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전원책 위원(사진=자료사진/윤창원 기자)
자유한국당 인적쇄신의 칼자루를 쥔 전원책 조직강화특별위원이 현행 당권 체제인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단일지도체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전 위원은 22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개인 견해임을 전제로 "당에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할 때, 과연 '순수 집단지도체제'가 어울리는지 고민해봐야 한다"며 "보수단일대오를 이루기 위해선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수가 단일대오를 형성해야 폭주하고 있는 문재인 정권에 대항할 수 있다"며 "야당이 현 정권의 폭주를 용인하면 앞으로 또 문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위원의 구상과 달리 당내 다수 구성원 및 특정 계파 등은 '순수 집단지도체제'(집단지도체제) 복원을 찬성해 향후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차기 총선 공천권이 걸려 있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각자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우선, 당내 다수 구성원들은 집단지도체제로의 변경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일 한국당 정당개혁위원회가 소속 국회의원, 원외 당협위원장 등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의 64.1%가 집단지도체제 복원을 지지했다.
당 지도부 일각에서조차 집단지도체제 복원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김용태 사무총장은 통화에서 "집단지도체제에 대한 일각의 우려도 일리가 있지만, 보수통합을 위해선 집단지도체제로 가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친박‧비박계 및 당내 중진의원들도 집단지도체제를 지지하는 기류가 흐른다.
한 친박계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홍 전 대표 사례에서도 봤듯이 단일지도체제의 폐해가 너무 크다"며 "그런 과정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제 집단지도체제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비박계 재선의원도 "이번에는 당이 위기 상황이라 참여하는 모든 분들이 지도부에 들어가는 게 낫다"며 "당 대표와 최고위원 선출을 분리하면 최고위원들의 모임은 마이너리그가 되고 말 것"이라고 설명했다.
집단지도체제 하에서 전당대회에 출마할 경우, 1등이 아닌 2,3등을 기록하더라도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일정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아울러 차기 총선 공천 과정에서도 당 대표 못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당 입당을 타진 중인 유력 주자들 사이에서도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이 엇갈린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김태호 전 경남지사 등 당내 조직이 미약한 인사들은 현행 단일지도체제를 선호하는 분위기다. 강력한 당권이 보장되지 않는 한 당 대표에 오르더라도, 특정 계파에 휘둘릴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반면, 당내에서 자신을 따르는 조직 내지 지분이 있는 경우엔 집단지도체제에 호의적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오 전 시장은 통화에서 "총선 전에는 인사와 관련해 계파들 사이에 교착상태가 많이 발생해 생각이 다른 분들과 합의를 얻어 나간다는 건 힘들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지사도 "저 또한 돌이켜보면, 집단지도체제 과정에서 공적인 책임감보다는 사적인 욕심을 부렸던 것 같다"며 "각 제도에 장단점이 있지만 지금은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단일지도체제에 힘을 실었다.
친박계의 지지를 받고 있는 황 전 총리는 "생각은 많지만 당 움직임에 대해 발언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말을 아꼈고, 유 전 대표와 원 지사 측은 특별한 입장을 보이지 않았다.
통상 지도체제는 '단일지도체제'와 '집단지도체제'로 나뉘는데, 한국당은 지난 2016년 총선 파동 이후 현행 단일지도체제를 유지해왔다. 단일지도체제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선출하는 반면, 집단지도체제에서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동시에 뽑는다.
당 대표에게 권한이 집중된 단일지도체제는 안정성이라는 장점과 동시에 당 대표의 1인 독단‧전횡 가능성이라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는 평이다. 집단지도체제는 당 대표를 포함한 다수의 최고위원이 동등한 권한을 지니고 있어 1인에 집중된 권력을 견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불안정한 리더십 문제가 가장 큰 단점으로 꼽힌다.
지난 2011년 홍준표 전 한나라당 대표와 2016년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지도부가 집단지도체제의 불안정성을 드러낸 대표적인 사례다.
이명박 정권 시절인 2011년 한나라당 7‧4 전당대회에서 친이(친이명박)계의 지원을 받아 홍 전 대표는 대표로, 유승민 전 대표는 친박(친박근혜)계 지지에 힘입어 최고위원으로 각각 선출됐다. 지도부 구성 후에도 내부 잡음이 끊이지 않던 홍준표 지도부는 결국 서울시장 재보선 패배와 선관위 디도스 사태 등으로 붕괴됐다. 당시 홍 전 대표는 사퇴를 거부했지만, 유 전 대표의 사퇴에 이어 남경필·원희룡 최고위원의 동반사퇴로 취임 4개월 만에 대표직에서 내려왔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발생한 '옥새파동' 또한 집단지도체제의 약점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2014년 7·14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김 전 대표는 이후에도 친박계 서청원 최고위원 등의 지속적인 견제를 받았다. 당시 집단지도체제 하에서 최고위를 장악한 친박계가 사사건건 김 전 대표의 발목을 잡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