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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국종 "닥터헬기 시끄럽다구요? 다 죽으란 소리"

사회 일반

    [인터뷰] 이국종 "닥터헬기 시끄럽다구요? 다 죽으란 소리"

    외상외과 12년 발자취, 책으로 펴내
    닥터헬기에 소음민원…전화·욕설까지
    해경, 세월호 당일 헬기 급유도 안해줘
    한국사회 동맥경화 "매일 지옥같아"
    그 속에 보람도…서울청년된 귀순병사
    고마운 동료들, 외상센터가 울타리되길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국종(아주대학교병원 외상외과 교수)

    오늘 2부에는 특별한 손님 한 분을 연결합니다. 바로 아주대학교 외상외과의 이국종 교수인데요. 2002년부터 2018년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했던 외상외과라는 분야를 개척하고 권역외상센터를 만들었죠. 치열한 하루하루를 보내던 그간의 기록들을 모아서 '골든아워'라는 책을 펴냈습니다. 서점가에서는 이미 베스트셀러입니다만 이게 가볍게 읽을 책은 아닙니다. 그 속의 치열한 고민들 뉴스쇼에서 함께 나눠보죠. 아주대학교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장 이국종 교수 연결합니다. 이국종 교수님, 안녕하세요?

    ◆ 이국종> 안녕하세요.

    ◇ 김현정> 지난 12월에 우리가 만났으니까 한 1년 만에 지금 다시 뉴스쇼 나오시는 거예요.

    ◆ 이국종> 네, 그러네요.

    ◇ 김현정> 어떻게 지내셨어요, 그동안?

    ◆ 이국종> (웃음) 저희는 별로 변할 게 없죠. 의사들 하는 일이 전부 다 비슷하니까요.

    ◇ 김현정> 그런데 사실은 그 바쁜 와중에 책을 내신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언제 그렇게 쓰셨어요?

    ◆ 이국종> 책이라고도 얘기할 수 있는 게 아닌데. 사실 거의 메모식이거든요. 그냥 일상 메모 같은 거라, 그냥 책이 아니고 저희의 기록이거든요. 약간 저희는 화이트페이퍼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백서라고요. 책이 그렇게 좋은 내용이 아닙니다, 화이트페이퍼니까.

    ◇ 김현정> (웃음) '책이라고 하기도 좀 부끄럽습니다. 메모입니다' 그러셨는데. 사실은 제가 읽으면서 이게 뭐 그냥 메모 끄적인 정도는 아니고요. 그동안의 일들을 상당히 상세하게 적어놓으셨구나, 저는 이런 생각 들었는데.

    ◆ 이국종> 아, 그걸 보셨어요?

    ◇ 김현정> 네.

    ◆ 이국종> 그래요? 그렇게 보실 만한 게 아닌데.

    ◇ 김현정> (웃음)

     


    ◆ 이국종> 하여튼 저희 팀원들이 있는데 저희는 자생할 수 있는 이런 조직이 아니기 때문에, 적절한 시점에서 기록을 좀 남겨놔야 되겠다는 그런 의견들이 주위에서 많이 있어가지고 저도 좀 기록을 남겨놨던 것을 냈는데요. 메모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 김현정> 그동안의 기록들, 발자취들. 일종의 매뉴얼 같은 거라고도 볼 수 있을까요?

    ◆ 이국종> 네. 매뉴얼 비슷하죠. 저도 처음에 한국에서 시작할 때, 한국에 외상센터도 없고 외상외과였던 사람들이 없으니까. 그런데 제가 시작하기 한 5년 전에 한국에서 제일 큰 병원에서 계시면서 한 3년 정도 굉장히 고생하시다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버리신 교포 외과 의사가 계셨어요. 그분이 어떻게 하셨는지 발자취도 더듬고 찾고 그랬던 기억이 나서. 저의 발자취 같은 걸 남겨놨죠. 저희가 그래도 좀 노력한 게 좀 있으니까요.

    ◇ 김현정> 그리고 또 저는 인상 깊었던 게 수많은 사람들의 실명이 적혀 있어요, 책에 보면. 그런데 앞장에 뭐라고 적혀 있냐 하면 '정경원에게'. 정경원 씨가 누구신가, 이게 이 교수님 가족이신가, 친구신가 했더니. 계속 읽어보다 보니까 후배시네요, 정경원 씨가?

