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출자제한 규제를 받는 대기업집단 가운데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가 될 수 있는 비금융자본은 넷마블·네이버·KT·넥슨·카카오 등 5곳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현대자동차는 물론, 정보통신업 규모가 큰 SK·LG 등 재벌의 기회는 봉쇄돼 있었다.
21일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정보포털에 따르면, 올해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된 60개 그룹 가운데 정보통신업(ICT) 비중이 가장 큰 곳은 넷마블로 97.80%였다.
ICT 비중은 입법예고된 인터넷은행법 시행령안에 따라, '정보통신 기업 자산 합계액'을 '비(非)금융회사 자산 합계액'으로 나눠 산출했다. 은산분리 규제 대상이 아닌 금융자본 6개 그룹은 분석에서 배제했다.
넷마블은 지난해말 기준으로 26개 계열사에 그룹 총자산 5조6615억원이었으며, 금융계열사는 없고, 정보통신계열사 19개사의 자산 합계는 5조5367억원이었다.
넷마블에 이어 네이버 95.90%, KT 86.45%, 넥슨 77.64%, 카카오 76.34% 순으로 ICT 비중이 컸다. 네이버는 총자산 7조1439억원(45개 계열사), 금융업 자산(2개 계열사, 공정위 평가 공정자산) 807억원에 정보통신업 자산 6조7737억원(33개 계열사)이었다.
이들 상위 5개 그룹을 빼면 다른 기업집단은 ICT 비중이 20%에도 못미쳤다.
ICT 비중 상위 6위인 SK가 16.06%였고, LG(8위 11.53%)나 CJ(9위 11.09%)는 이보다 낮았다. 롯데(0.57%)나 현대자동차(0.44%)는 1%도 되지 않았고, 포스코·현대중공업·두산·LS·대림 등 19개 그룹은 ICT 계열사가 아예 없었다.
인터넷은행법 시행령안은 통계청의 표준산업분류상 정보통신업(J58111~J63999)을 영위하는 업체를 ICT 기업으로 간주하되, △서적, 잡지 및 기타 인쇄물 출판업(J581××) △방송업(J60×××) △공영 우편업(J61100)은 제외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영화관 운영업(J59141), 녹음시설 운영업(J59202)도 ICT 산업이다.
ICT 비중 50%를 넘는 기업집단은 인터넷은행의 지분을 34%까지 보유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지분 10%(의결권 4%)씩 보유한 KT·카카오는 3배 이상으로 지분을 늘릴 수 있다. 넷마블·네이버·넥슨은 인터넷은행 업계에 진출하는 경우 최대 34% 보유 대주주가 될 수 있다.
정부는 내년 중 제3인터넷은행은 인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대주주 적격자인 넷마블·네이버·넥슨의 제3인터넷은행 참여 여부에 관심이 쏠린 가운데 이들 중 '참여 추진'을 공식 발표한 곳은 없다.
ICT 비중 과반 미달인 대다수 재벌은 제3인터넷은행에 참여하더라도 기존대로 10% 지분보유 규제를 받는다. 재벌이 참여하더라도 최대주주가 될 수 없어, 재벌은행이 될 가능성은 매우 낮은 현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산 수백조원 재벌이 고작 인터넷은행 지분 34% 특례 때문에, ICT 비중을 50%로 높이는 대대적 구조조정을 벌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