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이은 외국인 선수 실패로 2시즌 연속 V-리그 남자부 최하위에 그쳤던 OK저축은행은 쿠바 출신 새 외국인 선수 요스바니의 맹활약을 앞세워 새 시즌 개막 후 2연승을 내달렸다.(사진=한국배구연맹)
대박도, 쪽박도 모두 경험했던 OK저축은행의 외국인 선수 잔혹사. 올 시즌은 마침표가 찍힐 것인가.
2018~2019시즌 V-리그를 앞두고 OK저축은행은 쿠바 출신 외국인 선수 요스바니를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에서 지명했다. 요스바니는 V-리그의 선택을 받는 대부분의 외국인 선수와 마찬가지로 뛰어난 공격력이 강점이다.
하지만 차이가 있다면 요스바니는 리시브가 가능한 선수라는 점이다. 대부분 타 팀 외국인 선수는 리시브에서 자유로운 라이트 포지션을 소화한다. 하지만 OK저축은행은 송명근과 차지환, 김요한 등 충분한 국내 라이트 공격수를 보유한 만큼 레프트 포지션의 외국인 선수를 선발했다.
사실 요스바니는 V-리그 남자부 감독의 매력을 크게 끌었던 선수가 아니다. 트라이아웃 번호가 29번으로 사전평가에서 지명 가능성이 높지 않았다. 하지만 OK저축은행은 과감하게 요스바니를 선택했다.
이유는 OK저축은행의 창단 두 번째 시즌이었던 2014~2015시즌부터 2015~2016시즌까지 2년 연속 V-리그 챔피언 등극을 이끌었던 ‘쿠바 특급’ 시몬의 추천 때문이다. 시몬은 요스바니의 기량이면 자신이 평정했던 V-리그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V-리그 2년차였던 2014~2015시즌에 OK저축은행이 정상에 오르고 다음 시즌에 2연패까지 성공한 배경에는 쿠바 출신의 세계적인 배구선수 시몬의 존재가 있다.(사진=한국배구연맹)
◆ 시몬 빼고는 모두가 ‘흉작’이었던 OK저축은행의 외국인 선발사실 OK저축은행이 시몬의 도움까지 받아야 했던 이유는 단 하나. 시몬 이후 외국인 선수 영입이 처참하게 실패했기 때문이다.
창단 후 처음 V-리그에 참여한 2013~2014시즌 바로티(헝가리)를 데려와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 이후 데려온 선수가 바로 세계적인 센터 시몬이었다.
그는 센터뿐 아니라 라이트 공격수도 소화할 정도로 코트 위에서 다재 다능한 기량을 뽐냈다. 코트 밖에서는 어린 OK저축은행 선수들의 ‘큰 형님’ 역할을 하는 정신적 지주였다. 덕분에 OK저축은행은 창단 두 번째 시즌 만에 V-리그 챔피언에 등극하는 돌풍을 일으켰고, 그다음 시즌까지 2연패를 달성했다.
시몬이 팀을 떠나자 OK저축은행의 시련도 시작됐다. 2016~2017시즌 마르코 보이치(몬테네그로)를 데려왔지만 시즌 도중 V-리그 최초의 모로코 출신 모하메드 엘 하치대디로 교체했다.
지난 시즌에도 브람 반 덴 브라이스(벨기에)를 뽑았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마르코 페세이라(포르투갈)로 교체했다. 하지만 마르코 마저도 뚜렷한 활약을 하지 못하며 조재성이 코트에 나서는 경우가 많았다.
시몬 이후 OK저축은행의 유니폼을 입은 4명의 외국인 선수 모두는 ‘실패작’이다. 워낙 시몬의 존재감이 컸던 탓에 그를 대신할 만한 외국인 선수를 찾는 것은 트라이아웃 체제에서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주를 이뤘다.
최근 두 시즌 동안 외국인 선수의 활약으로 웃을 일이 없던 김세진 감독이지만 올 시즌 요스바니의 활약은 절로 웃음이 나오게 하는 상황이다.(사진=한국배구연맹)
◆ 강렬한 첫인상’ 요스바니, ‘제2의 시몬’ 될까결국 OK저축은행은 시몬의 추천으로 요스바니를 선택했고, 9월 열린 2018 제천·KAL컵 남자프로배구대회에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리고는 새 시즌이 시작되자 요스바니는 자신의 폭발력을 유감없이 쏟아내고 있다.
자신의 V-리그 데뷔전이었던 지난 15한국전력과 홈 경기에 54.54%의 공격 성공률로 양 팀 최다 27득점으로 OK저축은행의 승리를 이끈 요스바니는 18일 우리카드 원정에서는 73.91%의 높은 공격 성공률로 38득점을 성공했다. 덕분에 OK저축은행은 새 시즌을 기분 좋은 연승으로 출발했다.
우리카드전을 마친 뒤 김세진 감독은 “첫 경기보다 오늘이 더 잘했다”면서 “한 방을 해결할 선수가 정말 필요했다. 요스바니가 그 임무를 잘했다”고 만족감을 감추지 않았다.
요스바니도 “첫 경기는 나뿐 아니라 모든 선수가 힘들었을 것이다. 부담도 있었다”면서 “나는 이기는 경기가 좋다. 내가 속한 팀이 승리하기 위해 노력한다.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고, 또 우승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분명한 각오를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