    ◆ 이국종> 정경원 선생님이 지금 여기서 부교수로 근무하고 있죠. 정경원 선생님이 제 파트, 그러니까 외상외과에서 처음으로 펠로우 과정을 거쳐서 외상외과 의사로 트레이닝 돼서 계속 남아서 외상외과를 하고 있는 선생님이고요. 어마어마하게 고생을 많이 했죠. 왜냐하면 트레이닝이 계속 언제 끝날지 모르니까 단기간에 그냥 트레이닝이 되게 하려고 저하고 정경원 선생님하고 병원을 전혀 안 떠났거든요. 그래서 그때 1년에 4번인가 집에 갔어요.

    ◇ 김현정> 1년에 4번이요?

    ◆ 이국종> 네, 1년 동안에.

    ◇ 김현정> 세상에.

    ◆ 이국종> 그걸 버텨냈어요, 정경원 교수가. 지금은 후배라고 생각 안 합니다. 제가 정경원 교수한테 의지해서 버티는 게 더 많습니다, 지금은. 제가 그만하게 되더라도 정경원 선생님이 잘 버텨내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습니다.

    ◇ 김현정> 그래서 그분의 이름을 맨 첫 장에. 지금 계속 말씀하시는 게 이국종 교수님. 곧 떠날 사람. 나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저는 계속 받아요. 그런 생각을 하시는 겁니까?

    ◆ 이국종> 저 하나가 어떻게 되는 건 이건 중요한 게 아닌데. 어쨌든 이게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외상외과 의사들의 그 시스템이라는 건 필요하거든요. 외상으로 인해서 돌아가시는 분들을 조사를 해 보면 사고가 발생해서부터 1시간이 경과하면서부터 돌아가시는 분들이 급격히 많이 늘어나거든요.

    ◇ 김현정> 그 1시간까지가 '골든아워'입니까?

    ◆ 이국종> 네,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그런 굉장히 빠른 일들을 수행하기에 있어서 기존 병원의 시스템이나 기존 병원 응급실 시스템은 그런 단계로 되어 있지가 않아요. 그런 게이트키퍼 역할을 하는 외상외과 의사들에 대한, 학문적 배경이나 그런 것들이 많이 형성되지가 않아요, 한국 의료계 토양 내에서는.

    ◇ 김현정> 그게 왜 그렇습니까? 그런데 이국종 교수님이 이런 이야기를 하신 게 한두 해가 아니잖아요. 진이 빠지도록 하고 계시는데도 왜 아직도 그래요?

    ◆ 이국종> 왜냐하면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은 거의 없잖아요. 기존의 의료계도 시급한 사안이 한두 개가 아니지 않습니까. 저희가 수익을 내는 파트도 아니고. 그리고 이 일을 하려면 주위 사람들도 굉장히 힘들게 하면서 의사 본인도 굉장히 힘들다고요.

    ◇ 김현정> 인력 문제도 심각하겠네요, 여전히?

    ◆ 이국종> 저희가 (인력이) 없죠. 외국 의료진들도 자주 방문하시거든요. 외상센터 외관만 보면 '잘해 놨네'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다가요. 안에 들어와서, 저희 병원에서 며칠 묵으면서 직접 보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 현황을. 그러면 굉장히 놀라요.

    ◇ 김현정> 왜요?

    ◆ 이국종> 영미권이나 일본에 있는 그런 병원들보다, 일본에 있는 병원들보다도 인력이 3분의 1도 안 돼요.

    ◇ 김현정> 3분의 1도 안 된다고요?

    ◆ 이국종> 네. 아예 없는 센터들도 있고요.

    ◇ 김현정> 그러니까 3분의 1도 안 되는 사람들로 이 상황들을 다 메워야 되다 보니까 당연히 남아 있는 3분의 1은 더 일이 힘들어질 테고. 이런 악순환을 지금 말씀하고 계시는데. 또 제가 책에서 본 것 중에 좀 기가 막혔던 것이 닥터헬기 소음 얘기 듣고 깜짝 놀랐어요. 응급 환자 태우러 출동하는 헬리콥터가 닥터헬기인데, 그거 시끄럽다고 소음 신고가 들어온다는 게 사실입니까?

