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8년 요인별 실업률 추이
최근 4년간 실업률이 상승한 주요 원인은 단순히 일자리가 부족할 뿐 아니라 빈 일자리가 있더라도 구직자와 일자리 수요가 결합하지 못하는 '미스매치(mismatch)'의 영향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만 올해 들어 '미스매치' 상태는 다소 완화됐지만, 제조업과 서비스업, 건설업 등의 변동으로 일자리 자체가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국책연구기관인 KDI(한국개발연구원)는 22일 발표한 '2014년 이후 실업률 상승에 대한 요인 분석'에서 2014~2017년 사이의 실업률 상승에 영향을 미친 요인들을 분석한 결과 '산업 미스매치' 및 '노동수요 부족'으로 대부분 설명된다고 밝혔다.
실업률 추이. 실업률은 계절조정 기준. 실업률(평균)은 2009~18년의 평균치
글로벌 금융위기로 가파르게 오르던 실업률은 경기 회복으로 2013년까지 개선됐지만, 2014년부터 완만히 상승하다 올해부터 상승속도가 빨라졌다.
보고서를 작성한 KDI 김지운 경제전략연구부 연구위원은 실업 발생 요인을 실업자 수 대비 빈 일자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수요 부족'과 빈 일자리가 있음에도 발생하는 실업을 뜻하는 '미스매치'로 구분했다.
또 미스매치 가운데 산업 간 실업자 이동만으로 빈 일자리를 채울 수 있는 '산업 미스매치'와 산업 외 다른 차원에서 발생하는 '기타 미스매치'로 세분했다.
분석 결과 2014~17년 평균 실업률(3.62%) 중 수요부족 실업, 산업 미스매치 실업, 연령구조 등 기타 미스매치 실업의 비중은 각각 7.4%, 7.1%, 85.5%로 나타났다.
이처럼 수요부족과 산업 미스매치가 전체 실업 요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실업률 변동에는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김 연구위원의 분석이다.
실제로 월 실업률의 변동계수(표준편차/평균)로 측정된 변동성은 수요부족 실업(0.47), 산업 미스매치 실업(0.39)에 달한 반면 연령구조 등 기타 미스매치 실업은 0.03에 그쳤다.
2010~2017년 산업별 적정 수준 대비 초과 구직자 수
산업별로 살펴보면 이 기간 동안 제조업에서는 구직자가 너무 많고, 건설업에서는 일할 사람이 부족한 현상이 발생하면서 산업 미스매치 실업률이 0.32%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이후 조선업의 구조조정은 제조업 일자리가 크게 줄어든 반면 주택건설이 급증하면서 건설업 일자리는 늘었으나, 건설업으로 실업자 유입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산업 미스매치'로 인한 실업이 심화됐다는 분석이다.
이에 더해 2010~2013년 평균 3.9%에 달하던 경제성장률이 2014~2017년에는 3.0%에 턱걸이하면서 수요부족으로 인한 실업도 추세적으로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2017~2018년 산업별 적정 수준 대비 초과 구직자 수
다만 올해의 경우에는 건설업과 도매 및 소매업을 중심으로 일자리·구직자 초과 현상이 완화되면서 '산업 미스매치 실업률'은 감소세를 나타냈다.
주택건설이 감소하면서 건설업의 일자리 초과 현상이 진정됐고, 도매 및 소매업의 구조조정으로 일부 실업자들이 다른 산업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조업 및 서비스업의 구조조정 진행, 건설경기 급락, 전반적인 노동비용 상승 등으로 노동 수요 부족으로 인한 실업률이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비교적 취업하기 쉽지 않은 고령층 구직자·실업자가 증가하고, 최근 채용 방식의 변화로 기업의 채용 과정이 오래 걸리면서 '연령구조 등 기타 미스매치 실업률'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김 연구위원은 "실업문제의 완화를 위해서는 노동수요 진작 및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며 "산업 미스매치 실업 완화를 위한 노동시장 여건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노동수요를 늘리도록 총수요 확대 정책과 더불어 혁신기업이 새로운 노동수요를 창출할 수 있도록 정책지원을 지속해야 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임금 및 노동조건의 경직성이 완화되어 산업 간 실업자들의 이동이 원활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 환경을 개선해야 산업 미스매치 실업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결국 실업의 대부분은 연령구조 등 기타 미스매치로 인한 실업이므로 이를 낮추기 위한 정책적 노력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