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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홍만이 키티를 좋아하는 이유를 아시나요"

스포츠일반

    "최홍만이 키티를 좋아하는 이유를 아시나요"

    [인터뷰] 출판사 대표 된 로드FC 전 홍보팀 과장 염희옥 씨
    최근 초등교사 아버지 기록집 '1959 염순각' 출간
    "최홍만 인생이야기 책으로 담고파" "권아솔, 착하고 머리 좋은 사람"
    "소외된 이들과 소통하는 따뜻한 인터뷰어가 꿈"

    로드FC에서 일할 때 '염희옥의 유쾌한 인터뷰'에서 최홍만과 인터뷰하는 염희옥 대표

     

    "최홍만 선수의 인생 이야기를 책으로 담아내고 싶어요."

    로드FC 홍보팀 과장에서 출판사 대표로 변신한 염희옥(31,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재학 중) 씨가 주저없이 말했다.

    염 대표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출판사 '쓰임컴퍼니'를 차렸다. 지난 9월 강원도 서원주 초등학교 36년차 교사인 아빠 염순각(60) 씨의 일대기를 문답형식으로 풀어낸 기록집 '1959 염순각'(비매품)을 첫 출간했다.

    염 대표는 2014년 3월부터 2년간 로드FC 홍보팀에서 일했다. 당시 '염희옥의 유쾌한 인터뷰'를 진행하며 많은 파이터와 교류했다.

    "기회가 되면 최홍만 선수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내고 싶어요. 최홍만 선수가 캐릭터 '키티'를 좋아해요. 그 이유를 물었더니 '키티는 입이 없잖아.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입밖으로 꺼내지 않잖아'라고 대답했죠. 그때 생각했어요. '이 사람은 말로 받은 상처가 많구나. 최홍만 선수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면서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싶다'고."

    로드FC 라이트급 챔피언 권아솔에 대한 기억도 특별하다. "트래시토커 이미지와 달리 실제 만나본 권아솔 선수는 착하고 머리가 좋은 사람이에요. 임팩트있는 한 마디를 내뱉기 위해 노력도 많이 하고요."

    강원도 서원주 초등학교 36년차 교사인 염순각 씨. 사진=염희옥 제공

     

    "다양한 삶을 살아보고 싶어" 20살 때부터 전문 인터뷰어를 꿈꿔 온 염 대표. 그가 첫 책의 주인공으로 아빠를 선택한 이유는 뭘까.

    "3월말에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어요. 아빠가 그렇게 펑펑 우는 건 처음 봤어요. 문득 아빠가 너무 작아보이면서 내가 지켜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러면 '아빠에 대해 알아야겠구나' 싶었죠."

    책 출간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염 대표는 몇 달간 서울과 원주를 오가며 아빠와 1대1 인터뷰를 50~60차례 진행했다. "유명인도 아닌 내 얘기를 누가 궁금해하겠느냐"며 손사래를 쳤던 아빠는 어느새 딸과의 인터뷰에 푹 빠졌다.

    "8월초에 아빠한테 초고를 보여드렸는데 '아빠가 그렇게 행복해하는 모습은 처음 본다'고 친오빠가 귀띔해줬어요. 9월에 완성된 책을 갖다드렸을 때는 무뚝뚝한 평소와 달리 '사랑해, 우리딸' 하면서 안아주셨죠. 그 이후로도 계속 표현을 해주세요."

    책에 들어갈 사진을 고르고, 아빠의 과거·현재·미래 이야기를 들으면서 염 대표도 가족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아빠와 함께 찍은 사진이 정말 많아요. 2살부터 8살 때까지 방 한 칸짜리 관사에 네 식구가 살만큼 형편이 넉넉지 않았지만, 아빠가 많이 놀아주셨어요. 젊은 시절 아빠가 너무 잘생겨서 깜짝 놀랐고요. '아빠와 내가 동시대를 살았다면 우리는 어떤 친구가 됐을까' 상상하기도 했어요. 지금의 저보다 어릴 때 저를 낳아 가족을 위해 희생한 아빠한테 단짝친구가 되어주고 싶어요. 제가 미래를 고민하는 것처럼 은퇴 이후 삶을 걱정하는 아빠를 보면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도 했고요."

    염 대표는 벌써 두 번째 책을 준비하고 있다. "두 권의 책을 동시에 기획하고 있어요. 한 권은 이름만 들어도 아는 공인에 관한 이야기이고, 다른 한 권은 장애인의 행복한 삶을 지원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에요." 책 판매 수익금은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이웃의 삶을 기록하고 보존하는데 사용할 계획이다.

    염 대표는 "고모(고 염순애)가 뇌성마비 장애인이었다. 돌아가실 때까지 집안에 고립된 채 생활했지만, 내겐 생일 때마다 장판 밑에서 꼬깃꼬깃한 지폐를 꺼내 짜장면과 탕수육을 사주던 다정한 사람이었다"며 "소중하지 않은 삶은 없다. 사람의 손길이 그리운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따뜻한 인터뷰어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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