    ◆ 이국종> 사실인 정도가 아니고 그것 때문에 현장에서 굉장히 힘들어들 해요. 저도 얼마 전에 저희가 야간에만 3번을 출동했는데. 맨 마지막 출동할 때 그때는 장거리 출동이었거든요. 서산 앞바다까지 날아가야 하는데, 저하고 헬기 타고 있던 항공대원이 저한테 휴대폰으로 들어온 메시지를 보여주시는 거예요. 소방상황실에서 메시지가 왔는데 '지금 민원이 그쪽 저희 병원 바로 앞 아파트에서 계속 들어오고 있으니까 주의하라'고 그런 메시지를 이렇게 보여주면서 굉장히 남감해하더라고요. 그렇다고 헬리콥터가 소음이 없게 날 수 있는 스텔스 헬리콥터 같은 건 그런 건 거의 없거든요.

    ◇ 김현정> 아니, 주민들 심정이 아주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 이국종> 그런데 분명한 건 헬기 소음이 앰뷸런스 소음보다 특별히 크거나 그렇지 않아요. 그걸 제가 데시벨 같은 걸 측정을 한다고요. 그러면 그렇게 나오지 않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선생님, 자꾸 소음 민원이 들어오면 주택가 좀 피해서, 아파트 단지 좀 피해서 헬기가 경로를 바꾼 비행을 하면 안 됩니까?

    ◆ 이국종> 그건 회전익 항공기의 비행 특성인데요. 회전익 항공기는 이착륙할 때 굉장히 바람의 방향에 민감합니다. 특히 착륙할 때는 바람을 안고 착륙을 해야 되기 때문에 바람의 방향이라는 건 시시각각으로 바뀌지 않습니까? 어느 한 방향으로만 들어오려고 그러면 그때는 저희가 터뷸런스나 강풍에 휘말리게 되면, 저희 모두가 추락해서 사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건 절대 비행에서 하지 말아야 될 부분입니다.

    ◇ 김현정> 소음 피해서 돌아서 가라라고 말하는 건, 어떻게 보면 거기 있는 사람들한테는 목숨 내놓고 하라는 소리네요?

    ◆ 이국종> 저희 죽으라는 소리예요.

    ◇ 김현정> '죽으라는 소리'...

    ◆ 이국종> 그리고 그런 민원을 하시는 분들의 입장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지만, 더 큰 건 그런 민원을 너무 이렇게 예민하게 받아들여가지고 그걸 갖다가 현장 대원들한테 그걸 조심하라고 그런 메시지를 보내고 그러면. 그러면 이거 하지 말라는 소리잖아요. 그렇죠? 그러면 민원인들이 그 파일럿, 그 기장들 전화번호까지 확보를 해서 그쪽으로 막 직접 전화를 한다고요. 그러면 비행했다 돌아온 기장들한테 어떤 경우에는 막 욕설이 날아들어오고 그러는데. 그걸 민원을 직접 컨트롤을 하라고 전화번호를 드렸대요.

    ◇ 김현정> 저는 좀 들으면서도 안 믿겨요, 솔직히. 이국종 교수님.

     


    ◆ 이국종> 그러니까 김현정 선생님 전화번호를 CBS 민원 거는 사람들한테 드리는 거죠. 직접 개인 전화 줘가지고 '이분하고 상의하라'고. 그러면서 핑계는 제일 윗선의 핑계를 댄다고요. '이번에 신임 누가 선출됐으니까 그분은 이런 걸 싫어하신다. 언론에 예민하다.' 이제 그런 분들 핑계를 대거든요.

    ◇ 김현정> 지금 경기도의 제일 윗분이 민원에 민감하시다는... 그러면 경기지사 말씀하시는 거예요?

    ◆ 이국종> 그것 말고도 다 윗사람 핑계대면서 안 하는 게 굉장히 많아요, 한국 사회에서.

    ◇ 김현정> 저는 다는 아니겠습니다마는, 일부겠습니다만, 그 일부 주민들도 참 너무하다 싶은 것이 본인의 가족이 그 서산 앞바다에서 지금 사고를 당한 거면 '헬기 시끄러우니까 출동하지 마세요'라는 얘기를 어떻게 할 수 있나 싶고. 중간에 있는 그 공무원도 참 너무하다 싶은 게, 결국 자기는 책임지기 싫으니까 '이 사람들한테 직접 말하세요'라고 번호를 떠넘겼다는 얘기잖아요. 참 너무합니다.

    ◆ 이국종> 그러니까 조직 내에서도 마찬가지고 사회에서도 이런 건 한국 사회에서는 이게 뿌리내릴 수 없는 시스템이구나. 이런 생각이 더 많이 들어요.

