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사법농단 진상규명 방해 규탄과 민주적 법원개혁 촉구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 황진환기자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사법농단을 재판하기 위한 별도의 '특별재판부' 설치에 합의했다.
한국당은 재판 중립성 훼손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지만 보수야당인 바른미래당까지 뜻을 모아 압박하고 있어 법안 통과 가능성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민주평화당 장병완, 정의당 윤소하 등 4당 원내대표는 25일 오전 11시 특별재판부 관련 공동 기자회견을 연다.
이들 대표는 무더기 영장 기각 등으로 자신들의 환부를 도려내는데 소극적인 사법부를 비판하는 한편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한 특별재판부를 구성해야 사법농단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음을 강조할 예정이다.
이번 연대는 특별재판부 구성을 추진하겠다는 홍영표 원내대표의 말에 장병완 원내대표와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화답하면서 성사됐다.
홍 원내대표는 23일 "사법농단 연루자에게 관련 재판을 맡기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것"이라며 야당에 특별재판부 구성 동참을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지난달 "현 김명수 대법원은 사법부 오욕의 역사를 바로 잡을 의지가 약해 보인다"고 지적하는 등 특별재판부 구성의 필요성을 직접 언급한 바 있다.
이들 4당은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지난 8월 대표발의한 '양승태 전대법원장 재임기간중의 사법농단 의혹사건 재판을 위한 특별형사절차에 관한 법률안'에 기초한 특별재판부 설치 방안에 뜻을 모으고 한국당도 동참할 것을 촉구할 계획이다.
장 원내대표는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박주민 의원이 전부터 얘기했던 안을 기본으로 해서 세부적인 내용 조정은 함께 논의할 것"이라며 "일단 기자회견을 통해 뜻을 전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대한변호사협회 3명, 법원 판사회의 3명, 시민사회 3명 등 9명으로 재판부 후보 추천위원회가 현직 법관 가운데 1심, 2심, 영장전담을 맡는 판사를 2배수로 추천하면 대법원장이 이 중 3명을 임명해 1·2심 재판을 맡기는 것을 골자로 한다.
아울러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1심 재판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치러지도록 했다.
사법농단에 연루된 법관의 탄핵 여부 또한 관심사 중 하나이지만 일단 4당은 탄핵에 대해서는 별도의 합의를 도출하지 않기로 했다.
4당의 이같은 움직임에도 한국당은 여전히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김성태 원내대표가 이미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힌 가운데 한국당 이양수 원내대변인도 "판사는 정치적 중립이 생명인데 특별재판부 구성은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일"이라며 이를 거듭 확인했다.
일부 의원들은 특별재판부 설치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양승태 대법원'의 핵심 인사들이 재판부에서 빠져야 하는 것처럼 우리법연구회나 국제인권법연구회 등에 회원인 진보성향의 인사들 또한 배제돼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4당은 사법농단이 명확하고 자정행위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는 법원에 대한 비판 여론이 큰 만큼 특별재판부 구성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당 또한 의원 상당수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에 찬성했고 사법농단 자체는 잘못된 일이라는 인식이 적지 않아 강한 반대 당론을 형성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사법부의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두고 시민사회계와 법조계에서도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특별재판부 구성에 합의한 야당 내 일각에서도 대통령이나 대법원장과 같은 상징적 인물도 아닌 일반 판사들에 대한 탄핵을 논의할 재판부를 꾸리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야4당이 요구하고 있는 고용세습 국정조사와 특별재판부 설치를 한 테이블에 두고 한국당과 협상을 벌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당 지도부는 4·27판문점선언 비준·동의 또한 국정조사와의 협상 카드로 고민하고 있어 다음 주 국정감사 이후 어떻게 협상이 진행될지는 아직 미지수다.