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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보다 높다?' 한화, 3위의 착시 깨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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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넥센보다 높다?' 한화, 3위의 착시 깨야 산다

    '터졌다, 홈런과 속이' 넥센 임병욱(0번)이 20일 한화와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3점 홈런을 때려낸 뒤 한화 포수 지성준(오른쪽)이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 가운데 팀 동료들의 격한 환영을 받고 있다.(대전=넥센)

     

    올해 11년 만에 진출한 가을야구를 짧게 끝날 위기에 놓인 한화. 정규리그 3위 돌풍을 일으켰지만 준플레이오프(준PO)에서 아래 순위인 넥센에 2연패를 당했다.

    한화는 19, 20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 리그 넥센과 준PO 1, 2차전에서 연패를 안았다. 1차전 2 대 3 석패에 이어 2차전도 5 대 7로 무릎을 꿇었다.

    5전3승제 시리즈에서 벼랑에 몰렸다. 남은 3경기를 모두 이겨야 SK가 선착한 PO에 진출하는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정규리그 순위는 한화가 앞섰다. 넥센에 2경기 차 앞선 3위로 준PO에 직행했다. 4위 넥센은 5위 KIA와 와일드카드(WC) 결정전을 치러 올라와 체력과 전력의 손실이 예상됐지만 의외로 한화를 연파하며 기세를 올린 상황이다.

    당초 1, 2차전 중 한화가 적어도 1경기는 잡을 것으로 예상됐다. 넥센은 에이스 제이크 브리검을 WC 결정전에서 썼기에 사실상 2, 3선발이 나섰기 때문이다. 반면 한화는 데이비드 헤일과 키버스 샘슨 등 외인 원투펀치를 가동했다. 여기에 한화는 불펜 평균자책점(ERA) 1위(4.28)의 강점이 있었다. 넥센과도 정규리그 8승8패로 호각이었다.

    하지만 한화는 2패를 먼저 안았다. 무엇보다 3차전에서는 샘슨이 넥센 한현희보다 우위에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적잖았다. 그러나 샘슨은 4⅓이닝 4실점(3자책)으로 3이닝 4실점(3자책)한 한현희보다 나을 게 별로 없었다. 믿었던 불펜도 이후 3실점하며 6이닝 1실점을 거둔 넥센 불펜에 판정패했다.

    예상 밖의 2연패에 한화는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김승연 그룹 회장의 격려와 연이틀 만원을 이뤄준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특히 한 단계 낮은 4위 넥센에 먼저 2연패를 당한 충격이 상당한 모습이다.

    한용덕 한화 감독이 19일 넥센과 준플레이오프 2차전 석패 뒤 인터뷰를 하고 있다.(대전=한화)

     

    그러나 어쩌면 이는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시즌 전 두 팀의 평가를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넥센은 KIA, 두산과 우승을 다툴 후보로 거론됐고, 한화는 하위권이 아니면 잘 하면 중위권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인 올 시즌이었다.

    넥센은 올 시즌 전 의욕적으로 전력을 보강했다. 2012년부터 KBO 리그 최초의 4년 연속 홈런-타점왕을 거머쥔 박병호가 메이저리그 도전을 마치고 복귀했고, 지난해까지 한화 소속이던 현역 메이저리거 투수 에스밀 로저스를 영입했다. 여기에 지난해 신인왕 이정후와 차세대 대표팀 마무리 조상우, 2014년 MVP 서건창까지 전력이 만만치 않았다.

    다만 앞서 언급한 선수들이 모두 불의의 부상과 사건에 휘말려 전력에서 한동안 혹은 완전히 이탈했다. 우승후보가 무색하게 넥센은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중하위권에서 비틀거렸다.

    어쩌면 한화가 상위권 싸움을 벌인 한 이유였다. 한화는 지난해까지 김성근 전 감독의 이른바 혹사 논란과 더불어 유망주들을 내주고 단행한 트레이드 때문에 크게 전력이 약화된 상황이었다. 사실 하위권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한용덕 감독이 취임했지만 3위 이상은 구단에서 기대를 하지 않았을 터. 팀 재건이 시급했던 한화였다.

    하지만 외인들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고 한 감독의 관리 속에 불펜들이 살아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여기에 두산을 제외한 KIA, 롯데, 넥센, NC 등의 강호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면서 한화가 그 틈을 비집고 올라설 기회가 생겼고, 잘 잡았다. 두산, SK에 이어 3위에 오른 이유였다.

    그러나 정규리그와 가을야구는 엄연히 다르다. 고도의 집중력과 풍부한 경험이 승부를 가르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점에서 한화는 넥센보다 정규리그 순위는 높지만 가을 DNA 싸움에서는 밀리는 게 사실이었다. 넥센은 지난해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이전까지 4년 연속 PS에 나섰고, 2014년에는 한국시리즈까지 올랐다. 이런 경험을 고스란히 가진 선수들이 박병호, 서건창, 김민성 등 야수와 김상수, 오주원 등 불펜 핵심들이다.

    '방망이는 괜찮았는데' 한화 정은원은 넥센과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신인답지 않은 빼어난 타격감을 뽐냈지만 2루 수비에서 아쉬운 장면이 나왔다.(대전=한화)

     

    반면 한화는 11년 만의 가을야구로 큰 경기 경험이 없는 선수들이 더 많다. 베테랑 김태균, 송광민 등의 KBO 리그 마지막 PS는 2007년이었다. 정근우, 이용규 등이 SK와 KIA 등 전 소속팀에서 PS를 맛봤지만 그야말로 최근 가을야구 경험은 대부분 없는 한화였다.

    큰 경기 긴장감을 이기지 못하는 형국이다. 한화는 1차전에서 잔루를 무려 13개나 기록한 데 이어 2차전에서도 10개의 잔루로 심한 가을 울렁증을 드러냈다. 대포 싸움에서도 박병호, 임병욱이 홈런을 날린 넥센에 비해 재러드 호잉, 이성열, 송광민, 김태균 등이 모처럼 가을야구에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넥센은 현재 완전한 전력을 구축하고 있다. 박병호와 이정후, 김상수 등이 일찌감치 부상에서 회복해 8월 대약진을 이끌었고, 그 기세가 가을야구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재의 전력만 본다면 한화는 넥센에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지금부터라도 한화는 넥센보다 높은 3위였다는 인식을 깨야 한다. 오히려 도전자의 자세로 넥센을 상대해야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한화가 언제부터 3위였나, 자존심을 버리고 이런 낮은 자세로 임해야 오히려 소탈한 가운데 결실을 거둘 수 있다. 한화가 시리즈 스윕의 치욕을 떨치고 자존심의 1승을 거둘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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