    ◇ 김현정> 지금 요목조목 문제점들에 대해서 말씀하셨는데 뭐랄까, 우리 사회에 대한 좌절감 같은 게 느껴져요?

    ◆ 이국종> 사실은 어떤 때는 하루하루가 지옥같이 흘러간다고 생각될 때도 많아요. 국민들의 민원을 핑계 대면서 헬기장 같은 걸 있던 것도 닫아버리고 그러거든요.

    ◇ 김현정> 있던 걸 닫아버려요, 있는 것도?

    ◆ 이국종> 어디서든 민원이라든가 그런 거에 굴복한다는 그런 얘기는 없어요. 그리고 외국에 있는 굉장히 많은 외상외과 의사들이 다른 이런 의료 외적인 문제로 골머리를 앓지는 않는다고요. 이런 식으로 흘러가서 사회가 어떻게 이렇게 유지가 되는지도 모르겠어요. 누구나 다 '안 된다'고 하는 사람은 없어요. 그런데 실제로 시스템을 움직이려고 하면 되지 않아요. 이게 사회의 모든 저변하고 엮여 있거든요. 그래서 요즘은 사실 제일 많이 드는 생각은 이걸 모르고 살았어야 되는데. 이런 생각이 제일 많이 들어요.

    ◇ 김현정> 차라리 모르고 살았으면, 모르고 살았으면... 참 씁쓸한 얘기입니다. 그런데 책에 보니까 이 부분도 참 기가 막히던데요. '세월호 참사 당일에 현장으로 날아갔는데 해경이 협조를 안 해 주던 일이 있었다.' 저는 그 부분 읽으면서 어떤 울분이 확 느껴지더라고요?

    ◆ 이국종> 해경...제가 세월호 참사 때 거기 비행하고 있을 때 기름을 안 넣어줬잖아요. (전남내륙 지역의) 산림청까지 날아 들어갔어요, 목포 앞바다에 있다가, 그때.

    ◇ 김현정> 산림청까지. 그러니까 기름 넣으러 거기까지 날아간 거예요?

    ◆ 이국종> 기름이 떨어졌는데 기름을 안 넣어줘요, 해경에서. 그러니까 한국 사회가 이렇게 보면 동맥경화에 빠져 있는 것 같아요.

    ◇ 김현정> 동맥경화에 빠져 있는 것.

    ◆ 이국종> 다 병목 현상이에요.

    ◇ 김현정> 선생님, 그러면 이걸 누가 바꿔야 되잖아요. 누군가는 나서서 바꿔야 하는데, 이제 곧 권역외상센터장 임기가 이제 끝나세요. 끝나고 나서, 그럼 이 동맥경화를 풀기 위해서 뭔가 해야겠다는 계획도 있으십니까?

    ◆ 이국종> 제가 동맥경화를 위해서 이렇게 할 수 있다거나 그런 생각 자체가 안 듭니다. 이게 워낙 동맥경화가 심해가지고 저 같은 사람의 노력으로는 이건 안 될 것 같아요, 한국 사회에서.

    ◇ 김현정> 아니, 사실은 정치권이나 이런 곳에서 '이국종 교수가 좀 들어오셔서 이것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좀 바꿔달라.' 이런 요청들이 많이 오는 걸로 아는데. 그런 쪽은 관심 없으세요?

    ◇ 이국종> 제가 바꿀 수 있는 판이 아닌 것 같아요. 한국 사회 전체를 다 뒤집어엎지 않는 이상.

    ◇ 김현정> 그래요, 그래요. 선생님, 그런데 지금 계속 문제들에 대해서 지적해주셨는데. 환자들 보면서, 살리면서 보람도 느끼시니까 그래도 이렇게 가시는 거잖아요?

    ◆ 이국종> 그냥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됐으니까요. 좋은 동료들하고 같이 일하는 팀 분위기가 그래도 굉장히 좋고. 세속적으로 별로 그렇게 물지 않는 사람들끼리 이렇게... 어떻게 보면 바보죠, 바보.

    ◇ 김현정> (웃음) 바보들입니까, 다?

    ◆ 이국종> 동료들이 굉장히 좋은 사람들이거든요.

    ◇ 김현정> 다행이에요.

