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현지시각으로 18일 오후 바티칸 교황청을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고 있다. (사진=청와대 페이스북 캡처)
프란치스코 교황이 북한의 공식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준다는 의사를 밝히며 사실상 방북을 수락했다.
교황이 북한 땅을 밟는다면 그 자체로 비핵화 협상은 쉽사리 결렬될 수 없는 확실한 안전판을 얻게 될 전망이다.
◇'평화의 사도' 프란치스코 북한으로18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은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방북)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나는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전달한 김 위원장의 방북 초청 의사에 동의한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반도에서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 중인 한국 정부의 노력을 강력히 지지한다"며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두려워하지 말라"고 격려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이 12억 가톨릭 인구의 최고지도자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받게 된 것이다.
교황은 이전에도 한반도 평화에 대해 수차례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지난 2013년 즉위 직후에도 "아시아의 평화, 무엇보다 한반도의 평화를 빈다. 불화가 극복되고 화해의 쇄신된 영이 자라나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성베드로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내외 (사진=청와대 제공/자료사진)
이날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김희중 대주교는 "올해 열린 평창동계올림픽과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등 한반도의 평화를 촉진하는 중요한 시기마다 교황님은 기도와 축복의 말씀으로 한민족의 만남과 대화를 지지하고 응원해 주셨다"며 "평화의 사도이신 교황님께서 평화를 향한 우리의 발걸음에 큰 힘을 실어 주심에 깊이 감사를 드린다"고 전했다.
교황은 비기독교인에게도 평화주의자로서 존경을 받고 있다. 그간 교황은 한반도 문제뿐아니라 전세계의 수많은 분쟁지역에 상징적인 메시지를 던져왔다.
스스로가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군부독재가 한창이던 70년대 중후반 억압받은 이들을 도왔고, 총격전이 난무하는 빈민촌에서 봉사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교황이 된 뒤에도 지난 2014년 5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찾아 두 국가의 거주 지역을 갈라놓고 있는 '분리장벽'에 손을 얹고 기도를 올리는 사진이 전 세계에 울림을 줬다. 곧바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수반을 바티칸으로 초청해 '평화를 위한 기도회'를 열기도 했다.
교황은 미국과 쿠바의 오랜 적대관계를 청산하는 데에도 지대한 공헌을 했다. 2015년 9월 쿠바를 찾은 교황은 "우리는 이념이 아니라 사람을 섬겨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2014년에는 당시 미국 오바마 대통령과 쿠바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에게 편지를 보내 '양국 관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을 호소하기도 했다.
◇ 전 세계인의 이목 집중…북미 협상 결렬막는 '안전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이처럼 평화의 사도가 북한을 찾는 자체만으로도 전세계의 이목이 한반도 평화에 쏠릴 것은 자명하다.
교황이 보낼 평화의 메시지에 김정은 위원장이 다시 한 번 비핵화 의지를 확약한다면 여전한 국제사회의 불신을 걷어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는 "전세계의 카톨릭 신자뿐 아니라 미국 내 보수 여론을 포함한 국제사회에 교황의 입장이 전달됨으로써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고 비핵화 문제에 대한 여론을 환기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국제적 관심도와 지지가 높아짐에 따라 북미 모두 비핵화 협상 테이블을 쉽사리 걷어차기 어려워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여전한 줄다리기로 쉽사리 결말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지만, 교황의 방북이 성사된다면 결렬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는 안전판으로 기능할 수 있다.
우리 정부로서도 매우 큰 외교적 성과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박원곤 교수는 "북한을 국제사회로 편입시킴으로써 비핵화를 촉진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가져온다는 명확한 방정식에서 교황의 방북은 매우 긍정적인 의미를 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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