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트럼프가 큰 숙제를 안았어요. 왜냐하면 김정은이 교황의 손을 잡고 그분에게 정신적으로 의존하고 그래서 국제 사회에 커밍아웃을 해버리면 트럼프는 어떻게 하겠어요? 모든 공적이 딴 데로 가죠. 그러니까 서둘러서 대북 문제를 해결하거나 아니면 엎어버리거나. 이런 식으로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입장. 이것으로 보면 우리 문재인 대통령이 상당히 절묘한 한 수를 둔 것 같아요."
성염 전 주교황청 한국 대사가 지난 19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한 말이다.
그의 말대로 트럼프는 큰 숙제를 안게 된 거 같다.
교황의 방북 의사는 기정사실화됐지만, 미국 정부가 운영하는 VOA는 교황의 방북을 막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기세다.
20일 이 매체는 교황청이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북 요청 메시지를 구두로 전달받았지만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확답을 안했다는 뉘앙스로 읽힌다. 결국 이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라는 해석을 낳으면서 성 전 대사의 관측이 더욱 신뢰를 얻는 형국이다.
교황의 방북 카드로 미국의 스텝이 꼬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정치적 무게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제266대 교황인 프란치스코는 “좋은 가톨릭 신자라면 정치에 관여해야 한다”는 말과 함께 그 동안 여러 국가와 교류하며 평화의 메시지를 전해 왔다.
그는 우선 콜롬비아의 50년 내전을 종식 시킨 숨은 공신으로 꼽힌다.
남미 출신인 교황은 그동안 콜롬비아 내전을 끝내기 위해 힘써왔다. 2015년 쿠바를 방문해 평화협상 중에 있던 콜롬비아 정부와 반군(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을 격려했다.
2016년에는 평화협정을 두고 산토스 대통령과 알바로 우리베 전 대통령이 갈등을 빚자 두 사람을 바티칸에 초청해 중재하는 등 해결을 도왔다.
그러면서 콜롬비아의 내전을 끝내는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콜롬비아를 방문하겠다고 약속했다. 그의 노력 덕분에 내전은 2017년 종식됐고, 그는 약속대로 콜롬비아를 방문해 세계적인 이목을 끌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미국과 쿠바의 갈등을 해결하는 데에도 큰 공헌을 했다.
당시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카스트로 쿠바 의장이 정치범 석방 및 교환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할 때, 교황은 두 정상에게 편지를 보내 인도주의적 문제 해결을 호소했다.
이후 교황의 초청으로 미국과 쿠바 대표단이 바티칸에서 모였고, 그곳에서 결국 정치범 교환 협상을 타결했다.
협상 후 카스트로 의장과 오바마 대통령은 한 목소리로 프란치코 교황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교황청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은 바티칸 라디오에서 "교황청은 미국과 쿠바의 관계 개선을 위해 수년간 노력해왔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해 포춘지가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도자 50인(The World's 50 Greatest Leaders)' 중 1위로 뽑혔다.
앞으로 실현될 북한 방문도 그래서 예사롭게 보이질 않는 것이다.
교황이 방북하게 될 경우 평화를 강하게 촉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교황은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 때 남북단일팀을 두고 "분쟁이 대화와 상호존중을 통하여 평화롭게 해결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 준다"며 호평했다.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서도 평화를 강조하며 회담을 지지했고, 최근 6·12 북미정상회담 직전에도 "싱가포르에서 개최될 회담이 한반도와 전 세계의 평화로운 미래를 보장하는 바람직한 길을 개척해 나가는 데 기여하기를 기원한다"는 격려를 보냈다. {RELNEWS:right}
교황의 방북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둘러 북핵 문제를 해결하도록 자극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페이스북을 통해 "교황님의 방문은 한반도를 가른 분단의 고통을 위로하고 오랜 상처를 치유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