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농단'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한형기자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불거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주목된다.
최근 네 차례 소환 조사에서 사실상 혐의를 부인하는 임 전 차장을 상대로 검찰이 한 두 차례 더 조사를 진행한 뒤 이르면 주 후반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22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난 15일 첫 소환 조사를 시작으로 16일과 18일, 20일 등 총 네 차례 조사를 이어갔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을 상대로 당시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추진 사업에 반대하는 특정 법관을 사찰하는 데 관여한 의혹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또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이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불복 소송, '정운호 게이트'와 관련한 수사기밀 유출 등에 개입한 정황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임 전 차장은 조사과정에서 문건 작성 경위나 지시 여부 등과 관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지시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사실상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옛 통합진보당 관련 재판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관심 사항이 아니었다'는 취지로 무관함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검찰 내부에서는 임 전 차장이 혐의를 부인하는 데다 조사할 내용이 광범위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신병을 확보해 집중적인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임 전 차장의 '윗선'인 차한성, 박병대,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이나 양 전 대법원장의 개입 여부를 밝히기 위해서도 신병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다만, 현시점에서 임 전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검찰 수사에 방해가 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는 분위기다.
윗선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 전 차장의 구속영장 청구 내용을 토대로 수사 계획이나 내용이 유출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 때문에 법관 사찰 의혹 등 상대적으로 뚜렷하게 드러난 혐의에 대해서만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전략적인 방안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
구속영장을 청구하더라도 법원이 받아들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현재 혐의를 부인하는 임 전 차장에 대해 '범죄 혐의를 다툴 여지가 있다'거나 '도주 우려나 증거인멸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법원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핵심인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엄격한 잣대로 보고 있다는 점은 불리한 요소다.
최근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청와대비서실장,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 사건에서 직권남용 혐의는 줄줄이 무죄 판단이 내려졌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사법부 수사에 대비해 '무죄' 포석을 미리 깔아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앞서 구속영장을 청구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에 대해서도 법원은 이례적인 장문의 이유를 들며 '죄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