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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품고 '박근혜' 토론?…한국당 계파간 동상이몽

국회/정당

    '태극기' 품고 '박근혜' 토론?…한국당 계파간 동상이몽

    친박‧비박, '보수통합’엔 동의…'탄핵'엔 이견
    친박계 "탄핵 주도 인물들, 최소한의 책임 져야"
    '고용세습' 등 바른미래당과 정책연대로 선회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자유한국당이 '태극기 세력' 영입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 영입 등을 공표하며 연일 보수대통합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당 지도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문제를 매듭짓기 위해 끝장토론까지 제안했지만, 탄핵 사태에 대한 책임론 등을 두고 계파 간 이견이 워낙 커 통합작업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7일 태극기 세력과의 통합 가능성에 대해 "미래를 이야기하며 사회 전체를 통합해야지 누구와는 이야기 못 한다고 선을 그을 문제는 아니다"라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앞서 '당협위원장 교체'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전원책 조강특위 위원도 지난 15일 한 방송에 출연해 "박 전 대통령을 비호하고 석방하라고 요구하는 시위 세력을 흔히 말해서 극우라고 하는데 극우가 아니다"라며 "그분들은 우리 보수 세력에서 앞으로 제외할 것이냐? 그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당이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언론 인터뷰에서 "보수 단일대오를 구축하는 데 '태극기 부대'도 당연히 수용해야 한다"며 당 지도부 주장에 힘을 실었다.

    김 비대위원장과 전 위원은 나아가 '박 전 대통령 탄핵' 문제에 대한 '끝장토론' 개최 의사를 밝히며 보조를 맞추는 모습을 보였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17일 취임 후 처음으로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전 위원의 '끝장토론' 제안 사실을 인정하는 동시에 "결국 시간의 문제인데 '끝장토론'은 어떤 형태로든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면서 "다만 통합을 위한 것이어야지 분열을 일으켜선 안 된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으로 내정된 전원책 변호사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전 변호사는 지난 4일 한국당 조강특위 외부위원으로 선임된 이후 연일 파격적인 제안을 거듭하며 당 지도부와 '보수통합'을 위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계파 갈등의 최대 뇌관인 '탄핵' 관련 발언을 극도로 자제해 온 김 비대위원장이 이를 공개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한 점을 고려하면, 전 위원과 상당 부분 교감 속에 나온 발언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행보는 차기 총선이 불과 약 1년 6개월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더 이상 보수통합 작업을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박 전 대통령의 열혈 지지층인 태극기 세력은 끌어안으면서 당내 친박계는 퇴출시키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적폐' 이미지를 털어내고 보수재편을 하겠다는 당 지도부의 구상과 달리, 계파 간 이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오히려 갈등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 친박계 초선 의원은 18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서로 소통을 하자는 의미에서 탄핵에 대한 끝장토론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서로에게 민감한 '탄핵' 자체를 놓고 정당하거나 부당했다는 식의 흑백논리로 가면 통합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이 당의 통합을 주문하는 등 일종의 '옥중(獄中)정치'를 하는 과정에서 특정인을 거론하며 배제 의사를 전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친박계 재선의원도 통화에서 "탄핵 문제를 정리해야 진정한 우파 통합이 가능하다는 진단에는 동의하지만, 현 상황에서 과연 성공할지는 모르겠다"고 회의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탄핵 당시 당을 버렸던 복당파가 돌아와서 점령군 행세를 하고 있는데, 최소한 사죄 표현과 책임지는 행동은 있어야 납득이 가능하지 않겠냐"며 "친박계에선 서청원‧최경환 의원이 저렇게 책임을 졌는데, 복당파에서도 정계은퇴‧불출마 등 정도는 나와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박계 내부에선 탄핵 사태 당시 대규모 탈당 사태 등이 발생한 것을 두고 여전히 앙금이 가시지 않았다는 점을 파악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단순 사죄에 그치지 않고, 특정 인물들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아 자칫 끝장토론이 계파 갈등의 발화점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현 당 지도부에 다수 포진돼 보수통합을 추진 중인 비박계가 친박계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도 낮은 분위기다.

    한 비박계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탄핵 책임론'에 대해 "그건 어디까지나 친박계의 입장일 뿐이고, 당시엔 박 전 대통령도 현행법을 위반하는 등 잘못한 것도 있지 않냐"며 "그 문제를 갖고 친박이니 비박이니 책임을 물으면 끝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끝장토론을 하게 되면 태극기 세력도 여러 의견을 들어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본다"며 "자칫 '도로 친박당' 이미지로 덮어지는 순간, 다음 총선에선 영남권은 몰라도 수도권은 몰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당내 분위기 때문에 바른미래당 포섭 전략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태극기 세력 수용 등에 바른미래당이 강력 반발하자, 한국당은 정책연대로 선회한 모양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이날 최근 불거진 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 의혹과 관련해 국정조사를 촉구하는 등 한 목소리를 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판문점비준동의안에 반대하는 등 외교‧통일 정책에서 양당의 이견이 적은 만큼, 정책 조율을 통해 단일대오를 만드는 게 효율적인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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