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성장 등 현 정부 경제 정책을 놓고 보수야당과 정부 간의 공방이 쏟아지며 뜨겁게 달아오르던 국정감사 현장에서 지켜보는 이들의 긴장을 깨뜨리는 뜻밖의 문답이 오갔다.
예상치 못한 '선문답'을 주고 받은 두 주인공은 최근 '재정분석시스템(OLAP)'의 비인가 정보 유출 논란으로 서로를 맞고발한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심 의원은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빠른 속도로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부터 북한 인권까지 다양한 주제를 종횡무진 오가며 단답형 답변을 유도하는 질문을 연거푸 던지며 김 부총리를 몰아세웠다.
급기야 한 조간신문의 칼럼을 인용하며 김 부총리의 소신 등을 비판하자 김 부총리는 "드릴 말씀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며 발끈했고, 이들의 문답을 지켜보던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장과 출입기자실에서는 '실소'가 터져나왔다.
다음은 심 의원과 김 부총리의 일문일답.
▶ 소득주도성장은 성공작인가, 실패작인가?= 단정하기 어렵지만 가야 할 길임은 분명하다.
▶ 그 결과 소득재분배는 성공했나, 실패했나?= 지표상으로 나타난 것으로는 좋지 않은 편이라 마음이 아프다. 일부 보완해야 한다고 본다.
▶ 일자리 정부 내걸었지만 일자리 참사 벌어졌다는 표현에는 동의하나?= 참사까지는 모르지만 하반기 들어 일자리 실적은 마음 아프고 책임감 느낀다
▶ 최저임금 인상은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나, 부정적 효과인가?= 당연히 올려야 하고…
▶ 전체적으로 긍정적 효과가 큰가, 부정적 효과를 가져왔나?= 긍정적 효과가 더 많지 않나 생각한다.
▶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발언에는 동의하는가?= 동의하지 않는다.
▶ 최저임금이 지난 2년 동안 29% 올랐다. 적정 수준인가?= 이미 정해진 일이지만, 2년 동안 그 정도면 속도가 빨랐다고 생각한다.
▶ 최저임금 차등화는 내년에 도입하는가. 내후년에 도입하는가?= 결정된 바 없다.
▶ 차등화하나?= 조금 전 자유한국당 김황림 의원 질의에도 답변했는데 쉬운 일이 아니다.
▶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잘한다고 평가하겠나? 못한다고 보겠나?= 질문이 짧은 것은 좋은데 단정적으로는 말하기 어려운 문제다. 보기에 따라 다르다.
▶ 저출산으로 학생 수는 줄어드는데 교사를 2만명 늘린다. 잘된 정책인가, 수정이 필요한가?=일률적으로 답하기 어렵다.
▶ 북한 인권이 더 중요한가 아닌가?= '덜'과 '더'는 비교대상이…
▶ 신경써야 할 정책인가?= 존중되야 한다
▶ 공무원 정원이 17만 4천명이다, 급여가 얼마나 늘어나고 연봉이 얼마나 더 들어가나?= 인사처 중심으로 조사하고 있다
▶ 추계가 필요한가?= 필요하다.
▶ 이런 부분에 대해 어떤가? "나는 오랫동안 김동연이 왜 사표를 내지 않는지 의아했다" 동의하시냐? "한 나라의 경제부총리라면 자신의 경륜과 철학을 펴지 못할 상황이면 당연히 직을 던져야 한다"= 오늘 아침 한 신문의 칼럼인 듯 한데…
▶ 적절한가?= 그것을 어떻게 흑백논리로 예스, 노 하겠나. 취지는 이해하고 소신껏…
▶ 그럼 이러한 표현은 어떤가? "자신의 말이 번번이 무시당하고, 철학은 개똥이 되고, 소신은 굴종이 됐는데도 그는 버텼다"= 개인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
▶ "지금까지 나는 그가 이념화한 경제의 마지막 파수꾼 역할을 위해 버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심재철과의 논쟁을 지켜본 후 그런 생각을 접었다. 나는 그가 왜 사표를 내지 않는지 다시 궁금해졌다" 적절한가?= 제가 드리고 싶은 얘기가 많은데 안 드리는 것이 좋겠다.
▶ 부총리가 말한대로 모 일간지의 칼럼이었다. 신동아가 의뢰해서 여론조사기관이 조사한 걸 보면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폐기해야 한다' 답변이 48%다. 반면 '추진해야 한다'가 34%로. 압도적으로 많이 폐기하라고 답변했다. 2년 동안 29% 오른 최저임금은 '무리하게 올렸다'가 54%. '적정했다'는 28%였다.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도 '잘한다'가 32%. '못한다'가 48%였다. 국민들의 평가는 매우 싸늘하다. 반성해야 하지 않나?
= 설문조사는 조사내용에 따라 결과가 다를 수 있는데, 우리 경제가 어떻게 가야 하느냐에 대해…
▶ 반성하고 수정해야 하나?= 그런 의견을 귀담아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기재부 담당자에게 (재정분석시스템) 이메일링 서비스 관련 질의했는데 최초에는 서비스 버튼 남았다면서 그 다음 답이 없고, 외부 이메일 연동기능 도입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애초 그런 연동기능이 있을 리 없다. 담당자가 엉뚱한 답변을 했다. 확인해 달라.= 그렇게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