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경남도청 제공)
3년 만에 열린 경남도청 국정감사는 전현직 도지사를 놓고 공방과 비판이 오가는 성토장이 됐다.
23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국감에서 야당 의원들은 김경수 지사의 '드루킹' 의혹을 집중 공략했고, 여당 의원들은 홍준표 전 지사의 '채무제로' 등 전임 도정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먼저 조원진(대한애국당) 의원이 '드루킹' 의혹을 제기하며 포문을 열었다.
조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인 김정숙 여사가 '경인선'을 언급한 영상을 틀며 "이 영상 아시죠"라고 당시 후보 수행팀장이었던 김 지사에게 물었다.
'경인선'(경제도 사람이 먼저다)은 2016년 드루킹 등이 주도해 만든 문재인 대선 후보자 지지 모임의 블로그다.
그러면서 "(김정숙 여사에게) 소개해 줬냐"고 다시 물었고, 김 지사는 "이 내용은 경남도청 국감에서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자 여당 의원들이 "도정과 관련 없는 질문을 한다"고 발끈하며 야당 의원들과 날선 공방을 벌였다.
이재정 의원(민주당)은 "국정감사법 제8조에 따라 계속중인 재판에 관한 사안을 다뤄서는 안 된다"며 "이 시간은 경남도정에 대한 꼼꼼한 점검을 국민께서 요청한 시간"이라고 조 의원의 발언을 제지했다.
같은당 홍익표 의원도 "영상은 사전에 위원장 동의를 받아 틀어야 하고 일방적으로 영부인과 관련된 동영상을 올리는 것은 국감 취지에 어긋난다"고 반발했다.
조 의원도 "질문하는데 얘기하지 마라"고 언성을 높였고, 이진복(한국당) 의원은 "여당에서 너무 과민하게 반응을 한다"고 조 의원을 두둔했다.
조 의원은 "업무적이고 행정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김 지사의 도덕성도 중요하고 국민들도 듣고 싶어 한다"며 "이런 걸 국감에서 안 다루고 뭘 다루냐. 대선 유세 때 김 여사가 '경인선 가자'고 말했고, 그 때 수행팀장이 소개했냐 안 했냐는 중요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지사는 "경찰과 특검 과정에서 충분히 소명하고 해명했는데도 긴 질의 시간을 할애해 언론에 일방적으로 보도된 내용을 다시 반복해서 말한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자리는 김경수가 아닌, 도정을 대표한 도지사로서 국감을 받는 자리"라며 "도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라면 감사히 받겠지만 허위사실과 잘못된 내용을 면책특권을 활용해 밝힌 거라면 대단해 유감스럽다"고 반발했다.
야당 의원의 '드루킹' 질의는 계속됐다.
윤재옥(한국당) 의원은 "특검이 김 지사를 드루킹 공범으로 지목했다. 인정하냐"고 물었고 김 지사는 "특검 조사 과정에서 여러 번 아니라고 말했다. 국감장 이외의 장소에서 질문하면 얼마든지 답변하겠지만 지금은 도정에 관한 질문으로 국감이 이뤄졌음 한다"고 당부했다.
윤 의원은 "국민적 관심 사안이고 정치적으로 차지하는 위상을 볼 때 김 지사의 입장을 물어보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하며 "도정 업무에는 지장이 없냐"고 되물었다.
이에 김 지사는 "드루킹은 도정과 무관한 사안이다. 도정에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변호인을 통해 재판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사진=경남도청 제공)
여당 의원들은 홍준표 전 지사가 자신의 최고 치적으로 내세운 '채무제로' 정책 등에 대한 잘잘못을 따져 물었다.
이재정 의원(민주당)은 "단기간 채무를 갚느라 재정이 휘청거렸고 경직된 재정 운영으로 필요한 곳에 집행돼야 할 자금이 안 되다 보니 도민의 삶도 팍팍해졌다"며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가 남겨진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잘 쓰는 것도 능력이다. 경직된 재정으로 새로운 투자를 하지 못해 어려움이 배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또 홍 전 지사가 경남문화재단과 경남문화콘텐츠진흥원 등을 통합한 데 대해서도 "경제논리로 통합한 것은 철학의 부재"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같은 당 홍익표 의원은 홍 전 지사 시절 경남개발공사 사장을 지낸 3명이 채용비리에 연루된 점을 꼬집으며 "전반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김민기 의원도 "채용 비리가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다"며 "김 지사가 가혹하게 조치를 취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김 지사는 "채무제로 선언은 당시 도지사의 정무적, 정치적 의지가 강했던 정책"이라며 "애초 2017년까지 부채 50%를 감축하기로 했다가 채무제로 선언을 무리하게 감축하면서 재정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도의회와 협의해 채무 상황을 위해 폐지한 기금을 복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 지사는 "채용비리 문제는 경찰 수사중인 사안으로, 사장이 새로 선임되면 채용비를 철저히 감사하고 뿌리 뽑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국가 철도망이 한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며 김 지사의 1호 공약인 '서부경남KTX(남부내륙철도)' 명칭 문제도 불거졌고, 김해신공항에 대한 질의도 나왔다.
윤재옥 의원(한국당)은 부울경 김해신공항 검증 TF 구성과 관련해 입지 변경을 위한 것인지, 동남권 관문공항으로 만들겠다는 것인지, 검증 작업에 대구와 경북을 제외시킨 이유를 따져 물었다.
김 지사는 "김해신공항 TF는 입지 검증단이 아니고, 동남권 관문공항에 걸맞는 공항인지를 제대로 검증하자는 것"이라며 "대구, 경북은 아직 특별한 입장이 없고, 논의 자리는 언제든 열려 있다"고 답했다.
고려인 자녀 2명이 숨지는 등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김해 서상동 원룸 화재 사고와 관련해 소방안전 점검 문제도 제기됐다.
김영호 의원(민주당)은 "소방 점검을 하는데 형식적이고 부실한 경향이 있고, 자체 점검은 사전에 준비하기 때문에 불시 점검으로 건축주와 관리인이 항상 긴장 상태에서 건물을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부산 물 공급 문제와 산지를 훼손하며 우후죽순 늘고 있는 태양광 발전시설, 전국 최하위인 진주혁신도시 이주율 등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