며 "의혹 제기만으로도 사법신뢰가 상당히 훼손된 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국감에서는 지난해 제주 강정마을 구상금 청구소송 강제조정을 두고 여야의 격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은 의사발언을 진행하면서 "재판부가 강제조정을 통해 국가가 청구한 34억여원을 포기하라는 결정을 내렸다"며 "이런 강제조정은 판사가 임의로 혼자 결정한 것이 아니라 정부측과의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고 단언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당시 재판을 담당한 이상윤 판사를 오늘 이 자리에 참고인으로 출석시켜 재판의 경위를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현직 판사를 국감에 출석시키는 것은 재판의 독립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여샹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18일 오전 서울 서초국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서울고등법원·중앙지방법원 등 14개 법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춘석 의원과 언쟁을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논란이 이어지자 자유한국당 소속 여상규 위원장은 재판 내용이 아닌 외압 여부에 대해서만 질문하는 조건으로 오후에 이 판사를 출석시키기로 중재했다.
이에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위원장이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리느랴"고 반발했고, 여 위원장은 "회의 진행을 방해하지 말라"고 받아쳤다. 이 의원은 결국 "국회법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소리치며 국감장을 박차고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