    ◆ 이국종> 그래서 제가 만약에 일을 그만두게 되면 이런 사람들을 또 어디 가서 만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이렇게 하면서, 그냥 그렇게 하면서 '그래도 이건 참 좋다.' 이렇게 생각하는 거지. 그 이외에 다른 큰 시야를 가지고 하는 건 아닙니다. 아마 그리고 그렇게 하면 이렇게 오래 못 했을 거예요, 이 일을.

    ◇ 김현정> 지금 동료들이 주는 기쁨에 대해서 얘기하셨는데. 환자들 중에서도, 저는 기억에 나는 게 지난해 판문점 통해서 귀순한 북한 병사. 지금은 퇴원한 거죠?

    ◆ 이국종> 그럼요.

    ◇ 김현정> 지금 혹시 연락이 닿으십니까?

    ◆ 이국종> 그 친구가 전화를 해 와요, 저희 센터 사무실로.

    ◇ 김현정> 그래요?

    ◆ 이국종> 네, 잘 지낸다고. 차도 사고 운전해서 잘 다니는 것 같아요.

    ◇ 김현정> 그 정도가 됐어요? 운전해서 일할 수 있을 정도가?

    ◆ 이국종> 조금씩 일도 하는 것 같고, 한국 사회에 적응해서 잘 사는데. 저희 수석 코디네이터 김지영 선생님이 전화를 몇 번 받았는데 말투가 완전히 서울말로 다 바뀌었대요. 처음에 왔을 때는 북한 말을 썼었는데 깜짝 놀랐대요, 그래서. 말투가 완전히 바뀌어가지고.

    ◇ 김현정> 서울 청년 다 됐어요. 운전하고 다니고 일하고 밝은 서울 청년. 그럴 때는 진짜 뿌듯하시겠어요. 정말 죽음의 끝까지 갔던 사람을 살려내서 이제는 그냥 건강하게 살아가는 걸 보면?

    ◆ 이국종> 사실은 꼭 그 친구뿐이 아니고, 외상이 젊은 사람들한테 많이 발생하거든요. 아무래도 일하는 연령층에서 많이 발생하니까요.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다시 직장에 복직했다고 하던가 아니면 그 취업 준비하던 사람들이 이제 새로 직장 얻었다고 그럴 때. 그럴 때가 아무래도 제일 좋죠. 그러면 제가 그냥 이렇게 농담하듯이 얘기해요. 앞으로 의료보험료도 잘 내시고 세금 잘 내셔야 된다고요.

    ◇ 김현정> (웃음)

    ◆ 이국종> 그래야 사회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거라고 그렇게 하고. 그냥 농담같이 하는 얘기지만, 중증 외상 환자분들은 치료비 자체가 많이 드는 것 같지만 이건 제가 얘기하는 게 아니라 경제학자들이 얘기하시는 거거든요. 중증 외상 환자분들을 잘 살려서 사회로 복귀시켰을 때 경제적 편익이 굉장히 나중에 커져요.

     


    ◇ 김현정> '오히려 그 사람들이 계속해서 창출해내는 경제적인 이익이 더 크다.' 선생님, 사실은 책 내셨다고 해서 모셨는데 우리나라 중증 외상 치료의 어떤 한계 오늘 다시 한 번 말씀 잘해 주셨고요. 이제 끝으로, 끝으로 후배들에게 한 말씀하시겠어요?

    ◆ 이국종> 그냥 좋은 직장을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좋은 사람들이, 순수하고 이런 사람들이, 바보 같은 사람들이 들어와서 어떻게 보면 외상센터가 그렇게 울타리가 되니까요. 저희가 우리나라 의료계 토양 속에서 그냥 일반 민간병원에서 취업을 해 가지고 월급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전혀 아니거든요. 그런데 외상센터라고 하는 최소한의 울타리 내에 있으면 그래도 그런 거에, 수익이나 그런 거에 크게 신경을 안 쓰고 환자 보는 데 집중할 수가 있으니까. 그냥 그 외상센터 안에서만큼은 그냥 좋은 직장이 돼서 그냥 서로 의지해 가면서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 김현정> 선생님, 힘내시라는. 그래도 응원하는 국민들이 있다는 거 기억해 주시기 바라고요.

    ◆ 이국종> 감사합니다.

    ◇ 김현정> 오늘 귀한 시간 고맙습니다.

    ◆ 이국종> 감사합니다.

    ◇ 김현정> 아주대학교병원 권역외상센터 센터장이시죠. '골든아워'라는 책을 얼마 전에 내셨어요. 이국종 교수 만나봤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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